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잘한 일
박금선 지음,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성매매방지중앙지원센터 / 샨티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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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에서 벗어나는 일에는 굳건한 용기 한 움큼과 단호한 결단 한 주먹이 필요하다. 한 움큼과 한 주먹이라고 해서 그것을 가벼이 보아서는 안 된다. 그것은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미래의 나를 모두 던져 넣는 존재론적 결단이 필요하다. 익숙한 항구에서 벗어나서 바다로 나가는 일은 두렵고 떨리는 일이다. 한 움큼의 용기가 없어서 아직 항구에 정박해 있는 우리네 인생들이 여전히 많은 현실이다. 이 책은 그 한 움큼의 용기와 결단으로 자신을 바꾸어 나가는 용기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성매매라는 익숙한 환경에 안주하기 보다는, 고통스럽고 힘들고 인내해야 하지만 우리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평범'이라는 행복을 향해 항구를 떠난 항해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면, 그 결단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자신에게 주어지지 않았던 평범함을 찾기 위해 결단하고 부단히 노력하는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 책은 어쩌면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엄마, 누나, 여동생들이 간직한 (그렇지만 우리는 잘 몰랐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가 흔히 누리고 있는 따뜻한 저녁식사, 엄마의 관심, 아빠의 대화, 이성과의 알콩달콩한 데이트, 결혼과 육아를 꿈꾸는 사람들. 평범을 향해 가지만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머리가 아닌 육체로 써낸 글이다. 많은 책들이 저자의 머리 속의 생각들을 정리해 놓고 독자들에게 이해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르다. 그냥 7명의 여성이 육체에 써 내려간 삶의 기록이다. 이 책을 읽는 데에는 머리가 필요 없다. 들을 귀와 열린 마음, 그리고 따뜻한 시선이면 족하다. 그렇기에 누구나 읽을 수 있으며 억지 이해와 감동 요구하지 않는다.

 

 

이 책은 평범함을 꿈꾸는 7명의 이야기라는 같은 주제를 담지만, 담는 그릇(구성)이 다양하고 아기자기하니 예쁘다. 같은 재료를 어떻게 요리해서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서 느낌과 심지어는 맛조차 다르게 느껴지는 것처럼 이 책에 담긴 7명의 이야기는 박금선이라는 작가에 의해 이야기의 본질을 가장 잘 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요리되어, 각자의 이야기를 담기에 꼭 맞는 그릇에 담김으로써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시선을 잡아 끈다. 두 여성의 대화(평범에 대한 고찰)는 평범함이란 무엇인가 고찰하게 만들고, 엄마에게 보낸 딸의 편지(엄마와 내 안에 있는 괴물에게 커피 한 잔)는 진솔하면서도 생동감 가득한 말투와 이야기로 가득 차 있으며, 상담원 선생님들과 주인공의 밀당 이야기를 콩트(잔소리쟁이 여자들과의 동거)형식으로 구성한 이야기는 마치 유쾌한 단편 소설을 읽는 듯하다. 또한 일기와 편지 형식(나를 지켜주는 딸과 오뚝이)을 혼합한 이야기는 여자이자 엄마인 주인공의 상황과 심정에 독자가 기대어 울게 만들고, 다섯 가지 감정을 통해 주인공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글(내 맘대로 사전: 고마워, 두려워, 무서워, 미워, 어려워)은 쉽고 명쾌하게 읽히면서도 주인공의 삶 속에 나타난 감정을 고스란히 잘 전달하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은 책을 읽는 것, 즉 글에만 초점을 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느끼게 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책 사이사이에 놓여진 일러스트 작가 홍시야의 그림 책 속의 주인공의 고단하고 힘들었던 삶을 위로하는 듯 따뜻하고 부드럽게 이야기 전체를 포근함으로 안는다. 또한 디자인에 있어서도 편지 형식을 취한 글은 편지지 모양으로 내지 디자인을 하고, 에세이 형식을 취한 글은 내지 배경을 모눈 종이처럼 디자인함으로써 글의 형식을 디자인으로 극대화해서 보여주어 독자에게 이야기 자체가 더 잘 전달 될 수 있도록 만든다.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이 책은 평범을 향해 나아가는 조금은 '특별한'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특별함은 그녀들의 용기와 결단에서 나온다. '한 사람을 알게 되는 것은 하나의 우주를 알게 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여기에 7개의 우주가 있다. ! 이제 용기 있게 자신의 삶을 바꾸어가는 7개의 우주와 만날 시간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덮는 순간 당신이란 우주는 조금 더 따뜻하고 포근한 우주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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