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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힘이 필요할 때 나는 달린다 -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달리기를 통해 얻는 것들
김세희 지음 / 빌리버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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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에 의하면 인간과 유인원의 나눠지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바로 직립 보행입니다. 유전학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었지만 직립 보행을 하는 개체와 그렇지 않은 개체로 나눠지는 순간 인간과 유인원으로 나눠졌습니다. 그렇게 나눠진 개체는 각자 새로운 개체로 진화하였습니다. 직립 보행을 하기 위해 진화한 인간은 두 팔이 자유로워졌고 이 두 팔을 이용해서 다양한 도구를 만들어내고 그에 맞춰 문명도 발전시켜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냥꾼으로서도 훌륭하게 진화하였습니다. 손뿐 아니라 다리도 그에 맞게 발달했습니다. 사람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거대한 엉덩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직립 보행을 잘하기 위한 진화의 결과입니다. 그런데 또 하나의 특징이 덧붙여집니다. 바로 두 다리로 뛰는 겁니다. 그렇게 뛰므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다른 동물들에 비하면 완벽하게 빠른 편은 아니지만요. 하지만 그 어떤 동물들보다 오래 뛸 수 있습니다. 덕분에 사람은 다른 육식 동물보다 훌륭한 사냥꾼이 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사냥을 위해 그렇게 뛸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우리는 뛰어다닙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건강을 위해서가 가장 큰 요인입니다. 이렇게 몸에 좋은 달리가가 정신 건강에도 좋다는 의사가 있습니다. 지금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임상교수 김세희 교수의 말입니다.

이 책은 달리기의 찬사가 가득 찬 책입니다. 교보문고엔 인문 분야에서 심리학으로 분류되었지만 제 느낌은 에세이입니다. 내가 달리면서 느끼는 하나하나를 세포 같은 세세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신과 의사답게 자신에게 고민 상담을 해오는 사람들의 예를 들면서 삶과 비교해가면서 말이죠.

그녀에게 있어 달리기는 단순히 건강을 위한 운동만 아닙니다. 깨달음을 위한 구도의 길이자, 남을 이해하기 위한 창구입니다. 또한 환자들에게서 생기는 부정적인 느낌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한 마음의 근력을 키우는 보호막이기도 합니다. 이런 매력은 그녀만이 느끼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요즘 이상하게 책을 읽다 보면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달리기에 대해서 자신만의 에세이를 쓰기도 했습니다. 특이한 건 달리기는 굉장히 개인적인 운동이지만 사람과의 만남을 이어주기도 한다는 겁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달리기를 하면서 같이 달리는 사람들에게 유대감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한마디도 건넨 적도 없지만 같은 코스로 뛰다 보면 그 사람들에게 친밀감을 느낀다는 겁니다. 이 책에서도 비슷한 느낌의 이야기를 보게 됩니다. 특히 마라톤 대회에 나가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뛰다 보면 그들은 하나로 연결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같이 뛰는 사람들에게 유대감을 느끼는 부분이 많이 읽을 수 있습니다. 가장 개인적인 운동이 그 어떤 운동보다 많은 사람들과 연결된다는 게 신기하네요.

