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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꽃 머리에 꽂고
문정희 지음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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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7월 31일에 저장

아름다운 시들.
절벽의 폭포처럼 군더더기 없이 내리쳐오는 감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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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 거짓 사랑아 민음의 시 102
문정희 지음 / 민음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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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한문장 한문장이 만만치 않은 시인이다. 군더더기 없이 쳐내리는 한폭의 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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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방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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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낡은 헌책방에서 ‘외딴’이란 말을 처음 보았을 때, 그 말이 갖는 선연함이 어찌나 크던지...... 너무도 마음을 아리게해 나도 모르게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나의 방. 아니면 지금은 누군가의 고슬고슬한 밥을 지어주는 당신. 토끼 같은 딸과 여우같은 마누라를 짊어지고 있을 당신들의 유년의 그 방 때문일까. 외딴 방을 떠올리면 가슴 깊은 곳이 헛헛해진다.

 약간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야겠다. 나만의 개인적임이 아닌 공공연한 개인적임에 대해. 중3. 그래 16살. 발등이 쇠스랑에 찍혀도 소리한번 못내고 속으로 삭히고만 있던 너와 같은 나이. 작은 계집아이......

그때의 난 꿈을 잃고 방황하던 16살 이었다. 미술공부를 했었으나 아버지의 부도로 그 꿈을 접어야했고 학교생활도 이렇다할 이유 없이 무미건조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평범한 중학생. 그러나 책만은 좋아했던 나. 아직도 기억이 난다. 점심을 굶어가며 그 돈으로 헌책방에 가서 책을 사던 설래임이. 헌책방. 아, 그곳에 들어서면 굽굽한 책 냄새가 물씬 풍겨와 마음이 탁 놓이는 아련한 그곳.

  이 책을 처음 만난 날. 그 날도 어김없이 헌책방에 가던 날이었다. 하지만 그 날은 평소와 조금 달랐다. 전날 밤 부모님으로부터 더 이상 미술에 대해 지원해줄 수 없다는 말을 들은 다음날 이었다. 아무리 울어보고 때를 써봐도 바뀌지 않는 완강한 현실 앞에 주저 앉아버린 다음날. 그때 그녀의 방을 만났다.

  헌책답게 비에 젖었다 말려 쭈글쭈글해진 외딴방. 내 가슴을 울리던 그 외관이, 그 이름 석자가 어찌나 날 위로해주던지. 붉어진 눈시울로 그 책을 사왔다. 빳빳한 새 책들과 다른 질감, 다른 색, 다른 이름. 그 모두가 나에게 괜찮다. 괜찮다. 위로해주는 듯 해 마음이 참 든든했던걸로 기억한다.

  집에 와 내 방에 포옥 담겨 울며 읽었다. 다 읽고서도 16살... 그 37개의 방중 하나에 담겨 살던 소녀가 그리워져 암소처럼 두 눈만 꿈뻑거리며 울고있었다. 그때부터였을까... 글을 써야 한다고 막연히 마음먹은 것이.

  16살 소녀는 내 외딴방을 건드렸다. 시간이 흘러도 그녀가 건드린 내 작은 방은 늘 켕긴다. 잊고 살려 무던히 애썻지만 그녀가 건드린 외딴방은 날 끝없이 자극한다. 날 잊지 말라고. 난 너라고. 끝내 그것을 저버리지 못해 6년이나 지난 지금 펜을 든다. 다시 그곳으로, 그 외딴방으로 걸어 들어간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개인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모두의 마음에 있는 외딴방. 어린 시절의 상흔......연민...... 외딴방의 모습이 무엇이던 외딴방은 우리를 계속 부추기고 일깨워준다. 내가 잊고 있던 나의 방문을 조용히 두드린다. “괜찮다. 괜찮다......” 하며 걸어 나오라 말한다. 맘껏 울어도 된다고 말해준다. 아,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비어져 나온다. 그 시절 끝없이 외로웠던 내가 받았던 위로. 그것은 지금까지 날 숨 쉴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 아닐까.

  신경숙은. 16살 작은 계집아이는 조용히 자신의 상처투성이 외딴방을 내어보인다. 자기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공간을 보여주며 너도 그곳에서 나오라 한다. 따스한 하늘을 맞이하라한다.

  오래된 것이 있다가 비워진 자리는 마땅히 쓸쓸해지기 마련이다. 그녀의 쓸쓸한 그 자리. 세월이 움푹 담긴 먼지가 곳곳 쌓여있는 그 자리. 모두에게 보여진 그 외딴방은 더 이상 ‘외딴’방이 아니다. 그녀는 그 은밀한 공간을 잃어버렸다. 작은 종이 위에 토해냈다. 한없이 슬픔에 잘길 수 있는 외딴방을 잃어버린 그 소녀는 얼마나... 얼마나 외로울까.

  글을 쓰는 지금 아직도 난, 문체니 서정이니 이런 것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수많은 문학 담론과 분석에서 벗어나 자유로이 숨쉬길 바란다. 그것이 이 책을 분석하지 않고 오롯이 내 이야기를 담아낸 이유이고 자신의 외딴방을 내어준 한 외로운 소녀에 대한 배려이다.

  쇠스랑. 굽굽한 헌책방. 16살의 소녀. 나와 너의 외딴방. 이 모든 것을 만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리라. 이 책을 집어든 모든 이에게 말하고 싶다. 너의 외딴방을 외면하지 말라고. 아프고 아프겠지만 덤덤한 손길로 보듬어주라고, 그 미칠듯한 아픔과 외로움을. 눈물 나게 쓰라린 기억들을 안아주라 하고 싶다.  

  그리고 그 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깊게 걸어 나와라. 그 감정을 담은 채 너의 꿈을 위하여. 오늘보다 더 찬란해질 그 미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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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기쁜 떨림.

애처롭다고 해야 맞을까.

아무런 구석이 없는데, 혼자 자꾸 자꾸 갈구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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