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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산행 ㅣ 테마 소설집
박성원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4월
평점 :
<한 밤의 산행>
'키스와 바나나'와 함께 출간된 테마단편소설집.
두권의 책을 모두 읽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지만, 단편집이라 드문드문 편하게 읽혔다.
사실 내가 잘 모르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고, 너무나 잘 아는 역사적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혹시나 하고 찾아 본 이름은 역시 검색으로 단번에 찾아 낼 수 있는 실존 인물이었고, 때로는 가상의 인물이지만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과거 고대의 인물부터 근대화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다룰 수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다.
문득 작가들의 상상력이란, 문학작품이 품고 있는 상상 속 세계의 표현이란 얼마나 위대한가가 느껴지고 각각의 이야기의 매력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다루는 시기와 대상 인물이 제각각이지만 그런 표면적 다양성 속에 문학적 공통적 관심과 지향이 깃들여 있음을 생각해 본다.
역사를 교훈의 산물이 아닌 기억이자 성취로서 무한한 상상을 펼치며 인물과 사건들에 상상력을 더해 서른을 갓 넘은 신예부터 40대 중후반 중견까지의 작가들이 자신의 개성대로 다루고 있는 이 작품들은 장르도 다르고 서체도 다르고 표현하는 방식도 너무나 다르다.
반어적으로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거 아시죠?' 에서는 늙은 철거민이 불 붙은 남일당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그 아들은 미국산 소고기 반대 집회에 나갔다가 물대포에 맞아 실명이 되며 다시 그 딸은 광우병에 걸린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했던 말을 제목으로 삼은 이 소설은 지난 정권이 저지른 해악에 대한 복수를 한마리 쥐에 집중시키는 인물을 등장시킨다.
김혜진의 '한밤의 산행'은 재개발 철거 용역인 남자 둘과 철거 반대 싸움에 나선 여대생 ‘인턴’ 시민운동가가 한밤중 산에 오르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용역들이 여대생을 납치해서 협박하고자 산속으로 끌고 들어간 것. 심각한 상황이지만 용역들의 서투르고 어리숙한 언행이 이어지면서 어울리지 않는 웃음을 자아내고 있지만 조롱과 날카로운 풍자를 드러내고 있다.
모든 작품 하나하나가 다시 진지하게 읽히고, 그들 모두의 이야기는 단지 하나의 이야기로만 끝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