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에 미쳐서. 원제는 스카탄 すかたん.
오사카 사투리로(간사이벤) 어리숙한 사람이나 그런 태도, 혹은 '낚였다(속았다)!' 할 때 쓰는 표현이라고 한다.
원작의 말맛을 더 살렸다면 아마도 제목이 '아휴 칠칠아!'가 되었을 테니, 아무래도 '야채에 미쳐서'라는 제목으로 옮긴 것이 그럭저럭 괜찮은 느낌이다. 베스트라기엔... 본문의 내용이 기대보다 훨씬 재미있기도 하고, 딱히 '야채에 미쳐서' 내용이 마구 진행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1800년대 초반의 오사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역자 후기를 보면, 실존 인물과 실제 장소들이 고스란히 사용되었다고 한다. 시대 소설인 만큼, 각주가 여러군데에 달려 읽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소설은 아주 집중해서 읽을 때 속도감이 있게 읽어 나가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이 책은 그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온통 모르는 지역에, 모르는 가옥의 풍경과 습성 등에 딸린 각주(역주)들이 툭툭 발목을 잡았다. 초반엔 끈기있게 그 설명을 읽고 지나갔지만, 후반부에 접어들어서는 모른 척 하고 그냥 소설을 마저 읽었다. 하지만 오사카나 일본 문화에 대해 도통 모르는 사람이라면 꼼꼼하게 살펴 읽는 것이 상상력을 무궁하게 펼치는 데에 도움이 될 듯 하니, 인내심 있는 독자라면 차분히 함께 읽기를 권한다. 역자가 이를 위해 참고문헌을 많이 살핀 듯!
예를 들어, '장어'를 먹는 부분에서도 에도에서는 할복의 이미지를 피하기 위해 등을 갈라 굽고, '오사카'에서는 속을 터놓는다는 의미가 있어 배를 갈라 굽는다는 역주가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