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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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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왜 저렇게 섞이고 싶어 하는 걸까? 같은 용액에 잠겨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다른 사람들에게 용해되어버리는 게 그렇게 기분 좋은 것일까? 난 `나머지 인간`도 싫지만, `그룹`애 끼는 건 더더욱 싫다. 그룹의 일원이 된 순간부터 끊임없이 나를 꾸며대지 않으면 안 되는, 아무 의키없는 노력을 해야 하니까.
˝넌 언제나 한꺼번에 이야기를 쏟아놓지? 그것도 듣는 사람이 듣는 역할밖에 할 수 없는 자기 얘기만. 그러면 듣는 쪽은 맞장구치는 것말곤 할 게 없잖아. 일방적으로 얘기하지 말고 대화를 하면, 침묵 따위는 생기지 않아. 만약 생겨도 그건 자연스런 침묵이니까 초조해지지도 않고.˝
인정받고 싶다. 용서받고 싶다. 빗살 사이에 낀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걷어내듯, 내마음에 끼어 있는 검은 실오라기들을 누군가 손가락으로 집어내 쓰레기통에 버려주었으면 좋겠다.
...남에게 바랄 뿐이다. 남에게 해주고 싶은 것 따위는, 뭐 하나 떠올리지도 못하는 주제에.
고통을 주고 싶다.
발로 차주고 싶다.
사랑스러움이라기보다, 뭔가 더욱 강한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