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과 닮았어요, 장욱진 그림 보며 놀자 2
문승연 지음 / 길벗어린이(천둥거인)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제목 : 숫자 1 9 5 7

 

  나의 無知가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되었다.

  장욱진 어디서 들어 본 적은 있어서 <장욱진 그림, 문승연 지음> 인줄 알고 읽은 그림책이다.

  그런데 책을 다 읽을 때 쯤에서야 난 "아하!"하고 소리 질렀다. 장욱진의 그림을 가지고 문승연이 이야기를 만든 것이다. 이럴 수도 있구나!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다.

  읽어 갈 수록 점점 그림의 윤곽이 드러나고 그림책의 세계가 뚜렷해지면서 <숫자 1 9 5 7>의 궁금증도 해결되었다. 년도를 의미하는 거였구나. 

  타이틀 페이지를 꼼꼼히 살펴보는 편인데 이런 실수를 하다니...... 책을 받아보고 궁금해 급한 마음에 어린아이처럼 그림만 보고 텍스트를 이미지처럼 눈에 담아 넘겨버렸던 것이다. 

  때문에 저자가 의도하는 대로 그림 속 구멍에 난 모양들을 보며 호기심 발동시키고, 여러가지 발상으로 아이와 재미있는 이야기 시간도 가지며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의 말미에가서는 장욱진 화가의 순박하고 소박하여 마음 편한 안식처같은 그림도 감상할 수 있었다.

 

  <나무와 새>라는 작품을 몰랐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즐기면 본 책이었다지만 좀 부끄럽다.

 

동그라미를 보며 무엇일까 고민했다.

-은지라면 이 동그라미로 무엇을 만들겠니?

-자동차 바퀴 아닐까? 엄마, 봐봐. 바퀴 같지?

-글쎄. (책장을 넘기며) 이건 자동차 바퀴도 될 수 있었지만 이번엔 새의 머리가 되었구나.

 

이번엔 세모다.

-세모 밑에 네모를 그리면 뭐가 될까?

-집이지.

-그래?  난 피라미드 같은데.

-피라미드는 엄마 위에가 세모처럼 뾰족한데 밑에가 네모처럼 넓적해.

-그러니깐. 네모 그리면 피라미드 아냐?

-그게 아니라(기둥뿔이란 말을 모르는 은지는 내게 설명이 안되니 몸으로 설명 나섰다.)

-와! 이번엔 은지 말대로 집이었구나.

-응. 피라미드가 될 수도 있었지만 이번엔 집이 됐어.(내가 한 말 그대로 되돌려 주는 친절한 은지)

 

-그런데 은지야, 지금은 낮이니 밤이니?

-응, 밤이야.

-해도 있고 달도 있는데 왜 그렇게 생각해?

-응. 좀 생각 좀 해보자(그러더니 그림을 한참 들여다본다.)

-응. 생각했어. 이건 밤이야. 봐! 어둡잖아. 해는 반짝이는건 있는데 색이 까맣지? 달이 좋아서 놀러 온거야. 그래서 빛을 내면 안돼. 지금은 밤이니깐.

-그래. 만약 낮인데 해님이 놀러온건 아닐까?

-에휴~ 엄마 집에 다 불이 꺼져있잖아. 다들 불끄고 자고 있는거야. 밤이니깐 그렇지.

자기 주장 확실히 말하니 기분 좋다. 이유도 분명하다.

 

-그럼 녹색 동그라미는 뭘까?

-가방같지 않아?

-그래?

-응 넘기면 가방 앞에 끈 달린게 보이지 않을까? (너무나 기발해 할 말이 없다)

-그래. 가방이 될 뻔 했는데 아쉽게도 나무가 되었네. 이 소년은 나무에 사나봐. 나무 밑에 보이는 얘는 뭘까?

-어! 아까 처음 봤던 애 아냐?

-맞아. 이건 장욱진 화가가 그린 그림이었구나. 나무와 새란 제목으로 1957년에 그렸데. 여기 서명과 년도가 있어. 엄마도 이게 그림인 줄 몰랐어. 그래서 아까 숫자가 뭘 의미하는 걸까 생각했었거든.

-어! 그거 책 크기 말하는 것 아니었어. 난 책크기 말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아니란 말이지.

 

그리고 장욱진 화가에 대한 이야기와 그림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해와 달이 함께 있는 건 말야. 낮과 밤 모두 합한 시간을 의미해. 나무가 생명을 키우고 그러니깐 집 속에 사람도 이 아이도 키우는 거야. 새가 하늘과 우리를 이어주고, 그 속에서 한 가족이 되는거지. 자연이 없이는 우리 인간도 살 수가 없어.

 

  책을 구입한 사람들이 책이 생각보다 작다는 후기를 많이 남겼던데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평소 심플하고 소박한 것을 좋아했던 장욱진은 작은 화폭에 그림 그리기를 즐겼단다. 작은 화폭에 그려낸 세계는 놀랍고 치밀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순수함을 이끌어 냈다고 한다. 민화, 원시미술, 아동화, 수묵화, 서양화를 자기 방식으로 소화해 독창적이고 친근한 화풍을 완성했다고 한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제목처럼 어린아이 그림 같고 소박하며 꾸밈없다. 그가 그린 황토빛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시골 누런 벼 익은 들판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은 평온함. 바람이 살랑살랑 벼를 흔들고 가는 소리마저 들리는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

  책의 제목 "내 그림과 닮았어요" 처럼 아이의 그림처럼 소박하고 간소하다. 화려함도 없이 간단한 선과 그림으로 작가의 세계관을 담아내고 있다.

 

나무는 모든 것을 살리는 생명의 중심이에요.

그래서 한가운데에 커다랗게 그렸어요.

나무 밑에는 큰 새가 있어요.

새는 하늘을 날아다니다 우리 곁에 와서

하늘의 이야기를 들려주지요. (본문)

 

  우리집 주거환경은 아주 만족한다. 모든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있고, 공원과 산책로도 많다. 아파트간에 도로도 큰 도로 만큼 넓고, 차도 안 막히고, 조용하며,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아파트 5분거리라 아이들 키우기에는 그만이다. 그런데 단 한가지 공기가 안좋다는 점이 늘 마음에 걸렸다. 여기서 태어난 둘째는 늘 기관지염을 앓아 고생이다. 365일 중 300일 이상은 감기약을 먹는 것 같다. 기관지가 약한 우리 아들에게는 공단의 연기가 극약인 셈이다. 의사는 차 안다니는 곳이 어디있다고 이사까지 가느냐지만 아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면.... 사실 돈 때문에 망설였지만 가기로 결심했다. 애아빠가 출퇴근하려면 고생이지. 그래서 이 책이 더 마음에 와 닿았다. 나무가 생명의 중심이라. 자연이 함께 하고 자연의 풀과 새와 이야기 할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우리 지구상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으니 마음이 아프다.

  아이들은 들에 핀 풀을 보고도 대화를 나누고, 바쁜 일개미의 일에 관심 가지며 길 가다 앉아 한참을 구경하고, 새들의 소리찾아 하늘 올려다 보며 찾아보고.... 우리와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징그럽다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을 하는 친구처럼 대한다. <나무와 새>의 아이처럼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어른이 되면 좀 더 좋은 시설과 환경을 찾게 되니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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