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 반야심경
텐진 갸초 지음, 주민황 옮김, 툽텐 진파 편집 / 하루헌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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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실제 책의 두께나 가벼움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앞부분은 실제로 그랬다.

처음에는 불교신자가 아니래도 읽을수 있는 교양서 처럼 느껴지다가 점점 어려워지더니 9장, 10장에서는 거의 에베레스트 수준이다.

왜냐하면 반야심경이 원래 그렇기 때문이다. 이 짧은 경전이 그리고 매일 같이 사찰에서 수백 수천번씩 암송되는 이 경전이 정말 혁명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무서운 경전이라고 할 수 있다.

불교를 믿는 사람에겐 사성제, 12연기는 절대적 진리다. 그런데 반야심경에서는 이것조차 다 깨부신다. 4성제, 12연기도 모두 공하고 실체가 없다고 부정한다. 부정한다는 표현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것이 궁극적 진리가 아니라 현상적 진리라고 말한다.

궁극적 진리와 현상적 진리를 구분하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선 중관사상과 유식사상까지 설명해야하니 이 책이 얼마나 어렵겠나.

아무튼 아주 쉽게 말하면 사성제, 12연기도 강을 건너는 땟목에 불과하지 강을 건넌 후 아깝다고 계속 지고 들고가야 할 것이 아니라는 애기와 비슷하다.

불교 경전 중 가장 짧고 가장 많이 암송되는 반야심경에 이런 무시무시하고 혁명적이고 대승에서 가장 어려운 중관과 유식을 모두 포함한 스토리가 있는지 아는 불자가 얼마나 될까.

이쯤하고 한가지 아쉬운 점은 에베레스트 수준인 9장과 10장에 역자주가 조금 쉽게 많이 달려서 독자들이 이해하는데 조금 편했으면 하믄 생각이 든다. 아마 일반 독자라면 9장과 10장에서 책을 덮을 수도 있겠다.

부처님은 인류 최초로 정신적 에베레스트를 올랐다. 그리고 그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길과 방법을 50년 동안 애기해 주셨다.

후대의 많은 불자들도 부처님이 오르신 길을 따라 에베레스트에 올라 가보고 아 그 길이 실제 이렇구나 부처님이 말씀하신 길과 방법이 이래서 그렇게 말씀하신거구나.

........그리고 아 내가 가보니 등산능력이 높은 사람은 이 길에서 약간 이렇게 가면 지름길이구나.

하고 나온게 반야심경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 실제 에베레스트를 오를때는 베이스캠프부터, 캠프원,투,쓰리 이렇게 계속 단계를 밟아가다 마지막에 정상에 올랐다. 부처님의 초기 말씀도 이와 비슷하다. 지혜든 수행이든 단계가 있고 단계별로 전진한다.

하지만 요즘 에베레스트를 오를 때는 이러한 캠프구축없이 무산소 단독등반으로 하루 이틀만에 오른다. 오히려 그 무거운 짐을 지고 오르내리며 4개의 캠프를 구축할바엔 무게를 줄이고 한방에 올라가는거다. 단 최고의 등반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시도한다. 라인홀트 메스너가 최초로 성공했고 등반계에선 혁명같은 일이었다. 이게 혁명적인 반야심경과 닮았다.

정신의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가장 짧고 빠르지만 가장 어려운, 최고의 등반능력을 가진 사람만이 시도할 수 있는 새로운 속공 루트가 반야심경이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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