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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기억
티나 바예스 지음, 김정하 옮김 / 삐삐북스 / 2024년 8월
평점 :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먹먹했다. 치매를 이토록 담담하고 아름답게 그려내다니, 너무나 감동스럽다. 순간순간 지난해 95세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생각났다.
특히 인상에 남는 문장
70쪽
“역사는 이미 지나갔지만 역사를 연구하고 이해하고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잘못을 반복하거나 쳇바퀴 돌 듯 돌아가지 않고 인류가 앞을 향해 나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125쪽
“나는 할아버지가 단추를 채우지 못하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단추 하나를 만졌다. 내가 단추들을 채워드리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면 할아버지 단추는 언제나 잘 채워져 있을 것이다.”
140쪽
“머리에 기억하는 대신에 마음에 간직하면 되지. 마음에 간직한 건 지워지지 않을 거야.”
세상 떠나기 2년 전부터 자신의 나이를 60세라고 말했던 어머니. 차츰차츰 기억을 잃어가면서 어머니의 표정은 조금씩 더 해맑아졌다. 어머니의 기억은 대부분 지워졌지만,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아들·딸 세 사람과 직장에 다녔던 나를 대신하여 보살폈던 손녀와 손자, 그리고 장손 여섯 사람은 언제나 알아보셨다. 아마도 머리에 기억하지 않고 마음에 간직했나 보다.
아직 역사의 소중함을 알고 인류는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할 만큼의 지적 능력은 유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어르신이라는 소리를 듣는 나이가 되면서 점점 두려워졌다. 죽음이 아니라, 기억을 잃고 난 다음에 나를 잃게 될까 봐.
이 책을 읽고 믿기로 했다. 내가 단추를 채우지 못하면 내 손녀가 채워줄 거라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마음에 간직하면 지워지지 않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