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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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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 내부에서 의미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밖에서 생산된 기호로 그것을 대신할 수밖에 없다. (중략) 밖의 기호 속에는 스스로 확신할 수 있는 진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행의 문화는 열등감의 문화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놓인다. 권태롭다는 것이 삶의 그 의미의 줄기를 얻지 못해 사물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감수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유행에 기민한 감각은 사물에 대한 진정한 감수성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거기에는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온갖 것들에 대한 싫증이 있을 뿐이며, 새로운 것의 번쩍거리는 빛으로 시선의 깊이를 대신하려는 나태함이 있을 뿐이다.
유행과 사물의 감수성

기억만이 현재의 폭을 두껍게 만들어준다. (중략) 미학적이건 사회적이건 일체의 감수성과 통찰력은 한 인간이 지닌 현재의 폭이 얼마나 넓은가에 의해 가름된다.

윤리는 기억이다

˝낮에 잃은 것을 밤에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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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일기
다니엘 페나크 지음, 조현실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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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몸과 그의 정신은 함께 자라났고, 그 둘은 좋은 친구여서 놀랄 일이 생길 때마다 매번 다시 사귀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중략) 그런데 난, 뭔가 새로운 사건이 생길 때에만 비로소 내게 몸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p. 68

...자신의 모호하면서도 독단적인 느낌들을 `의견` `확신` `신념` 심지어 `감정` `생각`이라고까지 `정색을 하고` 말하면서 자신의 판단을 합리화하는 수많은 사람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p. 79

인간은 극사실주의 속에서 태어나 점점 더 느슨해져서 아주 대략적인 점묘법으로 끝나 결국엔 추상의 먼지로 날아가버린다.
p. 215

화장하고 있는 모나는 자기 자화상을 계속해서 고치는 렘브란트와도 같다.
p. 286

여자는 안 됩니다. 의사가 환자에게 말했다. 여자도, 커피도, 담배도, 술도 안 됩니다. 그렇게 하면 좀더 오래 살 수 있을까요? 의사의 대답. 그건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시간이 좀더 길게 느껴지긴 하겠죠.
p. 309

신사 숙녀 여러분, 우리는 몸이 있기 때문에 죽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죽음은 한 문화의 소멸입니다.
p. 377

`할 수 없어`로부터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까지는 한 걸음만 건너뛰면 된다. 그러나 건너는 동안엔 눈을 감아야 한다. 아주 꼭.
p. 412

내 몸과 나는 서로 상관없는 동거인으로서, 인생이라는 임대차 계약의 마지막 기간을 살아가고 있다. 양쪽 다 집을 돌볼 생각을 하지 않지만, 이런 식으로 사는 것도 참 편안하고 좋다.
p. 458

불쌍한 의사! 어차피 실패하도록 고안된 프로그램을 고치며 평생을 보내야 하다니.
p. 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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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사치일까? - 여유 없는 일상에서 자꾸만 감정이 생기는 당신에게
벨 훅스 지음, 양지하 옮김 / 현실문화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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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많은 여성이 그렇듯, 나도 다른 상대를 다시 구하지 못할 거라는 경고를 무시할 수 없었다. 다른 무엇보다 그런 두려움이 관계를 필요 이상으로 길게 유지하게 만들었다. 결국 자유와 자아실현, 사랑에 대한 나의 갈망이 두려움을 이겨냈다. 그와의 관계를 떠나는 것은 내게 사랑의 포기가 아니라 다시 사랑할 수 있게 하는 몸짓이자 진정한 사랑의 탐색을 가능케 하는 자유의 몸짓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관계를 떠났고, 그건 기분 좋은 결정이었다.사랑을 알 수 없던 관계를 떠남과 동시에 나는 사랑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p. 36

다만 우리는 가부장제가 남성을 다루는 폭력적인 방식보다 사회적 평등을 쟁취하고자 하는 여성의 자율성에 훨씬 강렬하게 동조했을 뿐이다.
p. 62, 63

남자들은 속박 없는 공짜 섹스를 의미할 때면 여성의 성적 자유를 반겼지만 여성의 성적 주체성에 대해서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성적 주체성은 우리가 섹스에 대해 응할 권리뿐 아니라 거부할 권한을 포함하는 것이다.
p. 69

`바로 지금 이 시대에 남자를 사랑한다는 것`이라는 섹션에서 저자는 남성과 관계 맺고 있는 여자들이 사랑을 찾는 희망을 포기하고 그 대신 동맹과 보살핌이 주는 혜택과 즐거움을 받아들인 현실을 기록했다. (중략) 그들은 남자들이 정서적으로 성장해 더 사랑을 주는 존재가 되리라는 기대를 포기했다. 그들은 사랑하려는 스스로의 의지를 억압했다. 부정하고 억압함으로써 그들은 삶을 더 견딜만 한 것으로, 관계를 더 만족스러운 것으로 만들었다.
p. 87

