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노
제럴딘 매코크런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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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을 경험한 모든 사람들에게_ 시라노

영국에 <로미오와 줄리엣>이 있다면 프랑스에는 <시라노>가 있다. 본인은 자신없어 하지만 우아하게 큰 코를 가진 시라노. 누구보다 아름다운 언어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군인.

먼 친척 록산을 향한 열정을 품고 있지만 록산이 사랑하는 이는 그의 근위대에 속한 잘생긴 크리스티앙이다. 시라노는 크리스티앙의 대필자로서 그녀에 대한 사랑을 편지에 쏟아붓고 크리스티앙과 록산은 결국 결혼에 이른다.

창마다 대낮처럼 불을 밝힌 록산의 집이 몇 걸음 앞쪽에서 범선처럼 이리저리 흔들거렸다. 지금쯤 집 안에서는 크리스티앙이 달처럼 하얀 제병祭餠을 받아먹으려고 입을 벌렸다가 다물고 그것이 혀끝에서 녹아내리는 감촉을 느낄 것이다. 크리스티앙이 록산과 결혼식을 올린다. 그가 시라노의 하늘에서 달을 빼앗아 삼켜버리면 시라노에게 남는 것은 어둠뿐이다. _89쪽

그러나 전쟁으로 그들은 서로 헤어지게 되고, 시라노는 전쟁터에서도 틈틈히 록산에게 크리스티앙의 이름으로 편지를 쓴다. 죽는 날이 되어서야 록산에게 자신의 본심을 말할 수 있게 된 시라노는 그녀에게 자신이 썼던 그 사랑의 구절들을 읽어주며 죽어간다.

 산더미처럼 많은 깃펫이 닳아 없어지고 잉크가 강물처럼 흘렀다. 그가 그렇게 편지를 쓰는 이유는 록산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움으로써 그녀를 향한 갈망으로 터질 듯한 가슴을 비워내기 위해서였다. _104쪽

누구보다 열정적이며 용맹한 군인이었지만 사랑 앞에서 너무나 나약했던 군인이자 시인은 프랑스 역사에 길이 남았다. 그리하여 여러 다른 소설 속에도 등장하고, 연극으로, 뮤지컬로 계속 재창작된 것이다. 본래는 희곡이어서 줄줄 스토리로 읽히기는 어려웠던 시라노를, 제럴딘 매코크런은 소설로 옮겼다. 캐릭터 뿐만 아니라 언어 유희, 그리고 마음 찡한 감정선까지.

조금 더 깊이있는 글의 맛을 느끼고싶은 독자라면, 희곡보단 이 메코크런의 소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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