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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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지는 않으련다. 혼자 금 밖에 남은 자의 절박함과 외로움으로 잠깐 이성을 잃었었다는 핑계는 대지 않겠다. 저지르는 일마다 하나하나 의미를 붙이고, 자책감에 부르르 몸을 떨고, 실수였다며 깊이 반성하고, 자기발전의 주춧돌로 삼고, 그런 것들이 성숙한 인간의 태도라면, 미안하지만 어른 따위는 영원히 되고 싶지 않다. 성년의 날을 통과했다고 해서 꼭 어른으로 살아야 하는 법은 없을 것이다. 나는 그런 둔중한 무게의 단어들로부터 슬쩍 비켜나 있는 커다란 아이, 자발적 미성년.

​하나의 사랑이 완성되었다는 말은, 누군가와 영원을 기약하는 순간이 아니라 지난한 이별여정을 통과하고 난 뒤에야 비로소 입에 올릴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사랑할 때보다 어쩌면 헤어질 때, 한 인간의 밑바닥이 보다 투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가끔은 행복하게 사랑하는 연인들보다 평화롭게 이별하는 연인들이 더 부럽다.


​개인과 제도는 참 아이러니컬한 관계다. `나`는 제도 안에서 바껴나 홀가분하고 자유로워지기 위해 미친 듯 노력하지만, 한편으론 고독이라는 허기를 참지 못하고 체온을 나눌 `또 다른 나`를 찾아 헤매 도니까 말이다. 개인과 개인이 영원을 약속하는 순간, 제도가 탄생하는 그 모순을 뼛속 깊이 두려워하고 있으면서도.


​그저 그런 로맨스소설일 줄 알고 읽었는데 너무 좋은 소설이다. 어찌 그리 공감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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