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에 미쳐서
아사이 마카테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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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채에 미쳐서. 원제는 스카탄 すかたん.


오사카 사투리로(간사이벤) 어리숙한 사람이나 그런 태도, 혹은 '낚였다(속았다)!' 할 때 쓰는 표현이라고 한다.


원작의 말맛을 더 살렸다면 아마도 제목이 '아휴 칠칠아!'가 되었을 테니, 아무래도 '야채에 미쳐서'라는 제목으로 옮긴 것이 그럭저럭 괜찮은 느낌이다. 베스트라기엔... 본문의 내용이 기대보다 훨씬 재미있기도 하고, 딱히 '야채에 미쳐서' 내용이 마구 진행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1800년대 초반의 오사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역자 후기를 보면, 실존 인물과 실제 장소들이 고스란히 사용되었다고 한다. 시대 소설인 만큼, 각주가 여러군데에 달려 읽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소설은 아주 집중해서 읽을 때 속도감이 있게 읽어 나가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이 책은 그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온통 모르는 지역에, 모르는 가옥의 풍경과 습성 등에 딸린 각주(역주)들이 툭툭 발목을 잡았다. 초반엔 끈기있게 그 설명을 읽고 지나갔지만, 후반부에 접어들어서는 모른 척 하고 그냥 소설을 마저 읽었다. 하지만 오사카나 일본 문화에 대해 도통 모르는 사람이라면 꼼꼼하게 살펴 읽는 것이 상상력을 무궁하게 펼치는 데에 도움이 될 듯 하니, 인내심 있는 독자라면 차분히 함께 읽기를 권한다. 역자가 이를 위해 참고문헌을 많이 살핀 듯!


예를 들어, '장어'를 먹는 부분에서도 에도에서는 할복의 이미지를 피하기 위해 등을 갈라 굽고, '오사카'에서는 속을 터놓는다는 의미가 있어 배를 갈라 굽는다는 역주가 흥미로웠다.



다시 본문의 내용으로 돌아와서, 1800년대의 ‘에도’ 사무라이와 ‘오사카’ 상인의 대비되는 태도가 잘 보여서 조금 우습고 재미있었다. 죽은 남편이 사무라이였던, 에도 여자 지사토. 오사카 야채 를 아주 크게 취급하는, 상인의 아들 세이타로. 이 두 사람이 아웅다웅하며 음식을 먹고, 야채의 신선도를 얘기하고, 밭에 무를 심었다가 쑥 빼었다가 강판에 갈아 먹기도 하고, 찜으로 쪄 먹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이 배고파졌다.


소설 속에는 각종 먹을 것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그리고 주인공인 ‘지사토’는 정말 열심히 먹는다! 밍숭맹숭한 음식을 먹으며 지냈던 지사토가 오사카 청과물 상인(세이타로)의 집에 들어가 하녀로 살게 되면서부터, 음식의 참맛을 알게 되고… 사람들이 꼭 한마디씩 할 만큼 (지사토 씨는 정말 잘 먹네요. 싱글싱글 웃으며 먹네요.) 맛깔나게 먹는 묘사가 들어간다.

잘먹어서 최고야 지사토...


그만큼 우리에게 친숙하고 널리 알려진 일본의 부엌, ‘오사카’의 이미지가 잘 담겨있다. 혹시 이러한 일본 속 오사카의 이미지를 잘 모르더라도, 오사카 하면 흔히들 떠올리는 ‘타코야키’, ‘오코노미야키’ 등의 먹는 것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준비는 충분히 잘 되어있는 셈이다. 그 동네는 뭐든 맛이 있다는 것이 소설 속 핵심 이야기의 축이니까.


중심 인물은 지사토, 세이타로이지만 주변 인물들의 됨됨이도 아주 바르고 따뜻했다. 지사토가 모시게 된 안주인 ‘시노’라든가, 함께 일하는 부엌담당 오카네. 오래도록 한 집에서 일하고 있는 조베에 같은 인물들이 좋았다. 이 인물들과 거리를 헤매고 맛난 간식을 사먹고, 찻집에 불쑥 앉아 떡 하나를 이쑤시개로 콕콕 찍어먹는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다. 이런 묘사가 인물을 실감나게 만드는 요소였다.


오사카에 간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거기서 맛있게 먹고 돌아온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결말까지 아주 부담없이 순식간에 읽히고, 나처럼 ‘시노’에게 반할 것! (ㅋㅋ) 결말에 대한 예측은 꽤 앞부분부터 가능한데 추리물도 아니고… 그냥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재미로 끝까지 다 읽었다. 그래도 정말 최후의, 최후의 마지막 장면은…. 예상 못 했다. 세이타로가 그정도까지 스카탄이었다니…



오사카를 배경으로 한 만큼, 간사이벤이 잔뜩 등장한다. 입말을 살리려고 역자가 여러모로 애를 쓴 것이 보였지만, 한계도 있는 까닭에 원서가 궁금해졌다. 질펀한 간사이벤을 작가가 어떻게 사용했을지 궁금하다.


또, 코단샤(講談社)에서 나온 책이길래 원래 표지는 어땠지? 하고 찾아보니... 숙연해졌다.


원서 표지, 스카탄(야채에 미쳐서)

국내판 디자인이 정말 예쁘구나.

표지는 물론이거니와 전체적인 내지 디자인까지 무척 예뻤다.

챕터마다 표지에 쓰인 야채가 속속들이 쓰였는데,

본문의 내용과 잘 어울려서 읽는 재미가 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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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남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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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 과거부터 이름난 작품이라 읽고 싶었는데, 코로나로 도서관도 문 닫고요... ㅡㅡ 하... 새 번역 새 표지라 하니, 주문했습니다! 기대되는 마음 잔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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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에 미쳐서
아사이 마카테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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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사게 된 계기가 다소 우스운데, 요즘 비거니즘 도서를 마구 사들이고 있어서 표지와 제목만 보고 관련 서적인줄 알고 샀다. 소설이라 깜짝 놀랐지만 디자인도, 내용도 모두 훌륭해서 아주 기쁜 독서가 되었다. 등장인물들이 맛깔나게 음식을 먹는 걸 보면 참 배고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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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여행자
무라야마 사키.게미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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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도 서점 작가 작품이래서 간만에 구매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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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후의 숲 - 조경란 짧은 소설
조경란 지음, 이정환 그림 / 스윙밴드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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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주변에 많이 선물하고 싶은 책입니다. 일러스트도 아주아주 예쁘고 소설도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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