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간 친구 1
하즈키 맛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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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난… 친구에 대한 기억이 일주일만 지나면 사라져버려."

 

항상 외톨이로 지내는 같은 반 아이 후지미야 카오리가 고백한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세 유키는 후지미야와 친구가 되길 원한다.

일주일의 기억을 조각조각 잇고, 돌고 또 돌면서

두 사람은 친구가 되어간다. 몇 번이든, 몇 번이든―.

'친구'를 둘러싼 청춘 그래피티가 시작됩니다.



 

일주일간 친구. 아마 나처럼 매 분기마다 애니메이션의 신작 리스트를 꼬박꼬박 챙기거나, 분기별로 애니메이션을 꾸준히 보아왔던 사람이라면 이 작품을 보았건, 보지 않았건 머릿속 한 켠에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작품명이 아닐까 싶다. 국내엔 올해 3월 즈음에야 정식 발매가 되었지만, 애니메이션으로써는 13년에 제작이 발표되어 2014년 2분기, 4월의 신작으로 이미 국내에도 정식 자막 방영이 되었던 작품이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을 보았던 사람이라면 대략적인 느낌은 알 거라 생각하는데, 전체적으로 포근하고, 작화도 보들보들한 느낌이다.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우정과 사랑을 아슬하게 넘나드는 청춘 치유계 느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느꼈었다.

애니메이션으로 관심을 가지면 자연스레 원작 쪽으로도 시선이 넘어가게 되는 법이다. 그래서 원작을 찾아보았었다. 원작에서만 느껴지는 특유의 포근함. 작화가 표현했던 포근함보단, ...조금 과장하자면 몇 배로 더 폭신폭신 보드라운 느낌이 들었다. 1권 표지가 그리고 있는, 후지미야를 향한 하세의 시선에 단숨에 매료되어 일본어의 가능 여부는 따지지 않은 채 원서를 냅다 구매했던 기억이 있다. 눈 앞에 나란히 꽂혀있기도 하고. 아, 이건 갖고싶은 분위기야. 라고 생각했었기에 생각한 건 바로바로 실천해버린 그런 경우였달까. ...뭐, 결국엔 읽지를 못하니 대강 눈대중으로 애니메이션과 맞춰가면서 분위기만 캐치하고는 그대로 한 켠으로 밀어버렸지만.

그리고 잠시 잊고 있었다. 원작이 정발되고 리뷰도서로 골라 받고 나서야 다시 새록새록 떠올랐다. 이젠 한글이니 읽을 수 있어! 라는 기쁨이 먼저 들었다. 다시금 작년의 느낌을 느끼며 후지미야에게, 하세에게, 이 작품 자체에 푹 젖어들고 싶었기에 한 장씩 천천히 넘겨가며 느낌을 손끝에 새겼다. 표지 일러스트는 다시 봐도 포근하다.

난 즐거웠던 기억이 월요일만 되면 사라져버려.

후지미야 카오리라는 같은 반 여자아이. 하세 유키가 친구가 되고 싶어 했던 여자아이. 사소한 우연이 계기가 되어 하세는 후지미야와 친구같으면서도 친구가 아니라는 묘하게 딱 선이 그어진 관계를 이어가게 될...것 같았으나, 금요일, 일주일이 다 되어 갈 즈음, 보통이면 다음주에 또 보자-라는 약속을 할 법한 그런 날에 하세는 청천벽력같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친구가 아니어도 좋으니 천천히, 같은 뉘앙스로 선이 그어졌음에도 같이 대화도 나누고, 게임도 하고, 도시락도 먹고,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며 교실에선 보여주지 않던 후지미야 카오리의 모습까지도 잔뜩 마주했건만, 대뜸 돌아온 말은 '이제 나한테 말 걸지마, 전부 잊어버리고 모르는 척 해 줄래?' 같은, 전혀 납득이 될 리도, 납득하고 싶지도 않은 말이다. 그렇기에 반박했다. 말이 되냐고, 그럴리가 없지 않냐고.

