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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사치일까? - 여유 없는 일상에서 자꾸만 감정이 생기는 당신에게
벨 훅스 지음, 양지하 옮김 / 현실문화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많은 여성이 그렇듯, 나도 다른 상대를 다시 구하지 못할 거라는 경고를 무시할 수 없었다. 다른 무엇보다 그런 두려움이 관계를 필요 이상으로 길게 유지하게 만들었다. 결국 자유와 자아실현, 사랑에 대한 나의 갈망이 두려움을 이겨냈다. 그와의 관계를 떠나는 것은 내게 사랑의 포기가 아니라 다시 사랑할 수 있게 하는 몸짓이자 진정한 사랑의 탐색을 가능케 하는 자유의 몸짓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관계를 떠났고, 그건 기분 좋은 결정이었다.사랑을 알 수 없던 관계를 떠남과 동시에 나는 사랑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p. 36
다만 우리는 가부장제가 남성을 다루는 폭력적인 방식보다 사회적 평등을 쟁취하고자 하는 여성의 자율성에 훨씬 강렬하게 동조했을 뿐이다.
p. 62, 63
남자들은 속박 없는 공짜 섹스를 의미할 때면 여성의 성적 자유를 반겼지만 여성의 성적 주체성에 대해서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성적 주체성은 우리가 섹스에 대해 응할 권리뿐 아니라 거부할 권한을 포함하는 것이다.
p. 69
`바로 지금 이 시대에 남자를 사랑한다는 것`이라는 섹션에서 저자는 남성과 관계 맺고 있는 여자들이 사랑을 찾는 희망을 포기하고 그 대신 동맹과 보살핌이 주는 혜택과 즐거움을 받아들인 현실을 기록했다. (중략) 그들은 남자들이 정서적으로 성장해 더 사랑을 주는 존재가 되리라는 기대를 포기했다. 그들은 사랑하려는 스스로의 의지를 억압했다. 부정하고 억압함으로써 그들은 삶을 더 견딜만 한 것으로, 관계를 더 만족스러운 것으로 만들었다.
p. 87
남성들이 페미니즘 혁명을 진정으로 포용하지 않으려 한다면, 그들은 우리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정서적 위치에 있지 않다는 뜻이다. 현실을 마주한 우리는 마음이 아팠다. 공정하지 않은 사랑은 있을 수 없다. 결국 진보적인 남성들도 공적, 사적 영역에서 여성들과의 공정한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들과의 소통 역시 진정한 정치적 연대라고 볼 수 없다.
p. 98, 99
˝여자들은 집에 머무르며 아이를 돌보고, 남자들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여자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 가족 내의 중요한 결정은 모두 주택의 영주인 남성이 내렸고, 집은 비록 규모가 작을지라도 그의 성이었다. 중산층의 새로운 꿈이라는 체에 걸러지면서 낭만적 사랑은 길들여진, 지루하고 밋밋한 섹스리스로 바뀌었다.˝
p. 112, 113
그레이의 책 속에서 감정적인 교감에 관심이 적은 남성들은 언제나 정상적이고 당연한 것으로 다뤄진다. 남자들의 그런 정서적 성향을 당연히 여김으로써 그는 기본적으로 가부장제를 지지한다. 남자들이 정서적 무심함을 심리학적 테러리즘의 무기로 삼는다는 사실은 논의되지 않았다. 무심한 남자를 다루는 기술을 갖추지 못한다면 그건 여자의 잘못이었다. 그레이는 그런 기술을 알려줌으로써 여자를 구해주고자 한다. 예컨대 동굴로 숨어버리는 남자에게 상처받지 않으려면 계속 이야기하자고 그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식이다. p. 117
그러나 그들이 이미 남자가 수동적이라고 예상한다고 해서 곧 남자가 정서적으로 더 적극적이길 기대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들도 기대한다. 이때 발생하는 비극적인 아이러니는 가부장적 사고가 남자들에게 정서적 수동성을 남성성이라 믿게끔 사회화했다는 것이다. 사회적 훈련은 남녀 간의 차이를 만들어내 우리가 그것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하게 만들며, 이는 동시에 갈등의 토대를 이룬다.
p. 134
언어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학대의 주된 주체인 아버지는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돌보지 않았으며 이상화되지도 않았다. 희생적인 순교자로서 엄마들은 거의 항상 아이들을 계속 돌보며, 심지어 지배와 보살핌을 동시에 행했다. 실제로 종종 모성애적 사디즘은 여성들이 친밀한 사도마조히즘적 폭력과 사랑을 혼동하게끔 세뇌시켰다. 종종 남자들이 상대 여자에게 행하는 언어적 모욕은 여성들이 경험한 가부정적 엄마들의 지배와 처벌의 양식과 닮아 있다.
p. 136
여성들은 내게 반복해서 경고했다. 내 남자 파트너는 내가 자신의 섹시하고 반항적인 후배인 한, 그리고 자기가 우월한 멘토가 될 수 있는 한 내 지성에 신경 쓰지 않지만, 내가 그를 능가하고 추월하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그가 정말로 지지를 거둬들였고, 나는 내가 뭔가를 잘못했다고 느끼는 등 비이성적인 생각에 사로잡혔다.
p. 187
무뚝뚝하고 철저하고 직설적인 남성은 단호하고 유능하다고 여겨졌지만, 동일하게 행동하는 여성은 싸가지 없고 공격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p. 188~189
썅년으로 불리는게 근사하다고 생각한다면 사랑에 대한 경멸을 훈장처럼 여기는 것과 같다. 정서적 성장과 보살핌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가부장적 남자를 따라하며 그들은 `쎈` 페르소나를 즐긴다. (중략) 그들은 온전히 자아실현의 길을 택한 여자를 썅년으로 만드는 성차별적 관념을 지지함으로써 가부장제를 돕는 것이다.
p. 192
많은 여성은 사랑받지 못한채 혼자 남겨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여성의 자아실현이라는 페미니즘의 프로젝트를 외면했다. 물론 여성성에 대한 가부장적 평가절하가 훨씬 더 많은 여성을 사랑받지 못하고 홀로 남게 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p. 197
그들이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여성이 우리가 오늘날 남성이 지배하고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현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남성으로부터 혜택을 얻고 가정에서의 독재나 성적 학대와 같은 부작용이 없는 한 그런 현실을 좋아한다. 대부분의 여성이 직면하려 하지 않는 것은 가부장제를 지지하는 한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현실이다.
p. 211
여성들은 대부분 가부장제에서 남성의 불친절함이나 잔인함, 여성에 대한 경멸이나 반감을 바꾸고 싶어 한다. 너무도 많은 여성이 가부장제가 남성에게 잔인함을 요구하고, 폭력에 대한 의지에 따라 이성애자와 가부장적 남성성이 정의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은 정치적 현실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증거다.
p. 213
여자들은 남자를 처음 만나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가 위협적인지 아닌지를 빠르게 판단한다. 여성이 남성에게 처음으로 나타내는 반응이 두려움 혹은 안전에 대한 걱정인 한, 여성이 진심으로 남성을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은 오지 않는다.
p. 219
...파트너를 찾기 위해 살펴봐야 할 것들로 ˝개인적 성장과 정서적 개방, 진정성, 성숙도, 책임감, 높은 자존감과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꼽는다. 나와 면담한 여성들은 그중 한두 가지 항목을 충족시키는 남자조차 드물다고 말했다.
p. 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