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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개인주의자가 된다 - 각자도생의 시대를 견뎌내기 위한 인간다운 삶의 조건
박상용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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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부터 22년 중순까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표현할 수 없는 통증으로 일상 생활과 개발 모두 제대로 하기 힘들었고, 그만큼 답변하지 못한 이메일이 많았다(다행이 지금은 지속적으로 호전중이다).

그렇게 읽지 못하고 쌓인 이메일 중에, 반가운 이메일이 있었다. 지금의 나의 일부를 구성하신 분으로부터 온 메일이었다.


대학시절 나는 모든 것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몇안되는 "배울 가치가 있는 수업"이 있었다. 그 중에는 "인간 가치의 탐색"과 "우리가 사는 세계"가 있었다. 그리고 박상용 교수님은 그 수업들을 주도한 분이셨다.

박상용 교수님은 자신이 쓴 책이 있는데, 어쩐지 내 생각이 나서 내게 직접 쓰신 책을 권유하는 이메일을 보내주신 것이다.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의 나는 세상에는 멍청이 아니면 내가 따르고 싶은 천재, 두 종류로만 사람들을 생각하고 행동했다. 그런 행동을 직접 목격하신 분 중 한분이시기에, 그 시절의 기행들이 떠올라 부끄럽기도 하고 너무 반갑기도 했다.


박상용 교수님의 철학 수업은 어찌보면 무언가를 창작하지 않고서는 가만이 있을 수 없던 기행꾼인 내게 꼭 필요한 수업이기도 했고, 나에게 게임 개발을 배우는 학생들에게도 분야가 다르지만 가치가 있는 수업이라고 알릴만한 것이었다.


그 분의 책이 나왔고, 나는 곧장 다 읽었다. 꽤 재밌게 읽었다. 하지만 건강 문제와 게임 출시 일정으로 소감을 쓰지 못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 책을 읽은 소감을 전하고 싶다.


이 책이 마음에 든 이유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은 개인주의인척 하지만 사실은 보여주기 식 삶을 사는 한국의 현실을 분석한 책이다. 그리고 보여주기식 삶이 만연한 시대에, 자랑으로 인생을 낭비하기 보다는 어떻게 충실하게 사람답게, 개인으로서 살아야 하나를 제시하는 책이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구성을 가지고 있다.

  • 개인주의란 무엇인가? - 다양한 고전과 인용, 사건 등을 통해 개인주의의 정의와 역사를 설명
  • 현대에 우리가 살고 있는 개인주의가 어떻게 왜곡되고 파괴되어 있는지 여러 사례를 거쳐 설명
  • 올바른 개인주의를 가지고 사람답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예제들

사실 한국의 왜곡된 개인주의는 외부인의 시선으로 봐야 더 잘보이는 바인데, 인생의 많은 부분을 독일에서 지내신 분이라 어느정도는 독일에서 온 외부인의 시선으로서 잘 까주신다.


나 개인적으로도 북유럽이나 미국인들과 연인으로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그들의 시선으로 살면서 "남에게 보여주기를 포기하는" 것이 얼마나 편하고, 행복한지 알기 때문에 공감한 바가 많다. 다만 일부 챕터에서는 독일인의 시선을 너무 드러내는 것이, 세상 모든 기준을 독일로 생각하시는 것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들순 있겠다.


하여간 이 책은 한국 사회에서 왜이리 보여주기 삶이 만연한지, 다들 힙하고 기쎄고 개인주의인 척하지만 개인으로서의 알맹이는 왜이리 없는지 철학과 교수님의 점잖은 언어로 하나씩 밝히며 "까는" 책이다. 

그렇기에 나처럼 한국 사회에 늘 화가나 있지만, 구체적으로 왜 그런지 정리하기 힘든 사람에게 재밌는 책이다(박상용 교수님은 점잖으신 분이지만, 아마 사실은 나처럼 늘 화가나있는게 분명하다).


진정한 개인주의자를 억압하는 사회는 행복하지 않고, 나는 화가 나있다.


조금 다른 주제지만, 나는 "진정한 아티스트와 진정한 창작자가 멸종하고 있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다. 어딜 가든 "인스타그래머블"한것이 강요된다. 진정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무시되고, 근본없는 "인스타그래머블"한 것들이 모든것의 기준이 되는 것에 매우 불만이 많다.

그리고 내 생각에, 그 이유는 사람들이 "남들의 부러움"을 사기 좋은 것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내가 가지고 있는 불만과 책의 내용이 겹치기 시작하는 부분이다. 사람들이 진정 가치있는 것이라고 해도, 남들에게 자랑할 수 없다면 존중해주지 않기 때문에, 진정 가치있는 것에 헌신하는 창작자들또한 실망하고 상처를 받고 사라져가는 것이다.

그럴수록 가짜 예술가와 창작자들이 넘쳐나고, 사람들은 잘나가는 척 하기 위해 이를 더 소비하면서 끝없는 싸이클에 빠지게된다.


기술은 강해지는데 우리는 나약해졌다.


