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멋진 토끼 알맹이 그림책 52
김서율 지음, 박철민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에서 가장 멋진 토끼

“혹시 그늘 때는 방법을 알고 있니?”
노을은 고개를 저었어요, 별이는 금새 시무룩해졌지요.
“하지만 네가 그늘을 뗄 수 있도록 도와 줄게.”

언제부터 왜 그늘을 짊어지게 되었는지 알 수 없는 토끼 별이는 자신의 그늘을 벗어던지고 싶어 아등바등 여러 노력을 시도해 보지만 그늘을 떼어내는 방법은 알 수 없었다. 아무리 애써보아도 그늘로부터 스스로 벗어날 수 없음을 안 별이는 가장 먼저 엄마 아빠에게 도움을 청해본다. 하지만 정작 엄마 아빠는 아이의 겉모습만 바라보며 어리어진 그늘을 보지 못하고 터무니없는 소리를 한다며 고래를 절레절레 흔든다.


첫장을 넘기면서부터 그늘을 떼어내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길을 떠나는 별이의 행보를 조용히 뒤쫓아가게 되었다. ‘과연 어떻게 찾아내고 해결해 나갈까?’ 누가 별이의 그늘을 감지해 줄것인지... 단숨에 별이의 호흡을 쫓아 책장을 넘기고 넘기며 읽어나갔다.

읽는 동안 두 아이를 키우며 미쳐 내가 바라봐 주지 못했던 내 아이들의 성장기가 머릿속에 별이 모습과 같이 스쳐 지나갔다. 소통이 되지 않은 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웃어 넘겨 버렸던 아이의 힘든 그늘은 많지 않았을지. 아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며 깊은 곳에 응어리진 그늘을 마주하고 아이 스스로 작은 그늘이라도 떼어낼 수 있도록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관심 어린 기다림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며 글 속에서 느껴지는 작은 울림이 가슴에서 생각속으로 전이되곤 했다.


별이처럼 스스로 자신의 그늘을 떼고 싶다고 자신을 오롯이 바라보고 받아들이고 떼어내기 위해 도움을 요청하는 일은 살면서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지만 다양한 형태의 모습으로 자주 내비춰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도움을 구하는 손길을 알아채지 못했거나 제때 제대로 눈여겨 봐주지 못한 채 지나쳐버리는 일이 반복된다면 그 순간의 용기는 조금씩 더해지는 상실감 속에서 더 이상 발현되지 못한 채 그늘 속에 서서히 잠식되어 가게 되고 낮은 자존감으로 체화되어갈 것이다.

몸과 마음의 표현 또한 조금씩 소극적으로 변하게 되어 나중에는 한없이 작아져 스스로 도움의 손길을 뻗지 못하고 도움을 주려는 마음 또한 거부하게 되는 소통조차 어려운 상황이 오게 되지 않을까?

그 그늘이 감정적으로 불편하여 스스로 벗어나고 싶어 아이 스스로 그늘을 떼어내기 위해 노력해 보지만 방법을 알지 못하여 방법을 찾고자 별이처럼 도움을 구하려는 시도를 하려는 누군가의 손길이 느껴지거나 도움을 구할 시도를 하지 못하고 그 그늘 밑에 작게 웅크리고 앉아 있는, 한순간 작아져버린 것 같은 아이의 촉촉한 눈망울 속에서 자신의 힘겨운 내면을 비추는 외침이 들리는 것 같다면, 그 느낌을 그대로 따라가 보려고 노력해보아야 한다. 감춰져 보이지 않는 아이의 그늘 사이로 키를 낮춰 아이의 내면부터 지긋이 바라봐주는 작은 관심이야말로 서로를 이어주는 소통의 시작점이 되어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나누는 관계로 거듭날 수 있는 씨앗이 될 것이다.

무엇인가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알리는 작은 몸짓은 아직 그 그늘 속에 갇히지 않으려는 몸부림이고,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려는 내면의 울림을 받아들이려는 힘겹고 외로운 싸움이며, 완전히 잠식되어 가지 않았다는, 늦지 않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달라는 신호이다. 이럴 때 어떻게 해 주어야 좋을까?
전문가의 적절한 도움이나 나의 개인적인 주관으로 제시하는 해결책이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때론 멍들어버린 자아를 스스로 일으켜 세울 수 있도록 따뜻하게 보듬어 안아주는 기다림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별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누군가의 모습을 통해 그 대답을 가장 명확하게 제시해 주고 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아... 그래 맞아...’ 하며 나도 저런 공감 위로 쉼을 느껴본 적이 있었던 것 같아. 더없이 따뜻하고 부담 없이 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으며 그럼으로 나를 그대로 표현하고 바라볼 수 있었던..

한 순간에 주는 해결책이 아닌 느리지만 서서히 채워지는 따뜻한 공감과 마음 가득히 채워지는 안도를 느꼈다. 쉼 없이 자라고 성장하고 나이 들어가면서 겪게 될 수 많은 어려움 힘듬 좌절의 그늘 속에서 노을과 같은 이로부터 느껴지는 마음의 치유야 말로 나를 다시 곧추 세울 수 있는, 잠시 편안히 쉬어 갈 수 있는, 안식처 같은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 아닐까? 누군가가 살포시 내어주는 어깨 너머의 노을 진 풍경 같은 작은 울림이 전해진다.

