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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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의 그 기쁨만큼-

그 때의 그 슬픔만큼-

그 때의 그 절망만큼-

 

 쪼그리고 앉아 여섯 시간을 읽고, 그 상처를 견디지 못해 여덟 시간을 자고, 다시 일어나 한 시간을 읽고,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죄책감부터 내려놓고 시작하는 아침이다.

 이십 대 초반에 다정한 이의 죽음을 마주하는 경험을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런 사람이 이후의 삶을 비관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죽은 이의 몫까지 더 힘을 내어 살아가겠다고 울며 다짐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상실한 것 중에 사람을 잃는 것만큼 정신나가게 하는 고통은 없다.

 내가 윤과 명서의 아픔에 손을 내밀어 잡을 수 있는 건 새벽이라 가능한 일이 아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그들처럼 새벽까지 기다려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쪽으로 갈게, 라고 말하는 사람임을 자신있게 여기던 나. 이젠, '언제나' 내가 그쪽으로 갈게, 라고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눈물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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