남성들이 페미니즘 혁명을 진정으로 포용하지 않으려 한다면, 그들은 우리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정서적 위치에 있지 않다는 뜻이다. 현실을 마주한 우리는 마음이 아팠다. 공정하지 않은 사랑은 있을 수 없다. 결국 진보적인 남성들도 공적, 사적 영역에서 여성들과의 공정한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들과의 소통 역시 진정한 정치적 연대라고 볼 수 없다.
p. 98, 99

˝여자들은 집에 머무르며 아이를 돌보고, 남자들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여자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 가족 내의 중요한 결정은 모두 주택의 영주인 남성이 내렸고, 집은 비록 규모가 작을지라도 그의 성이었다. 중산층의 새로운 꿈이라는 체에 걸러지면서 낭만적 사랑은 길들여진, 지루하고 밋밋한 섹스리스로 바뀌었다.˝
p. 112, 113

그레이의 책 속에서 감정적인 교감에 관심이 적은 남성들은 언제나 정상적이고 당연한 것으로 다뤄진다. 남자들의 그런 정서적 성향을 당연히 여김으로써 그는 기본적으로 가부장제를 지지한다. 남자들이 정서적 무심함을 심리학적 테러리즘의 무기로 삼는다는 사실은 논의되지 않았다. 무심한 남자를 다루는 기술을 갖추지 못한다면 그건 여자의 잘못이었다. 그레이는 그런 기술을 알려줌으로써 여자를 구해주고자 한다. 예컨대 동굴로 숨어버리는 남자에게 상처받지 않으려면 계속 이야기하자고 그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식이다. p. 117

그러나 그들이 이미 남자가 수동적이라고 예상한다고 해서 곧 남자가 정서적으로 더 적극적이길 기대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들도 기대한다. 이때 발생하는 비극적인 아이러니는 가부장적 사고가 남자들에게 정서적 수동성을 남성성이라 믿게끔 사회화했다는 것이다. 사회적 훈련은 남녀 간의 차이를 만들어내 우리가 그것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하게 만들며, 이는 동시에 갈등의 토대를 이룬다.
p. 134

언어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학대의 주된 주체인 아버지는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돌보지 않았으며 이상화되지도 않았다. 희생적인 순교자로서 엄마들은 거의 항상 아이들을 계속 돌보며, 심지어 지배와 보살핌을 동시에 행했다. 실제로 종종 모성애적 사디즘은 여성들이 친밀한 사도마조히즘적 폭력과 사랑을 혼동하게끔 세뇌시켰다. 종종 남자들이 상대 여자에게 행하는 언어적 모욕은 여성들이 경험한 가부정적 엄마들의 지배와 처벌의 양식과 닮아 있다.
p. 136

여성들은 내게 반복해서 경고했다. 내 남자 파트너는 내가 자신의 섹시하고 반항적인 후배인 한, 그리고 자기가 우월한 멘토가 될 수 있는 한 내 지성에 신경 쓰지 않지만, 내가 그를 능가하고 추월하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그가 정말로 지지를 거둬들였고, 나는 내가 뭔가를 잘못했다고 느끼는 등 비이성적인 생각에 사로잡혔다.
p. 187

무뚝뚝하고 철저하고 직설적인 남성은 단호하고 유능하다고 여겨졌지만, 동일하게 행동하는 여성은 싸가지 없고 공격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p. 188~189

썅년으로 불리는게 근사하다고 생각한다면 사랑에 대한 경멸을 훈장처럼 여기는 것과 같다. 정서적 성장과 보살핌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가부장적 남자를 따라하며 그들은 `쎈` 페르소나를 즐긴다. (중략) 그들은 온전히 자아실현의 길을 택한 여자를 썅년으로 만드는 성차별적 관념을 지지함으로써 가부장제를 돕는 것이다.
p. 192

많은 여성은 사랑받지 못한채 혼자 남겨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여성의 자아실현이라는 페미니즘의 프로젝트를 외면했다. 물론 여성성에 대한 가부장적 평가절하가 훨씬 더 많은 여성을 사랑받지 못하고 홀로 남게 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p. 197

그들이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여성이 우리가 오늘날 남성이 지배하고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현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남성으로부터 혜택을 얻고 가정에서의 독재나 성적 학대와 같은 부작용이 없는 한 그런 현실을 좋아한다. 대부분의 여성이 직면하려 하지 않는 것은 가부장제를 지지하는 한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현실이다.
p. 211

여성들은 대부분 가부장제에서 남성의 불친절함이나 잔인함, 여성에 대한 경멸이나 반감을 바꾸고 싶어 한다. 너무도 많은 여성이 가부장제가 남성에게 잔인함을 요구하고, 폭력에 대한 의지에 따라 이성애자와 가부장적 남성성이 정의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은 정치적 현실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증거다.
p. 213