비단 어린 자녀와 부모사이 뿐만이 아닌 친구 동료 어른들 사이의 관계 속에서도 잔잔한 울림을 주는 책으로 따뜻한 마음의 여운이 오래오래 남겨질 책이다. 별이도 인지하지 못한 사이 그늘이 있던 마음이 치유되고, 있는 그대로 기다려주고 따뜻한 쉼의 어깨를 내어주던 노을과의 이별 또한 잘 받아들이며 내적 성장을 이뤄내는 별이의 이야기. 꼭 읽어 보길 추천 드린다. 나와, 내 아이와, 나와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과 함께 느껴보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산을 옮긴 아이 알맹이 그림책 51
첸 지앙 홍 지음, 하정희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지부터 범상치 않은 시선에 압도당했다.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우리들 삶속에 공존하며 신성스러운 눈빛으로 한 아이를 지켜보는 용들의 모습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들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자신의 몸채 만한 바위를 등에 메고 묵묵히 그 무게를 견디며  산등성이를 우직하니 걷는 아이,  온몸으로  바윗돌의 하중을 받아내면서도 주눅들지 않고 성큼성큼 내딛는 듯한 힘차고 당당한 발짓, 거부할 수 없는 무언가의 힘이 느껴졌다.

책장을 넘기며 '이 모든 일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된 일이고 이 아이를 계속해서 움직이게 하는 힘은 과연 무엇일까?'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며 걷고 있는 것인가?'  '작은 아이에 불과한 이 아이의 바램을 진정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일까?'  '이루기에는 현실적으로 생각해도 너무 무모한 도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산이의 아빠와 할머니는 가족임에도 산이를 이상한 아이라고 가슴치며 슬퍼하고  인간이라면 할 수 없는 일 이라고 말한다.  특별하게 힘이 세거나 초능력 같은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닌 평범한 아이였을 뿐이니까. 죽을때까지 산을 옮기겠다고 바위를 깨는 아이가 무모한 일을 벌이다 못해 미쳤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 만큼은 이 아이를 끝까지 믿고 지지해준다.

하지만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제 아무리 굳세어 꺾이거나 부러지지 않고 불굴의 정신력으로 무장한채 앞으로 정진하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한낱 인간이기에 넘어설 수 없는 매섭고 거대한 자연 앞에서  멈추어서는 역경에 부딪히기도 한다.  인간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신의 영역이라 불리우는  대자연의 힘에 의해 한없이 무력해지고  인간의 나약한 부분이 발목을 잡는다. 그럼에도 엄마는 굳건한 믿음과 사랑으로 산이를 지지하며 보살펴주고 기다려준다.  크게 표현하지 않아도 고스란히 전해져 느껴지는 믿음과 사랑이 무한 긍정의 신호탄이 되어 스스로 아이가 해내고자하는 용기에 힘을 실어주고 다시금 일어서게 만든 것이었으리라.
꾸준한 노력과 성실함으로 바위를 깨고 돌들을 나르던 아이는 뜻밖의 조력자를 만나며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현실에서 이루어내는 마법같은 기적을 만나게 된다.
신비스러운 힘을 만나게 되는 이 믿지못할 일들이 그저 우연한 기적이었을까? 산이가 끝까지 해낼 수 있게 이끌었던 보이지 않는 무한의 힘의 원천은 어디에서 온 것인지 깊이있는 물음이 나지막히 울려왔다. 

세상 앞에서 한없이 작은 우리 아이들은 살아가는 동안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크고 작은 산들과 부딪혀 살아가며 수 없이 많은 도전 속을 걸어 갈 것이다. 세상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겨진채로 존재하는 장벽들을 하나 하나 넘어서기 위해 내면의 또 다른  자신을 이끌어 내는 경험을 하며 한발 한발 스스로 성장해 갈 것이다. 이는 가끔 가늠 할 수 없는 스케일의 산의 모습으로 산이가 거대한 산을 옮기려 하는 일과도 같은 무게로  다가 올 것이고 가슴 깊숙히 내재해 있는 거대한 희망의 불꽃을 에너지 삼아 무한 긍정의 힘으로 나아 갈 것이다.

어떤 부모의 모습으로 곁에 있어 줘야 할까? 아직 어린 아이의 엄마이거나 훌쩍 커버린 아이의 엄마라 할지라도 아이의 온 우주를 함께 만들어가는 지금 이순간 만큼은 믿음과 사랑이 가득한 조력자이자 지지자로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어야겠다.
올바른 모습 편협하지 않은 방식으로 아이를 이끌어주려면 어떤 자세로 마음잡이를 해야할까?
책을 통해 끊임없는 생각과 마주해 보는 시간이었고 아이의 눈높이로 생각을 공유하고 이야기 나눠보면 더 나은 지점을 발견하게되지 않을까? 하는 무수히 많은 생각의 갈래를 던져주던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