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신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폭풍과도 같은 소설_ 홍수 



누구나 그런 시절이 있다는 걸 안다. 몸 안에 비가 내리는 시기. 차고 넘쳐서 흘러내리는 시기. 청년 르 클레지오는 그 시기를 한 편의 소설로 묶어냈고, 이 소설은 청년인 르클레지오만이, 그 때 만 쓸 수 있는 폭풍같은 소설로 남았다.

도시 문명으로 나타나는 모든 것들과 주인공 프랑수아 베송은 대립한다. 프랑수아 베송은 비록 거대한 문명 속의 작은 개인이지만, 그가 독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더욱 거대하다. 한 아이가 어른이 되기까지의 성장과정. 이것은 마치 어려운 미션을 뚫고 성장통을 앓듯, 성인식을 거행하듯 어렵고 거대한 일이다. 그리하여 오감을 통해 받아들여야 하는 언어의 형태로 르 클레지오는 이 성인식을 이야기하고, 소설 속에서 프랑수아 베송은 혹독한 성인식을 치른다.  

 

폭풍우와도 같은 내면을 이기지 못하고 거리를 배화하는 베송, 조제트와 마르트를 만나고, 어린 시절 쓴 소설을 발견하고, 광견병으로 죽어가는 개와 구경하는 사람들을 보고, 자신이 쓴 모든 것을 불태우는 베송은 변화의 소용돌이로 가득한 자신을 뒤로 하고 한 단계 탈피하는 누에고치와 다르지 않다.

성장에 있어서 그 모든것들이 성장하는 이의 내면에서 어떻게 소용돌이치고 가라앉아 고요해지는지, 청년 르 클레지오는 자신의 내면을 깊이, 누구보다 깊이 들여다보고 서술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온 몸으로 받아들여 읽어야 하는 이런 폭풍우같은 소설이 탄생한 것은 아닐까. 그때의 르클레지오만 쓸 수 있었던 소설. 이 소설은 그런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