과거의 과학과 공학은 사람을 달로 보내고, 나치의 암흑으로부터 세상을 구하고, 사람들의 손에 기술을 쥐어주어 소외된 사람들이 불운한 현실의 장벽에 갇히지 않도록 도왔다. 하지만 이제는 엄청난 연봉을 받는 엔지니어들이 사람들을 구하는 대신 어떻게 하면 비싼 자동차를 페이스북 페이지에 더 노출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이 책은 현대에 진정한 창작이 멸종당하고 있다거나, 기술이 더이상 사람들을 돕지 않는다거나 하는 문제에 대해 직접 다룬 책은 아니다(그런 내용을 다루고는 몇몇 챕터에서 있지만).

다만, 그런 불만을 가진 내게 있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았다. 그리고 이 문제의 원인이 어떻게 개인주의의 파괴에서 출발되었는지 알려준 것이다.


고독을 버틸 수 없는 사람들


이제 고독을 버틸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사람은 가끔 동굴 속에 있어야, 창조적인 행위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런데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으로 항상 연결되어있다보니, 그곳에 연결되지 않는 것을 너무나 두려워한다. 자랑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데 진정 사회에 기여하는 것보다는 빠른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남들로부터의 부럼움만 추구한다.

그렇기에 남들을, "남들은 나에게 부러움을 느낌으로서 나에게 만족감을 줘야하는 객체"로 다루게 되는 것이고, 이는 한국이 타인에게 배려가 없는 사회가 된 원인 중 하나이다.

부러우니까 자랑을 하고
자랑을 하니까 부러워지고
부러우니까 자랑을 하고
자랑을 하니까 부러워지고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어 가사 중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아"가 노래로 이런 세태를 까는 거라면, 이 책은 "부럽지가 않아"를 철학으로 풀어쓰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다. 옛날에는 그냥 안부러워하면 되었다. 안보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부 문서 조차 카카오톡으로 오고,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으면 누군가와 어울릴 수가 없다. 어떤 사회적 해택으로부터 소외당한다. 소외당하지 않고 연결되어 자랑의 사이클에 참가할 수 있는 대가로서, 개인으로의 내 인생을 낭비하게 된다.


나는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인스타그래머블하게 살고 싶지 않다. 인스타그래머블하게 끝없이 자랑함으로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과 스토리를 주고 받음으로써, 혼자가 되고 싶지않다.


내가 혼자가 된다면, 혼자 동굴에 들어가, 시간이 걸리는 무언가를 창조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내 창작을 보여주기 전까지 혼자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혼자가 되고 싶은것이다. 없는 것을 자랑하느라 혼자가 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내가 잘나가 보이는 이미지를 가지고, 인스타그래머블한 카페 앞에서 인스타샷을 찍느라 풍경을 즐기지도 못할것을 강요한다. 내가 '클라스'가 다르다는, '차이'가 있는, 플렉스를 할 수 있는 소비자임을 증명하느라 다들 바쁘다.


거기에 늘 화가 나 있는 상태라 나는 이 책이 재밌었던 것이다. 


다만 이 책의 내용은 "속편한" 진정한 개인주의로 살기 힘든 한국을 철학적으로 논하는 책인데, 타인에게 추천할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를 설명하기 힘든 단점이 있다.


다루는 주제가 넓고, 수많은 사례를 풀어놓고 있어서, 이 주제에 불만이 많은 사람들은 사례 하나하나 마다 공감할수 있는데, 이것을 모아 전달하고 하는 단 하나의 강력한 메시지가 무엇인가를 질문했을 때는 답변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건, 어떻게 보면 개인으로서 행복하게 살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의 강력한 메시지로 요약되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주의는 훈련이다. 훈련은 하나의 메시지가 아니라, 수많은 사례에 대해 매번 부딪쳐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교양은 그런 질문과 답을 익히는 다른 방법 중 하나다.


이 책이 말하고자하는 것 중 하나는, 내가 나답게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인지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을 인문학, 교양으로 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 그런 훈련과정은 답이 정해져있지 않고 모호할 수 있다.

우리는 스스로를 더 잘아는 더 나은 사람으로 훈련될 수 있다. 여기에 다른 사람의 시선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훈련은 묵묵함과 덤덤함을 필요로 하는 법이다.


보여주기 식 삶의 시대에 어쩐지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분노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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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개인주의자가 된다 - 각자도생의 시대를 견뎌내기 위한 인간다운 삶의 조건
박상용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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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예술가는 멸종해가고, 인스타그래머블한 것만 살아남은 시대, 조금의 고독도 버틸수 없어하는 사람들과 그러한 시대를 강요하는 시스템에 불만이 많은 사람이라면 공감할 여지가 많은 책이다. 나 자신의 동기를 통해 무언가를 만들어나가는 행위가 얼마나 가치있는지 이해하는 시대가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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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이 너의 모든 것을 바꾼다
리오 바바우타 지음, 허형은 옮김 / 경원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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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꾼 강렬한 책. 이 책은 나의 커리어에 집중하고 불필요한 모든 사물, 모든 타인의 기대를 버리게 도왔다. 이 책 덕분에 모든게 엉망진창이던 과거에서 벗어나 뛰어난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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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의 카발리어 19
가온비 지음, 쥬더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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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언제 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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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하 양과자점의 좋은 일 5
와카키 타미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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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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