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언제나 돌아와
아가타 투신스카 지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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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림책이다. 독특한 기법으로 그림책을 만들어 온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가 그림에 참여했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라는 이름을 보자마자 이 책이 읽고 싶어졌다.


어두운 그림의 겉표지를 넘기면, 앞면지에 꽃 한다발을 안고 있는 한 여성이 보인다. 그 여성으로부터 꽃들이 하늘로 피어오르는 듯한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되었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그림을 볼 수 있는 그림책이라는 생각에 한껏 부푼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생각과 다르게 속표지 다음 장에는 장문의 글이 나온다. 글자도 일반 그림책의 크기보다 작다.

그래서 집중해 글을 읽게 된다.


어릴 적 엄마와 함께했던 폴란드를 떠나 이민자로 평생을 살아온 조시아 자이칙,

그녀가 들려준 이야기를 아가타 투신스카가 이 책에 옮겼다.



글을 읽다보니, 한 가족의 역사를 다루는 이야기다.

'나', 조시아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폴란드에서 이스라엘로 이주한 유대인 가족 중 한 명이다. 그녀의 할아버지는 모든 유대인이 함께 뭉쳐야 하고 서로 도와야 하기 때문에 게토(나치가 유대인을 강제 격리한 저주 지역)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쩔 수 없이 원하지 않았던 자식들도 함께 게토로 들어갔고, 가족들은 뿔뿔히 흩어지게 되었다. 게토에 남아 있던 조시아의 엄마는 그녀를 숨겨두고 어딘가를 다녀오곤 했다. 어린 시절을 지하실에서 보낸 조시아는 소중히 아끼는 인형, 엄마가 만들어준 주지아와 함께였다.


모두들 아이들을 잡아가려고 하고, 총으로 쏘려고 하고, 부모에게서 빼앗아 가려고 한다.

난 더 이상 아이가 되고 싶지 않다.

제발 다 컸으면 좋겠다.

어른이 되고 싶다. 항상 그렇게 생각했다.


이야기를 통해 조시아가 있었던 지하실의 풍경을 그려볼 수 있다. 엄마와 잠깐이라도 같이 있을 수 있었던 공간, 세상의 전부인 것만 같았던 지하실에서 그녀는 불운했다. 조시아가 지하실에서 엄마를 만날때면, 엄마는 조시아가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줬다. 그 이야기들로 조시아는 무섭고, 컴컴한 지하실에서 견딜 수 있었다.


조시아의 엄마는 어린 아이를 홀로 지하실에 숨겨두는데, 그렇게라도 해서 자식을 살려두고 싶었던 엄마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었다.


조시아의 엄마는 오랜동안 지하실로 돌아오지 않았다. 한 아저씨가 엄마의 부탁으로 조시아를 데리러 왔고, 아저씨를 따라 나선 조시아는 그녀를 길러 줄 아줌마를 만났다. 그 아줌마는 독일인들이 엄마를 죽였다고 했다.


이야기가 절망스럽게 끝이 날까봐 조마조마했다.


다행히도 조시아는 엄마를 만났다. 엄마는 독일군에게 고문을 당해 한 쪽 눈이 빠졌고, 그 자리에는 암이 생겨 조시아와 오랫동안 함께할 수 없었다. 아픈 엄마와 조시아는 이모가 살고 있는 예루살렘으로 갔고, 그곳에서 엄마는 죽었다.


엄마의 죽음에 몸부림치는 조시아가 표현된 부분에서는 그 모습이 그려져 가슴이 먹먹했다.

전쟁으로 잔인하게 유년시절을 보내야 했던 조시아, 세상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을 직접 겪은 그녀의 이야기는 정말 소설인 것만 같다.

문득 그녀를 살아가게 했던 것은 '그리움'이 아닐까싶다.

엄마, 엄마가 좋아한 것, 엄마와 함께 했던 시간들, 엄마의 언어, 엄마의 사랑, 나치로부터 아이들을 구해 낸 자랑스러운 엄마를 그리워하며 삶을 살아낸 것.


한 가족의 이야기로 그 시대의 참혹한 아픔이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누구에게도 다시는 일어나서는 알 될, 반복되어서는 안 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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