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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ㅣ 밀란 쿤데라 전집 9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12년 5월
평점 :
이 책에서
기억에 남았던 구절들.
인생의 본질.
삶의 위대함.
삶! 삶! 인생말이에요!
당신이 삶이라고 부르는 것은 무엇인가요?
인생의 본질은 삶이 지속되게 하는 거야.
그건 출산이고 그에 선행하는 성교,
또 그보다 앞서는 유혹,
그러니까 키스,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 팬티,
멋지게 재단된 브래지어,
그리고 사람에게 성교를 가능하게 하는 모든 것,
다시 말해 먹거리지.
요새는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불필요한 성찬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는 먹거리,
그리고 먹었으니 배설도 중요하지.
생리대, 기저귀, 세제, 먹거리,
이것이 인간의 신성한 순환 계통이고
우리 임무는 이를 발견하고 포착하고
정의할 뿐 아니라 그걸 미화해서
노래로 바꾸는 거야.
우리 영향력 덕분에 생리대는 거의 모두
핑크색인데 친애하는 부인,
불안해하시는 부인께 내가 적극 권장하는 바인데
바로 이렇게 시사하는 바가 아주 큰 이런 사실에
대해 숙고해 보시란 말이지.
예쁘게 화장한 참혹이고
우리 모두 참상의 분장사군요!
삶의 위대함은 어디에 있단 말이에요?
우리 운명이 먹는 것. 성교, 생리대에 달렸다면
우리는 누구일까요?
우리가 고작 이런것만 할 수 있다면
흔히 말하듯 우리가 자유로운 존재라는 사실에
어떤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까요?
우리의 유일한 자유는 회한과 쾌감 중 하나를
선택하는 데 있다고.
모든 것이 무의미한 것이 우리 운명이니
그것을 결점처럼 끌어안고 살지 말고
즐기는 법을 알아야만 한다.
무엇을 위해 사는가?
우리가 왜 여기에 있는 걸까요?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 걸까요?
죽은 자들은 잊어버리고 삶에 대해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