여자들은 남자를 처음 만나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가 위협적인지 아닌지를 빠르게 판단한다. 여성이 남성에게 처음으로 나타내는 반응이 두려움 혹은 안전에 대한 걱정인 한, 여성이 진심으로 남성을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은 오지 않는다.
p. 219

...파트너를 찾기 위해 살펴봐야 할 것들로 ˝개인적 성장과 정서적 개방, 진정성, 성숙도, 책임감, 높은 자존감과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꼽는다. 나와 면담한 여성들은 그중 한두 가지 항목을 충족시키는 남자조차 드물다고 말했다.
p. 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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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떠나는 남자
로랑 그라프 지음, 양영란 옮김 / 현대문학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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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떠날 것이다.
p. 7

나는 그저 존경스러울 뿐이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그 사람은 그다지도 쉽게 희망을 가지고 원칙적으로는 결정적일 수밖에 없는 새로운 관계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걸까?
p. 74

내 주검을 어떻게 처리하든 그건 나와 상관없는 일이다. 나는 행복하게 죽을 것이다. 세상의 다른쪽 끝에서. 뱃사람들이 바다에서 죽듯이, 배우들이 무대에서 죽듯이, 자동차 레이서들이 자기 자동차 핸들 앞에서 죽듯이.
p. 77

떠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죽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나는 많이 죽었다.
p. 124

고통을 동반하는 개입은 절대 사절하라, 파트릭! 누구에게나 불행이 있는 법! 네 자리나 잘 지키면 모든게 다 잘 될 거야.
p. 128

사람들은 나한테 자주 내가 곰 같다고 말하곤 했다. 곰 중에서도, 다가올 봄날을 예비해서 모든 기능을 최대로 약화시킨 채 겨울잠을 자는 중인 곰이라고 했다.
p.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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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니다 -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Acquaintance Rape에 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로빈 월쇼 지음,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옮김 / 미디어일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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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많은 여자아이들은 수동적이고 나약하며 자기 의견이 없는 사람이 되도록, 직간접적으로(부모님, 선생님, 놀이친구, 혹은 대중문화가 만들어 낸 롤모델 등을 통해) 교육받는다. 또한 그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해서 아이처럼 두려움이 많고 독립심과 자립심이 부족한 상태로 머물 것을, 그리고 신체적 경제적으로 자신을 보호해줄 남자를 찾아갈 것을 요구받는다.
이러한 사회화 과정을 통해 여성들이 궁극적으로 배우는 것은 남자에게 보호받는 대신 성적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성적인 대가를 지불했을 때는 결혼까지 가는 게 더 좋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남녀 간의 데이트는 종종 `적절하게 주려는` 여성과 좀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남성이 벌이는 거래의 장으로 전락한다. 이때 여성이 성적 관계를 꺼리는 이유는, 성욕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성으로 대변되는 자신의 `상품가치`를 보호하도록, 즉 상대의 요구에 지나치게 쉽게 동의해서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대신 성적 `선물`을 조절해서 사용하도록 훈련되었기 때문일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상대 남성이 마음에 들었을 때 얘기다.)
p. 66, 67

즉, 남자아이들은 다른 남성의 가르침을 통해 언어적 비언어적 신호를 사용하여 이기적이고 무조건적으로 성관계에 접근하는 법을 배우고, 동시에 여성을 자기 자신의 바람과 욕구를 가진 평등한 파트너로서가 아닌 단지 성관계를 위해 쟁취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법을 학습한다.
이를 통해 남자아이들은 여자와의 관계에서 자신이 성적으로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며, 설혹 상대 여자가 내켜 하지 않아도 집요하게 구슬리며 포기하지 않는다면 결국 원하는 바를 쟁취할 수 있다고 인식하기에 이른다. 다시 말해 남자들은 어릴 때부터 여성들과의 관계를 단순히 경쟁하고 도전해야 할 과제로 보고, 자신의 육체적 사회적 힘을 이용하여 `체구도, 사회적 위치도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여성들)`을 제압하는 방법을 익히게 되는 것이다.
p. 98, 99

데이트 상대가 자신의 요구에 응할 때마다 그는 `전진`을 한 셈이고, 반면 거절을 당하면 `후퇴`를 한 것이 된다.
p. 159

하지만 그는 상대 여성, 혹은 상대 여성의 의사와 자신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배워왔다. 더군다나 그의 관심은 게임에서 이기는 데 있기에, 그는 그녀와 소통하려 하기보다 단지 동의를 얻어내고자 그녀를 압박하려 든다.
p. 159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이 남기는 또 하나의 후유증은, 피해 여성이 `남성`과 `성관계`에 두려움을 갖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건 이전에 두 가지는, 어쩌면 그 여성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안겨주는 요인이었을 수 있다. 그런데 피해를 경험한 이후 그것은 두려움과 분노, 혐오의 대상으로 변질되곤 한다.
p.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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