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친구와 방금 헤어진 남자가 있다.
곧 죽을 것 같았지만 죽지 않았고, 대신 누군가 죽는 사고 현장을 목격했다.
곧 정신을 차린 그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인생을 글로 쓰면 대단한 작품이 될 거라고 말하며. '하다못해 파울로 코엘료라도 되겠지' 남자는 생각한다.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에는 끊임없이 죽음이 등장하고, 하도 많다보니 이제는 '죽음'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한 단어인지, 별 의미가 없는지, 그냥 마침표같은 의미인지, 블랙코미디의 극단적인 형태인지 알 수 없는 지경이 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페이지를 넘기며 나도 몰래 '죽음'이라는 단어를 눈으로 쫓아가고 있다는 것. 끊임없이 이어지는 기기묘묘한 상황과 주인공의 청산유수같은 말빨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 소설, 물건이다. 곱씹어 읽다보면 또 슬몃 웃음이 나오는 부분이 새로 생길 것만 같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