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분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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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것은 정말 어쩔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인생을 살아가며 감행하는 선택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흐름 속에서 예상치 못한 온갖 훼방과 마주한다. 그렇다 한들 이러한 삶을 손쉽게 포기할 수도 없다. 비록 삶이라는 것이 불가해한 사건의 연속에 불과할지라도 이는 우리 존재의 자아와 인식의 근본적인 중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 모두는 삶이 제시한 딜레마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태어나 어쩔 수 없이 해매다가 어쩔 수 없이 죽는다.


본 작품에도 굉장히 불가해한 하나의 삶과 죽음이 등장한다. 주인공 마커스는 자신의 삶을 위한 몇몇 과감한 선택들을 감행한다. 확고한 태도를 견지하며 내리는 그의 선택은 오직 본인이 도달하기를 갈망하는 미래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느닷없이 등장한 각종 난관들이 그를 가로막는다. 우연과 필연이 뒤섞인 부조리의 연속에 내몰리며 자신을 파괴로 이끄는 선택까지 감행한 끝에 결국 그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다.


이러한 마커스의 삶은 그야말로 어쩔 수 없음의 화신과 같다. 그는 자신의 본질이 곡해당하는 온갖 시련을 무릅쓰고 어떻게든 실존으로서 인정받기를 바라며 저항하지만 그 삶의 궤적은 의도하지 않은 뜻밖의 우연과 충돌하여 다시는 정상궤도로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본다면 그의 삶을 파멸로 이끈 것은 바로 삶 그 자체가 아닐까 생각도 든다. 불가해한 삶의 불가해한 특성이 불가해한 죽음을 안기는 그야말로 불가해한 부조리가 따로 없다.


그렇다면 이처럼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우리의 삶을 도대체 어찌해야만 하는 것일까. 글쎄, 애초에 어찌할 수 있기는 할까. 발을 아주 조금만 잘못 디뎌도 비극적인 결과가 다가오는 게 우리의 인생이다. 즉 삶이란 우리가 감히 어떻게든 제어할 만한 상대가 아닌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 이는 삶에 대한 강박적인 통제보다는 끝없는 극복의 과정에 가깝다. 따라서 삶에 대한 우리의 불가항력 자체를 순순히 인정하고 그 가운데 어찌할 수 있는 것들에 최대한 충실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完)

"그런데 왜 이러시는 거예요, 아버지?"
"인생이 그래서 그래. 발을 아주 조금만 잘못 디뎌도 비극적인 결과가 생길 수 있으니까."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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