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그라나다에서 꼬르도바를 향해 가다보면 한참을 올리브 나무만 보게 되다 서서히 풍경이 바뀌며 그때부턴 끝도 없는 밀밭을 보게 된다. 예전 이슬람인들이 그 끝없이 펼쳐지는 밀밭을 보며(아마 밀이 다 익은 계절로 짐작) '황금의 물결'이라 이름 붙인 곳이 바로 꼬르도바이다. 이 책은 그 꼬르도바로 시작을 한다. 그라나다에 알함브라 궁이 세워졌던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을 이슬람이 지배하던 당시의 역사. 십여년전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갔을때 스페인 곳곳에 남은 이슬람의 흔적들을 보며 천여년전의 그 땅의 모습들을 상상해 보기도 했었다. 알함브라궁의 그 고요함속에 담겨진 역사의 치열함은 어떠했을까 하는.. 알함브라의 그 이국적인 모습은 역사의 증거였지만 잘 상상이 되지는 않았었다.칼리프가 십자군을 피해 도망쳤던 도시 하옌이 위에 끝없는 올리브 풍경의 그곳이다. 스페인 최대 올리브 생산지인 그곳에서도 역사는 그렇게 새겨지고 흘러간다.당시 여행을 다닌 곳들이 책 전반에 나열되어 천년전 그곳에 근대의 유럽이 오버랩되는 괴이한 추억놀이를 하게 한다. 내게는 화가 엘 그레코의 도시로 기억되는 똘레도가 300년만에 무슬림들을 몰아내는 레콩키스타(영토 회복)의 전환점이었다는것도 참 흥미로운 역사다. 레콩키스타로 500년의 무슬림의 역사를 종식하고 이어지는 역사들. 포르투갈의 건국역사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바다처럼 보일만큼 거대하던 떼쥬강. 그 떼쥬강을 가로 지르던 엄청나게 길었던 다리 바스쿠 다가마(내 기억에 17km로 기억된다.). 콜룸부스보다는 늦었지만 포르투갈에게 신세계를 열어준 포르투갈의 영웅이다.말레이시아 말라카를 간적이 있다. 회교의 나라에 남겨진 진한 유럽의 흔적들. 에이 파모사의 크라이스트 처치등 황토빛 건물과 색채부터 온통 포르투갈의 지배지였음을 알수 있게 하던 역사도시가 말라카였다. 교역도시였던 말라카는 현재는 말레이와 포르투갈과 중국의 문화가 혼재한 유물도시가 되어있다. 책엔 그곳으로의 여정이 눈에 보이듯 생생히 써져있다.스페인의 후원 덕에 신대륙을 발견하게 된 인류사의 인물 콜룸부스. 그의 인생은 영광과 비참함 모두로 덮혀 있다. 그가 있었기에 유럽의 식민정책에 불이 붙었고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는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 앞을 다투어 아시아와 남미를 점령하고 아프리카를 침탈하는, 식민정책과 노예화라는 인류역사는 그렇게 신대륙발견이라는 탐험정신으로 이원화 된 역사로 교육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제국주의에 희생된 역사를 가진 국가에 사는이로서 그들의 탐험이 마냥 감동적인 역사로만 다가오지는 않는다. 역사는 이긴자의 것이라는 말이 생각난다.역사에 있어 만약에라는 가정은 무의미하다고 하지만 만약에 무슬림이 십자군에 패하지 않았다면..콜럼부스의 항해가 실패로 끝났다면..유럽의 그 많은 국가들이 다른 대륙들을 땅따먹기 하듯 빼앗고 나누고 지배하는 식민의 역사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천년이 넘는 유럽의 역사를 쉽고도 재미있게 펼쳐낸다. 이베리아반도의 치열한 역사와 흥망성쇠를 너무도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피지배와 지배의 관점을 배재하고 보면 대항해라는 명제를 두고서 펼쳐지는 유럽의 역사가 상당부분 가보았던 곳 위에서 꿈틀대기에 더 생생하게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