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의 심장은 천천히 뛴다
곽재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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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문학웹진 거울의 대표작가 곽재식작가의 새로운 작품

사기꾼의 심장은 천천히 뛴다.

어떤 소재의 작품을 쓰더라도 날카로운 풍자와 위트를 잃지 않으며, 이야기 본연의 재미를 가장 잘아는 작가로서 독자들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받는 작가이다.

 

고전적 스타일과 현대적 플롯을 절묘하게 접목시킨,

당신이 단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스타일의 소설이다.


 

사기꾼의 심장은 천천히 뛴다의 목차는 58개로 이루어져 있다.

언뜻 보기엔 '무슨 목차가 이렇게 많아?' 혹은 '목차가 왜 이래?'

라고 생각할 수 있다.

딱 보기에도 기이한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1. 어떻게 북회귀선을 통과한 태양의 고도가 기이한 이야기의 채록과 전파에 도움이 되었는가?

2.어떻게 제목이 뜯겨져 나간 고문서가 깊은 밤의 암흑 속에서도 관찰자의 관심을 끌었는가?


이 소설의 목차들은 모두 '어떻게 ~ 하였는가?' 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문장들은 모두 그 내용에 대한 질문이며, 이 질문의 답으로 내용이 적혀있다.

이 질문들을 이어가며 내용도 자연스레 이어져 간다.

마치 인터뷰를 하는 듯, 목차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는 기분이 들었다.

작가는 16세기 프랑스 풍자소설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을 생각했다고 한다.

이 책의 소제목들도 재미있는 제목들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하여 <사기꾼의 심장은 천천히 뛴다>의 소제목들도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을 떠올리며 지었다고 한다.


주인공이 출장 중 우연히 알게된 어두운 골목의 소년에게서 찾은 봉이비결, 이 책에 나온 룰렛게임의 방식을 통해 주인공은 평범한 직장인의 생활에서 새로운 생활로 빠져든다.

믿을 수 없는 봉이비결 속 방법을 확신하기위해 장난감룰렛, 컴퓨터, 보드게임카페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것을 확인하고, 확신하게 되는 주인공의 심정 변화가 자세하게 그려져있다.

홍콩에서 돈을 따고, 봉이비결을 통해 돈을 따는 것이 자연스러워보이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행동하는 부분이 치밀해보이기도 했다.

"도박을 좋아하는 한량이 오늘 따라 운이 좋아서 좀 따는구나 싶어 보이는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만들어나가는, 그 자연스러운 모습을 꾸며냈습니다." -p158

봉이비결의 수법대로 돈을 딸 수 있는 룰렛만 하지않고, 슬롯머신, 블랙잭 등 다양한 도박판에 손을 대며 자연스러운 모습을 만든 것이다.


이 책의 특이한 점으로는 각 장에 등장하는 사소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고 한다는 점이다. 보드게임 카페에서 만났던 알바생, 술 취한 취객, 홍콩 호텔 안내인, 치기공사 문제집을 보던 수험생 등 주인공이 만났던 인물들이 그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서술하였다. 보통의 책들과 다른 이 방식이 난 마음에 들었다. 왜냐하면 사실 플롯을 짤때 주요사건 위주로 서술하는 보통의 소설들과 다르게 이야기에 필요없는, 사소한, 잠시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과 존재이유가 세세히 계획되어지고 짜여져 이야기 속에 들어있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절대 흔들리지 않는 도박사! 주인공의 별명이다. 카지노에서 유명한 그의 별명, 그는 봉이비결을 통해 절대 지지않는, 필승전략을 알고있기에 그가 만들어낸 거짓 모습에도 불구하고 그는 절대 흔들리지 않는 도박사가 되었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은 달랐다. 그의 그녀를 마주친 순간, 마지막 판이 시작된 그 순간 절대 흔들리지 않던 그의 모습, 그의 심장은 급격히 뛰었고 정신이 혼란스러워져 결국 모든것을 건 마지막 판에서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으니 말이다.


이 소설의 플롯은 크게 보면 보통의 이야기 구조와 비슷하다. 하지만 세세한 작가의 의도, 그 내용들이 독자에게 보여주는 것들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했다. 이 소설만이 가지는 특별함을 느낄 수 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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