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배 이데올로기에 저항한 불복종자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한 인물의 평전. 그 인물은 하워드 진이라는 우리와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다. 이 책을 읽기전까지 난 그에 대해 전혀 아는바가 없었다. 어디선가 들어본것 같은 이름. 그는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그의 업적은 무엇인가? 2010년 사망한 하워드 진은 100년전인 1922년 브룩클린의 가난한 유대이민자의 집에서 태어났다. 배운것 없고 똥구멍 찢어지게 가난했던 노동자 부모를 보며 성장한 그의 미래는 이미 그때 정해졌을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 느꼈던 처절한 가난과 그에 따른 불평등한 사회의 부조리함들을 그는 너무 일찍 깨달아 버렸다. 온몸으로 겪은 가난의 고통과 절망과 분노는 그를 노동자를 위한 민권운동가로 살아가게 만들었다. 지금의 미국은 나아졌지만 과거 미국도 우리와 같은 시절을 겪었다. 불합리한 사회는 반대급부로 저항세력을 양산해 낸다. 가난과 차별과 절망은 계급적 분노가 되고 불공정은 불복종으로 저항하게 만든다. 저자 아거는 외국 사람이 아닌 우리나라 사람이다. 처음 이름만 보고 외국저자로 알았지만 그는 여러 책을 낸 토종 작가다. 그런 그이기에 우리의 역사 속 굴곡의 시간들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폭압과 분노의 시절들을 겪어 왔던가? 우리 역사 속에는 하워드 진 같은 이가 훨씬 더 많음에 하워드 진의 인생이 어느정도 그려진다. 불공정과 억압의 역사라면 미국보다 우리는 몇십배 더 고수이고 훨씬 더 선배이기에 한반도에서 만들어진 한국판 하워드 진들은 수도 없이 많다. 아픔의 역사다. 우연적 재난이 아닌 법이 승인한 재난이라고 한 그의 말이 와 닿는다. 시민불복종이라는 지배 이데올로기에 맞선 저항운동을 평생을 통해 행하고 가르친 그의 인생은 감동을 주며 사람을 숙연하게 만든다. 하워드 진도 책도 저자도 좋은 만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