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푸치노 Cappuccino
요시즈미 와타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푸치노

요시즈미 와타루 / 대원씨아이 / 2014.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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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STORIA DELL'AMORE AMAROGNOLA PER ADULTE.

성인을 위해 쓴 사랑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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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부터 사귄 연인과 자연스럽게 결정한 동거 이야기.

언젠가는 이 사람과 결혼하겠지―.

미치도록 빠져 본 적 없는 두 사람의 미래는…?!

동거커플의 사랑의 행방을 그린, 어른들을 위한 비터스위트 러브스토리!



주민등록증 발급을 눈 앞에 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주민등록증만으로 어른과 어린이를 단정짓는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스스로는 여전히 본인을 어린이라고 인식하는 쪽이다. 그런 내가 왜 어른들을 위한 순정만화를 고른걸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역시 호기심 90%의 선택이다. 어른들을 위한 순정만화라는 건 평소에 읽던 순정만화(배경이 학교, 주인공들이 학생인 그런 류의)와는 대체 어디가 다른건지. 호기심 가득으로 카푸치노를 손에 들었을 때, 한가지 눈에 걸리는 단어가 있길래 사전을 열었다. 비터스위트. 영어로는 biter-sweet, 일본어로는 ビタースイート. 둘의 뜻이 특별히 다르지는 않다만 대강 달콤쌉쌀한, 괴로움도 있고 즐거움도 있다는 의미로 설명되었다. 뜻을 찾고 나서 의미에 대한 궁금증은 해결되었지만, 곧이어 새로운 궁금증이 떠올랐다.괴로움도 즐거움도 함께하는 사랑 이야기라고 함은 일반적인 순정만화에도 존재하지 않던가? 갈등이라거나, 갈등이라거나, 갈등이라거나의. 이처럼 갈등이란 괴로움은 어느 이야기에나 존재할 법한데, 카푸치노에서는 있을법한 갈등을 비터스위트와 함께 '어른들을 위한'이라는 코멘트를 달면서 차이를 둔다는 게 궁금했다. 갈등의 괴로움을 딛고 함께 나아가는 행복한 사랑이야기는 비터스위트한 이야기에 속하지 않는 이야기인걸까? 대체 뭐가 다른걸까?



 

이야기는 연애 4년차, 대학 세미나 그룹 동기인 소스케와 아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사귄지 4년차인 커플 소스케와 아리는 서로 사정상 함께하지 못하는 날들이 하루하루 쌓여가자 많이 보고싶다는 마음에 결국은 동거를 결정한 달달한 커플. 매일매일 볼 수 있다는 설레임과 기대감에 부풀어 즐거운 동거생활을 시작한 그들은 이내 비밀로 했던 동거사실이 아리네 부모님께 들켰다던가의 이유로 벽에 부딪힌다. 하지만 그런 벽 쯤이야, 라는 모습으로 오히려 당당하게 결혼예정선언을 하며 프러포즈와 비슷한 뉘앙의 말까지 꺼내는 소스케에 위기는 이내 사라진다. 하지만 작품은 슬금슬금 불안한 분위기를 풍기며 시작한지 서른 한 페이지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길한 플래그를 하나 둘 세운다. 둘 뿐인 세계에 이제 막 발을 내딛어 행복하게 살기만 하면 될줄 알았던 아리와 소스케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걸까.

 

 

서로 동거한지 반년 정도 지났을 즈음의 묘사를 읽으면 4년차 커플도 서로의 세세한 것까지는 잘 알지 못했구나라는 게 눈에 보인다. 서로의 다른 생활패턴, 습관, 사소한 성격까지 어쩐지 삐끗삐끗하는 분위기에서 제3자(친구)의 시선은 그닥 좋지 못하다. 너네 그러면 안돼.. 의 느낌이랄까. 그런 타이밍에 등장하는 새로운 캐릭터의 존재감은 작품 전체를 휘청이게 만드는 느낌이다. 그 속에서 욕심쟁이 소스케의 거짓말은 차곡차곡 쌓여가고 지켜보는 아리의 심리묘사는 읽는 내 마음마저도 저릿하게 만들곤 한다. 지금까지의 익숙한 생활을 한순간의 흔들림에 스스로 부수고 싶지 않아 겨우겨우 참아간다고는 하지만, 위태위태한건 본인 자신도 주변의 친구들도 전부 느끼고 있으니. 서로의 부정만이 반복되어 결국에는 달콤하기만 할 줄 알았던 둘의 연애에 씁쓸한 향내가 퍼지는 모습, 보글보글 떠올랐던 거품이 어느새 가라앉아버리는 듯한 모습이 나타나고 이는 결코 반갑게만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한번 들어온 냄새는 빼기 힘들고 가라앉은 거품을 다시 올리는것이 별로 쉽지 않기에, 나는 어느샌가 익숙함과 그리움에 흔들리는 아리를 응원하며 책을 읽었다.

 

지금까지 읽어왔던 것들과는 다르게 더 현실적이고 생생한 이야기였다. 이런 점에서 아, 이게 현실적인 내용이라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인가보다. 이래서 비터스위트라는 단어로 묘사한거구나, 라고 깨달았다. 단권이라 결말을 직접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어 계속 돌려말했지만 결론적으로 확실한 건 지금까지 읽은 풋풋하기만 한 연애랑은 달랐다는 점. 그 점에서 새로움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가장 주목했던 포인트는 제목이 왜 카푸치노인가라는 이유였는데, 작중에 종종 적혀있는 카푸치노를 중심으로 꼼꼼히 읽었더니 인물들의 심리에 대해 한층 더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작품을 읽을 수 있었다. 작품을 더 깊고 진하게 읽고싶다면 카푸치노라는 제목에 집중해서 읽어보는것도 추천하는 쪽이다. 앞서 여러번 언급했듯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어른들의 연애 이야기가 매우 새롭게 다가와 즐겁게 읽었고, 달콤쌉싸름한 여운이 싫지만은 않았던 현실적인 이야기가 깊게 남은 작품.


 

 


이 리뷰는 대원씨아이의 지원을 받아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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