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이라거나 '장난'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웃지 않는다. 어머니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의 미간은 "폭 파인다." 대개 '무례함'이나 '공격'이다. 하지만 아주 가끔 웃을지 말지 고민된다고 생각하면서 벌써 얼굴은 산뜻하게 웃고 있는, 카타르시스를 주는 농담도 있다.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해결하려다 잊었거나 묻어 두어서 팽팽해진 긴장감, 우울감, 불안, 공포같은 것이 '탁' 하고 끊어지면서 해소된다. 웬만한 통찰력이나 기술가지고는 어림도 없는 농담이다. 어설프게 시도하면 분명히 탄식을 부르게 될 것이다. 『농담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무례하지도 공격적이지도 어설프지도 않고 산뜻한 카타르시스를 주는 농담같은 이야기들로 채워져있다. 단발적으로 치고 빠지려는 농담들이 아니라 농담같은 상황들이 있고 다 읽고 나면 분명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인데 웃기고, 뭔가 찝찝해야 될 것 같은데 후련하다. 근엄하기에는 답답하고 민망한데 유쾌하기에는 어설프고 부족해서 혼자서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진지함과 게으름 사이 어딘가에 무겁게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는 나 같은 독자를 후련하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다.

    책 표지를 비롯해 내지의 그림들도 글만큼 위트있다. 한눈에 봐도 쨍하고 재치있지만 자세히 보면 글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으면서 단독으로도 즐겁다. 내공이 있는 전문가들이 각자의 일에서 실력을 발휘하면 이런 책이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혼자 방에서 몰래 웃음을 주체하지 못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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