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목마의 데드히트 - 개정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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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표현은 정신을 세분화할 뿐, 그건 아무곳에도 도달하지 못한다. 만약 어딘가에 도달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면 그건 착각이다. 사람들은 쓰지 않고는 배길 수 없기 때문에 쓰는 것이다. 쓰는 것 자체에는 효용도 없으며, 그것에 따르는 구원도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 회전목마의 데드 히트, 글머리

우리는 한참 동안 묵묵히 각자의 맥주를 마셨다. 그는 베이지색의 버튼다운 셔츠 위에 녹색의 캐시미어 스웨터를 입고, 테이블에 턱을 괴고 있었다. 가느다란 약지에는 은색의 결혼 반지가 반짝였다. 나는 그 손가락이 매력적인 아내와 젊은 애인을 애무하는 모습을 짐깐 상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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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 어른들의 성숙하고 굴곡된 다양한 감정 표출로부터 아이를 지킬 책임을 누가 떠맡는가 하는 것에 있다. 모든 사람들이 그 책임을 회피하거나 아이에 대해서 좋은 얼굴을 하고 싶어할 때, 그 아이는 확실히 버릇없는 아이가 된다.
무라카미 하루키, 회전목마의 데드 히트, 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

그러나 나이를 먹고 나름대로 성숙해짐에 따라 인생 전반에 대해서 좀 다른 견해를 갖게 된다. 요컨대 우리는 다양한 종류의 측면을 긁어 모아 성립한 존재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분리할 수 없는 총체라는 견해이다. 즉, 우리가 일해서 돈을 벌고, 좋아하는 책을 읽고, 선거에 투표를 하고, 프로야구 야간 경기를 보러가고, 여자와 자는 그 나름대로의 작업은 하나하나가 독립되어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같은 것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데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성 생활의 경제적 측면이 경제 생활의 성적 측면이기도 하다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회전목마의 데드 히트, 비 그치기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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