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여우 1
오치아이 사요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이곳은 한 동네의 작은 이나리 신사.

15대 후계자 사에키 마코토에게는 신기한 능력을 가진 신의 사자 여우 긴타로가 보입니다.

하지만 이 여우님은 말투도 거칠고 의욕도 전혀 없습니다.

참견하기 좋아하는 성격의 마코토는 그 능력으로 인간에게 보탬이 되는 일을 하려고 하지만….

자, 신의 숲에서 오늘은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은여우. 2013년 10월에 애니화로 먼저 방송되고 2014년 5월에 한국에 1권이 정발되어 알려지게 되었고, 현재 5권까지 발매되어있는 만화다. 책을 처음 만졌을 때 다른 만화책들처럼 코팅된 반질반질함이 아닌 종이 그 자체의 부드러움이 느껴졌고, 개인적으로 그 덕분에 오래 책을 잡고 있어도 끈적거리지 않아 느긋하고 차분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은여우라는 제목의 이 작품 역시 빠르고 급한 것 보다는 느긋하고 차분함이 더 어울리는, 포근한 일상 치유물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만화와 어울리는 은여우 특유의 표지 느낌은 내 마음에 쏙 들 수밖에 없었다. 부드러울거라고 생각되는 일상 치유계 치고는 그림체에서 조금 날카로운 인상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런 인상은 표지와 중간중간에 삽입되어있는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의 컬러 일러스트가 눈을 사로잡으며 해결된다.

앞서 말했듯이 애니화가 먼저 되고 그 이후 국내에 정식 발매가 되었는데, 이 애니화 덕분에 정식발매 이전에 이 작품을 알게 된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 하나가 나이기도 하고. 처음 애니메이션으로 이 작품을 접하게 되었을 때는 몇 화만 보다가 치유물 특유의 나른함에 지쳐 금세 접었었는데, 거의 1년 만에 이 작품을 원작인 책으로써 접하니 느낌이 많이 달랐다. 책 쪽이 좀 더 흡입력이 있는 느낌?





이야기는 대부분의 일상물이 그렇듯이 주인공의 일상을 통해서 사소한 기쁨과 깨달음, 교훈을 주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작지만 에도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이나리 신사의 15대 후계자 마코토,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정당한 후계자인 마코토의 눈에만 보이며 감귤을 매우 좋아하는 신의 사자 여우 긴타로가 중심 인물로 신의 숲에서 벌어지는 일을 소박하고 따뜻하게 그려낸다. 마코토는 참견하기 좋아하는 여자아이, 긴타로는 거친 말투에 의욕 제로인 사자님. 성격이 비슷하지만은 않은 둘이기에 마찰도 종종 일어나곤 한다. 작품은 그러한 마찰의 과정에서 마코토의 성장도 함께 그려낸다. 깨닫고, 배우고, 함께 울고, 웃고, 슬퍼하기도 하는 여자아이의 성장. 마코토가 활짝 웃는 장면에서는 괜시리 나까지 흐뭇하게 웃게 되는 그런 포근함을 읽는 내내 느꼈다고 생각한다.



작품에서 눈에 띄는 인물간의 관계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마코토와 친구들이고, 두 번째는 마코토와 긴타로이다. 친구들과의 경우는 처음부터 줄곧 친해왔던 것이 아닌 해프닝을 통해 서로의 진심을 마주하며 결국은 함께 웃고 반짝이며 의지할 수 있었다. 긴타로와의 경우는 긴타로가 마코토에게'만' 보인다는 특별함을 통해 서로에게 그 누구보다도 믿고 의지하고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관계 속에서 함께한다. 이 두 경우를 보았을 때, 작품은 사람간의 관계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나와 '너' 사이의 몇몇의 관계의 경우를 보여주면서 읽는 우리에게 우리 자신의 관계를 생각해보게 하려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우리가 살면서 가장 많이 접촉하고 마주하는 상대는 동물도 식물도 아닌 사람이고, 사람 간의 만남이 있으면 관계성이 존재하기 마련이니까.

작품을 다 읽고 나서 마코토와 긴타로 같은 관계의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만을 의지하고 나만이 의지할 수 있는 그런 특별함 속에서 빛나는 관계의 사람. 하지만 현실에는 나만 볼 수 있는 여우 사자님은 존재할 수 없으니 모두가 볼 수 있는 사람들 속에서 나만의 특별한 사람을 만드는 쪽은 어떨까 싶었다. 생각을 거듭하던 덕분에 책을 다 읽은 후에는 내 주위의 관계를 자연스레 떠올렸는데, 사실 긴타로같은 특별한 나만의 '너'는 이미 옆에 존재하고 있었더라는 내 이야기. 인간관계를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어주었다는 점에서 의미있었다고 생각한다. 일상물이나 치유계를 좋아하는 사람, 혹은 나처럼 관계에 대해 생각할 계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권해본다.




*이 리뷰는 대원씨아이의 지원을 받아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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