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안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꽤 괜찮은 회사들에서 오래 일했다.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열개쯤 있는데 만화로 그리고 싶었다. 10~15년쯤 걸릴것 같아 회사를 떠나 당장 시작하기로 했다는 말. 그렇게 이 시리즈가 시작이 됐다.시니컬하며 두루뭉술하게 말하지만 굉장한 자신감과 열정과 결단력을 느끼게 해준다. 저자의 인문학적 감성과 역사지식은 상당해서 프랑스와 프러시아 그리고 일본까지의 근대사를 재밌게 그려내고 있다.1997년 여름 한낮. 나는 미라보 다리위에 있었다. 세계카톨릭청년대회로 방문한 파리의 어느날 그렇게 미라보 위를 지나며 지나가는 각국 대회 참가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사진을 찍으며 파리의 햇살과 여유를 만끽했었다. 초록색으로 칠해진 작은 다리. 미라보는 그렇게 그리 특별할것도, 뛰어나게 아름답지도 않은 수수하고 평범한 다리였었다. 책은 그 미라보 다리를 유명하게 만든 기욤 아뽈리네르의 싯구절로 시작한다. 그것은 라 벨르 에뽀끄, 즉 아름다운 시대가 저물어 가던 시대의 끝자락과 시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시인은 단지 실연을 노래했을 테지만 역사의 뒤에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그런 생각을 덧붙일수도 있다. 인간 사고의 다양함이자 인문학의 한 재미이기도 하다.지금부터 150년전의 40년간의 시대. 전쟁이 사라진 유럽대륙의 평화의 아름다움. 하지만 그것은 가진자들의 것이었을 뿐. 동서양을 막론하고 좋은것은 언제나 귀족과 양반들의 것이었다. 제국주의의 광풍은 유럽을 시작으로 전 세계로 펼쳐졌고 발빠른 또는 약삭 빠른 일본은 서양문명을 일찍부터 받아 들이며 제국주의까지 받아 들였다. 명치유신으로 배우기도 했던 메이지유신을 거치고 쇼와시대에 일본은 군국주의를 부르짖으며 아시아를 향한 탐욕과 피의 역사를 시작하게 됐다. 아름다운 시대라 말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아름답지 않은 시대였다. 만화라 보기에 편하면서도 내용은 깊이가 있다.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