하세는 그를 계기로 후지미야에게서 그녀의 비밀을 귀띔받는다. 난, 즐거웠던 기억이 월요일만 되면 사라져버려. 사이좋았던 사람, 더 같이 있고 싶은 사람에 대한 기억도 전부, 일주일이면 리셋되는거야. 친구에 대한 기억은 없어.

​솔직히 말이 될리가 없잖아? 물론 이 작품도 만화기는 하다만, 그거야 겉에서 보는 독자의 입장이고. 하세의 입장, 그러니까 그 쪽 세계에서는 후지미야의 일주일마다 기억이 리셋됩니다- 같은거 절대로 소설에서, 만화, 드라마에서밖에 볼 수 없는 내용이다. 절대 못 믿을걸. 그럼에도 하세는 용기내어 후지미야에게 다시 한 번 더 친구가 되어줄 것을 부탁한다. 매 주, 이렇게, 다시, 몇 번이고 내가 네게 친구가 되어달라고 말해줄게. 나와 친구가 되어주지 않을래요?


 


감정선이 참 예쁜 만화다. 후지미야와 하세의, 막 친구라는 이름 하에 맺어진 풋풋하고 사랑스럽지만 애달픔이 공존하는 묘한 관계가 참 예쁜 만화다. 아슬한 감정선과, 서로를 향한 마음, 때로는 엇갈리며 이리저리 흔들리는 줄이 참 예쁘다. 무조건 숨기려고만 하지 않는, 솔직하게 전부 드러내보이는 나약함이 오히려 반짝거리며 빛나는 모양새가 예쁘다. 매 주, 몇 번이고 새롭게 친구라는 관계를 시작하지만 두께는 더욱 더 견고해지는 것이 사랑스럽다.

우정 이상 사랑 이하, 어쩌면 한 쪽은 깨닫지 못했을 뿐 이미 사랑 이상의. 밸런스는 살짝 다를 지 몰라도 그 차이에서 일어날 지 모르는 균열을 없애고자 위하고 위해주는 하세의 이기적인 배려심이 귀엽기도 하다.

 


 

일주일은 몇 번이고 쌓여간다. 하세와 후지미야만의 일주일에서, 시간이 조금 더 흐른 후에는 하세와, 후지마야와, 하세의 친구 키류, 셋이 그리는 일주일이 쌓이고 쌓이며 후지미야의 시간과 기억을 구성한다.

처음 작품을 접했던 1년 전에도, 다시 손에 책을 들게 된 지금도 역시 작품의 설정은 조금 흔할 법한 클리셰 류라고 생각하고 있단 점은 변함이 없지만, 후지미야의 변화를 응원하는 마음 역시도 변함이 없다.

후지미야 카오리가 품고 있는 과거의 트라우마, 그로 인해 생겨버린 부분 기억 상실. 하루하루를 홀로 외로이 모노톤으로만 덧칠해오던 후지미야에게 하세 유키라는 파레트가 찾아와 구석구석 색을 입혀준다. 물론 초반에야 조금 삐끗거리고, 한 두달이 지났더래도 삐끗대는 부분은 존재한다만.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후지미야의 시간이 완전한 모노톤은 아닐 것이라는 거.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다만 전개가 한 층 더 박차를 가해갈 수록 본질도 해결되고, 후지미야의 주변에도 하세 뿐만이 아닌 친구-파레트를 많이 만날 수 있게 되어 그녀에게 완전한 색을 입혀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친구를 통해, 친구가 가르쳐 주는 소중한 기억의 조각을 한데 모음으로써 완성될 후지미야의 밝은 미래를 응원한다. 그렇게 완성될 아름다운 컬러 풍경 위로 하세가 감정의 반짝임을 뿌려 주었으면 좋겠다는 건 개인적인 소망.

 

일본 현지에서는 전 7권 완결로 이야기가 끝난 상태이고, 우리나라에선 가장 최근, 8월에 4권까지 정발되어 있다.


 


> 이 리뷰는 대원씨아이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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