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양으로는 잘 구분되지 않는 내적인 실질적 상태가 중요하다. 겉으로는 열심히 치열하게 읽고 쓰고 고민하는 듯 하지만, 그것이 결코 열심히 치열하게 읽고 쓰고 고민한 것이 아닌 경우가 얼마든지 많다. 열심히 읽은 것이 아니라 조급하게 읽었거나, 많이 읽은 것이 아니라 방만하게 읽었거나, 성의껏 쓴 것이 아니라 욕심껏 쓴 것이거나, 자기 도약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자기 도취에 빠져 쓴 것이나, 치열하게 고민한 것이 아니라 치졸하게 고민한 것이거나, 다양하게 고민한 것이 아니라 산만하게 고민한 것이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것이 아니라 혼자뿐인 시간을 가진 경우, 그러한 노력은 허사다. -363쪽
흔히 소설 3요소로 주제/구성/문체를 꼽는데, 세 요소가 개별적으로 연립하는 게 아니다. 구성은 전적으로 작가의 주제의식에 의존하고 있다. 소설 3요소 따위는 작가의 소설 창작 과정과는 무관한, 이론과 감상자들을 위한 관점일 뿐이며, 창작 과정과 관련해서는 차라리 '구현하고자 하는 강렬한 문제의식'과 '정밀한 언어기술 능력' 이 두 가지 요소가 필수적이고, 두 가지 요소만 갖추면 충분하다. -262쪽
그런 점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약자들의 모양새가 아니라, 도리어 강자의 특징이다. 니체의 구분처럼, 고귀하고 자유로운 자로서, 무엇보다 스스로 가치를 결정하는 자이며, 가치를 창조하는 자로서의 강자다. -236쪽
원고지에서부터 시작하려면 언제나 늦고 말 것이다. 창작을 시작하려면 원고지가 아니라, 언제나 지금/여기에서부터 '더 좋은 더 신나는 방법이 없을까?'하고 '지금/여기의 창작 강의 방법 및 라이프스타일'부터 스스로 지속적으로 '창작'해야 한다.-1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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