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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일기 - 놀이터에서 아빠와 딸이 함께한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박찬희 지음 / 소나무 / 2020년 1월
평점 :
놀이터 안좋아하는 아이들 없죠?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데다 놀이기구까지 있으니
한번 갔다하면 집에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는 아이들.^^
제가 이번에 만나본 책은 놀이터에서의 일년간의 활동을 담고 있어요.
엄마가 아닌 아빠와 함께 한 놀이터 놀이!
엄마와 함께 할때와 뭐가 다른지 궁금한 마음을 안고 책을 펼칩니다.^^

놀이터에서 아빠와 딸이 함께한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직장을 다니느라 주말이나 아이아 함께 하는 아빠들과는 달리
일년 내내 아이와 함께 했다는 작가.
박물관에서 11년 동안 학예사로 일하다
아내의 육아휴직이 끝날 무렵 일을 접고 육아를 시작했다고 해요.
요즘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아빠가 육아를 하는 경우를 종종 보곤 하는데
실제로 육아를 어떻게 하는지는 알 수가 없잖아요.
이 책을 읽다보면 때로는 엄마들처럼 육아의 공통적인 고단함을 토로 하기도 하고,
엄마와는 다른 아빠만의 에너지로 아이와 함께 놀아주기도 하는

차례를 보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별로 놀이터의 생활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날씨가 온화한 봄이나 가을보다도 더운 여름의 내용이 가장 많은게 의문이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이해했어요.

책을 읽다 참 공감되었던게 이 괴물놀이예요.
저희 아들이 작년부터 질리지도 않게 하곤 하는 놀이거든요.
놀이터에 갔다 하면 "엄마, 괴물놀이 해요!"외치는 통에
제 연기실력이 일취월장 해졌어요.ㅎㅎ
잡을 듯 잡지 말아야 하는 이 놀이는 엄마아빠에게는 체력을 빼앗아가는 놀이지만
아이들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스릴 넘치는 놀이라는데 동감해요.
저희 아들은 놀이터에서 또래를 만나면 다가가자마자 외치곤 해요.
"우리 괴물놀이하자! 괴물은 우리 엄마야."

작가가 말하는 '도레미 시소놀이'도 저희 아들과 종종 하던 놀이라 반가웠어요.
아이들과 놀아주는건 다 비슷하구나 하고요.^^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작가의 시선에서 엄마들을 바라보는 에피소드가 중간중간 나오는데
이게 참 재미있더라고요.
아, 남자들의 눈에는 이렇게 보이는구나,
아빠들의 생각은 이렇게 다르구나 하고요.^^


늘 촉각을 곤두세우는 놀이터에서의 위험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도 여러번 나와요.
전 늘 아들의 행동을 지켜보다 위험한 상황을 원천차단하곤 했는데
이 책을 읽고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어요.
생각해보면 저도 어릴때 어른들이 위험하다고 말렸던 행동을 하기도 했었거든요.^^;;
정말 위험한 행동은 아이들도 갑자기 처음부터 시도하지는 않는다는것,
예를 들어 원통형 미끄럼틀 위로 오르는 행위만 봐도
아이들 스스로가 평행대에서 균형잡기부터 연습하고
낮은 곳을 오르는 연습을 하는 등

놀이터에 가면 들어가고 싶은 부모와 더 놀고 싶은 아이들의 신경전은 다 똑같은것 같아요.
저같은 경우 미리 몇시 몇분까지 놀기로 약속한 후
그 시간이 되기 십분 전, 오분 전에 말을 해 주곤 하거든요.
그래도 항상 순조롭게 들어가는건 아닌지라
매번 놀이터에 갈 때는 각오를 하게 돼요.ㅎㅎ

아이와 부모에게 너무도 다른 잠깐의 기준.
요리를 하거나 밥을 차리는 동안 기다려 달라고 하면
할일이 끝나자마자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

가끔 신랑이 그러거든요.
아들이 혼자 역할놀이를 하는걸 보면 너무 웃기다고요.
가보면 정말 혼신을 다해 목소리까지 바꾸며 실감나게 놀고 있어요.ㅎㅎ
저흰 아들임에도 역할놀이를 좋아라 해서
집에서 놀땐 절반 이상을 역할놀이를 하곤 해요.
헌데, 상대 역할을 해주는게 참 쉽지 않더라고요.^^:;
아이와 놀아주는게 가장 어렵다는걸 실감하는 요 몇년이예요.

함께할 추억을 만들었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사실, 놀이터에서 지켜보는 부모가 아닌
함께 노는 부모로써 일년을 보낸다는건 쉽지 않은 일인데
작가는 정말 열과 성을 다해 아이들과 '함께'놀았다는게
글에서 느껴져요.
물총싸움을 하면서 본인 옷이 흠뻑 젖도록 아이들과 함께 놀거나
아이들에게 버려진 나무로 낚싯대를 만들어주는 등의 행동을
어느 부모가 쉽게 하겠어요?^^


책에 중간중간 실린 아이들이 노는 장면을 보면
아, 이 아이들 정말 즐겁게 놀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놀이터를 사랑하는 아이들의 유년생 시기.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놀이터는 멀리한다는데
이 귀중한 시기를 힘들다고만 생각하지 말아야 겠어요.


책을 읽고 핸드폰 사진첩에서 놀이터 사진을 찾아보았어요.
체력이 넘치는 아들이다보니 확실히
달리거나 매달리고 올라타는 장면이 압도적으로 많네요.ㅎㅎ

한겨울에 길을 걷다가도 이렇게 흔들의자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아들.^^
얼른 날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진정이 되어
다시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