청춘의 진로 나침반
정철상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쉽게 짐작할 수 있듯 청춘들의 진로선택을 도와준다는 취지의 책이다. 내가 이 책을 선뜻 선택했던 이유 역시 진로에 대한 고민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였고 이 책이 나에게 답을 제시해주진 못할지라도 최소한 희미한 등불이라도 되어주길 바랬다.

책의 내용은 정말 여러 부분을 다루고 있다. 대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것에서부터 성격유형, 인생비전 수립, 강점과 흥미, 자기관리 등 광범위하고 다양한 부분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오히려 너무 다양하고 광범위했기에 나는 책의 내용이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책 초반에 다루어지는 비전 이야기부터 보자.

비전에 관한 설명 부분에서 ‘이 내용을 이렇게 길게 다룰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길었고, 긴만큼 내용이 이해가 되었나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그 길게 이어지는 내용 속에서 비전에 관한 추상적인 내용만 반복될 뿐이었다.

심지어 후에 다루어지는 자기관리 부분에서는 마치 자기계발서를 읽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시간관리, 습관 길들이기, 긍정적 마인드와 같은 내용들은 평소 자기계발서를 읽는 사람들조차 익숙한 내용들일 정도로 뻔한 내용이었다. 너무 흔하다 못해 이젠 지겹기까지 한 그 이야기들도 식상했지만 무엇보다 진로를 위한 나침반을 제시한다는 책에서 흔한 자기계발 강론을 듣는 기분이 들어 실망감이 컸다. 물론 진로를 정하고 직업을 정한다는 점에서 자기관리나 좋은 습관, 긍정적 마인드는 필요하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에서, 그렇게 큰 뿌리로 다루어질 내용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것들은 진로라는 나무의 가지가 될 수는 있어도 줄기는 아니지 않은가. 그것도 너무 흔하고 뻔한 내용으로.

그리고 미래 명함 만들기나 미래 이력서 만들기, 라는 부분에서도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만약 ‘나는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라거나 ‘내가 뭘 잘하는지 모르겠어요’ 또는 ‘내가 어디에 흥미를 느끼고 좋아하는지 정확히 모르겠어요’ 라며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적어도 그 사람에게 미래 명함을 만드세요, 미래의 이력서를 작성해 보세요, 라는 조언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조차 잊어버린 상태에서 그런 말을 들으면 대체 무슨 명함을 만들고 무슨 이력서를 만들 수 있을까.

같은 맥락에서 ‘직업정보 탐색’ 부분 역시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거기에 담겨 있는 내용은 취업 포털 사이트 주소들과 진로 탐색 관련에 유용한 도서들 목록들이었기 때문이다. 사이트와 도서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을까? 글쎄,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들은 굳이 이 책에서 알려주지 않아도 요즘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충분히 찾을 수 있는 내용들이니까. 그것들로 진로고민이 줄어든다면 왜 아직까지 진로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최소한 취업 사이트와 취업관련 도서들 사이를 많이 헤매고 다녀본 나였기에 그 목록들을 보는 순간 더욱 황당했다.

그리고 황당했던 또 한 가지는 바로 성격유형검사 MBTI에 관한 내용이었다.

왜 그 내용을 담았는지는 대강 이해가 된다. 자신의 성격을 알고 직업을 선택하자, 라는 취지였던 것 같다. 하지만 난 MBTI가 등장이 좀 생뚱맞았다는 점보다도 MBTI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각 유형별 장단점만 제시하고 끝났다는 점에서 할말을 잃었다. 이 책은 진로에 관한 책이다. 직업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저자가 MBTI를 다루었을 땐 그렇게 끝내선 안 되었다. 최소한 그 성격에 어울리는 직업, 어울리지 않는 직업을 적어두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인터넷에서 찾아봐도 쉽게 볼 수 있는 MBTI성격유형을 그대로 적어놓았으면 최소한 직업까지 적어 두었어야 한다. 성격유형별 장단점과 직업에 관한 내용은 인터넷에서도 굉장히 설명이 잘 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책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많은 내용들이 저자의 생각이나 연구의 결과나 고민의 흔적도 아닌 이미 ‘나와 있는 것’들이었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황당하고 짜증나고 분노했던 점은 바로 그것이었다. 저자의 생각보다 이미 나와 있는 것들을 한 권의 책에 모두 모아놓았다는 점에서 나는 굉장히 실망했다.

마지막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스토리 역시 불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너무도 넘쳐 난다. TV에서도, 책에서도, 인터넷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너무도 다양하다. 세상에 저렇게 성공한 사람이 많나, 싶을 정도이다. 그렇게 쉽게 접할 수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굳이 그들의 성공 스토리를 담을 필요가 있었나 하는 마음이 있었다. 오히려 성공스토리보단 한 분야에서 성공한 그들이 어떤 직업들을 거쳐 그 자리에 왔는지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도 아니고 취업 잘 하는 법 서적도 아니다. 적어도 나는 이 책을 진로탐색을 도와주는 책이라고 생각했고 책을 선택했다. 하지만 책을 덮었을 때 내가 느낀 것은 이 책은, 취업에 관해 저자가 모을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자료를 긁어모았다는 느낌만 받았다. 그 속에서 나는 저자의 생각을 읽을 수도 없었고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들을 수 없었다. 내가 본 것들은 대부분 공식적으로 나와 있는 자료들이었고, 마음에 와 닿지 않는 글자들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너무 실망을 했고 이 책으로 인해 한줄기 희미한 등불이라도 볼까, 싶었던 내가 어리석게 느껴졌다. 차라리 저자의 상담 내용들을 책으로 묶었다면 훨씬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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