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에 있는 제목, 그리고 그 아래 있는 작은 글씨의 글.두 개를 이어 읽으면 그것이 바로 저자가 하고 싶어 하는 말이다. 글 쓰는 법이라던가 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등을 말하는 여느 책들과 달리 저자는 왜 쓰지 못하는가에대해 말을 한다. 나처럼 책을 쓴다는것에 일종의 경외감같은것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쓴 책인것 같아 읽으면서 찔리기도 하고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게도 만드는 조금은 불편한 책이다.저자가 일깨우고자 하는 대상에 속하는 내게는 아주 신선하게 다가 온다. 막연히 언젠가 책을 쓰고싶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는, 그렇다고 준비도 없이 쓴다는건 상상조차 못하고 그런식으로 책은 아무나 쓰는게 아니다라는 고정관념을 가진 나같은 부류에게는 색다른 충격을 준다. 쉽게 시도할수 없는것으로만 여겼던 책에 대한 가치관을 뒤바꾸려 하는.. 그래서 고정관념이 깊은 이에게는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다가올수도 있다. 저자도 그런 경험사례를 얘기 한다.저자는 책이란 그렇게 경건하기만한게 아니라고 말한다. 그저 쓰고 싶으면 쓰는것이라고.. 전문성을 가질때까지..준비 될때까지 기다리다 쓰는게 아니라고. 그런 생각의 많은 이들이 대부분 그렇게 기다리고 미루다 잊게 되는게 글을 쓰는것이라고. 몇년간 여러 작가의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그간의 내 고정관념을 수정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던 터였다. 과거 소설만 읽던 내게 책이란 읽는것이지 쓴다는것은 오랜기간 내공이 쌓여야만 가능한것이란 생각이었지만 최근 몇년의 책들, 특히 어리고 젊은 작가들의 에세이들을 보면 이 책의 저자의 말처럼 책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나 진지함에서 나온것이 아니라 가볍고 어려움이란 찾아볼수 없는 유희적 느낌들도 들었었다. 그런 책들을 보면서 처음엔 이렇게 쉬워도 되나? 글쓰는게 장난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가 세상은 이렇게 작가에게도 변화를 가져오는구나.. 옛날사람인 나의 생각이 잘못된것일지도 모른다..사고의 전환을 고민해 봐야할 문제다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 책을 보며 그 생각에 대한 확인하게 됐다.책이 가진 엄숙함도 세상처럼 변하고 있다. 책이란, 책을 쓴다는것은 어쩌면 심각하고 진지해야만 하는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