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술 라디오 - 오래 걸을 때 나누고 싶은 이야기
정혜윤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누구에게나 한 대씩은 있다는 <마술 라디오>
저자가 사람들 가슴속의 라디오는 “자신들이 살면서 들은 이야기들, 그런데 잊히지 않는 이야기들, 잘했건 아쉽건 자랑스럽든 후회되든 잊히지 않고 반복적으로 혹은 기습적으로 생각나는 이야기들”로 만들어진 것이다.
20년동안 시사 다큐멘터리, 라디오 PD로 일한 저자가 여러 가지 이유로 편집돼 방송에 나가지 못한 이야기, 방송 후에 새로 알게 된 이야기, 이상하게도 잊히지 않고 오랫동안 가슴속에 남은 이야기 등을 모았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러나 대화를 해보면 흔히 볼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저자의 이야기가 더해지고,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었다.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사고 때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피해자들과 후손들을 취재하다가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들려 준다. 어머니가 히로시마 원폭의 피해자였기 때문에 자신이 자주 아프다는 걸 알게 된 남자가 처음 한 말이 “어머니의 잘못이 아니에요”라고 시작되는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선배의 동생 역시 어머니의 피폭으로 오른손을 쥔 채 태어났지만 진실을 알지 못한 채 힘들게 살아가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그 이야기는 또 최규석 작가의 <지금은 없는 이야기>에 나오는 주먹밖에 낼 줄 몰라 늘 가위바위보에서 지는 ‘주먹맨’의 이야기까지 흘러온다.
무심코 책을 읽다 보면 이야기가 이야기를 낳는 ‘마술 라디오’가 되는 것이다.이렇게 엮은 14대의 마술 라디오가 책 한권에 담겨 있다. 보통 사람들의 '마술같은 삶'의 이야기라 해서 제목이 마술라디오 였을까.
마술을 끊임없이 속삭이는 라디오가 그들의 마음속에 존재한다는 것. 누구에게나 있는 마술 라디오.
이때의 라디오란 자신의 안에서 반복적으로 들려오는 목소리라고 작가는 말한다. 혼자 있는 시간,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는 순간 찾아드는 생각들은 나만의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라는 것이다.
바로 우리 주변에 있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이지만, 그들의 마술 같은 이야기들 그 덕분에 우리 자신과 주변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고, 삶의 비밀과 진실을 발견하게 만든다. 책을 읽다보면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하고, 얼굴에 웃음이 번지기도 한다. 책은 친구에게 얘기하듯 처음부터 반말체로 써 있어서 더욱 친근함을 주어 편하게 읽을수 있고, 읽을수록 빠져들게 된다.
나의 가슴속의 라디오 주파수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많은 생각거리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