지금 제 주변에도 마라톤을 취미 삼아 하는 후배가 있습니다. 그도 마라톤을 함으로써 삶의 활력을 얻고 새로움을 느낀다고 합니다. 이 책의 저자처럼 말이죠. 그러다 보니 저 역시 이 책을 읽고 난 후 한 번 뛰어볼까란 생각이 들긴 합니다. 정말 뛰는 것을 싫어하는 제가 말이죠. 그만큼 달리기를 매력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목적을 가지고 뛰는 것보다 그냥 뛰라고요. 그리고 바로 지금 뛰라고요. 오늘도 달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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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세계사 - 인종차별과 빈부격차, 전쟁과 테러 등 넷플릭스로 만나는 세계사의 가장 뜨거웠던 순간
오애리.이재덕 지음 / 푸른숲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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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식이 쌓이면 쌓일수록 세상을 보이는 시야가 넓어집니다. 넓어지면서도 세세한 면들이 더 자세히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러면 뭐가 좋아질까요? 바로 삶의 재미가 늘어납니다. 영화, 문학, 예술 등 작품을 볼 때 배경지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재미있어집니다. 물론 이런 배경지식이 없어도 재미있는 작품들이 있지만 그런 경우는 대부분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어 흥행작은 될 수 있지만 명작은 될 수 없습니다. 예를 들면 <해운대>라는 작품과 <국가대표>라는 작품을 뽑을 수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두 작품은 모두 흥행 면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특히 <해운대>는 천만 관객을 달성한 엄청난 흥행작입니다. 눈물을 자아내는 많은 장면들과 코미디가 어우러지며 재미있는 작품이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기준에서 <해운대>보다 <국가대표>가 더 명작입니다. 그 이유는 <국가대표>에는 비인기 종목의 설움, 국제 입양에 대한 고통 등이 녹아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분들이 스토리와 연결되어 작품에 대한 감동이 지금도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예술 작품 속에 그 시대를 잘 녹여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 실려 있는 20편의 작품들은 엄청난 흥행작들은 아닙니다. 오히려 잘 알지 못하는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 사회적 메시지가 너무 많아 녹아 있어 배경을 모르면 이야기의 흐름이 지루해질 수밖에 없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작품을 좋아하는 저에게 너무나도 흥분되는 작품 소개입니다. 딱 제 취향이죠. 그리고 생각해 보니 이 책의 흥행도 그렇게 잘 된 것 같지 않은데 아마 같은 이유에서 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런 책과 작품들을 찾지 않는 걸까요? 지적 호기심이 적어져서 일까요? 아니면 너무 무거운 주제들이라 사람들이 피하고 싶은 걸까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긴 엔 현재 사회가 너무 복잡해서가 아닐까 합니다. 이 복잡한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것을 알아야 합니다. 정치, 사회, 경제의 메커니즘부터 외국어, 사람의 심리까지 말이죠. 그렇게 많은 것을 알아야 하는데 쉴 때 볼 영화, 문학, 예술의 배경지식까지 알아야 한다면 과연 사람들이 좋아할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결국 아는 사람들만 좋아하게 되겠죠. 저 같은 사람이 말이죠.

여기에 실린 20편의 작품 중 제가 본 작품은 2작품이 있더군요. <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와 <두 교황>입니다. 이 중 <두 교황>은 예상외로 재미있습니다. 배경지식이 충분치 않고 봐도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영화를 보면서 인상 깊었던 장면들이 더 생생하게 떠오르면서 그 영화에 대한 감동이 배가 되었습니다. 아직 안 보셨다면 강추해 드립니다. <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앤젤리나 졸리가 연출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에는 원작인 『킬링필드, 어느 캄보디아의 딸이 기억』의 작가 로웅 옹이 각본과 출연까지 했던 작품입니다. 캄보디아의 킬링필드를 다섯 살 소녀의 눈으로 바라본 이 작품은 꽤 괜찮은 작품입니다. 역시 안 보셨다면 추천합니다. 좀 지루한 감이 있긴 하지만요.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저에게 이 책은 한 장의 멋진 사냥 지도와 같은 책입니다. 여기에 나온 영화들은 프로젝트로 추진해서 볼 생각입니다. 다행히 저는 넷플릭스를 볼 수 있으니까요. 뻔한 흥행작 말고 볼만한 작품이 뭐가 있을까 했는데 정말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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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인가? - 48편의 어른 동화
돈 후안 마누엘 지음, 서진 편저 / 스노우폭스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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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좀 독특한 책입니다. 이 책의 첫 출간 일은 1335년이라고 합니다. 나온 지 690년 된 책입니다. 그리고 표지에는 '13세기 스페인의 현명왕 알폰소 10세의 조카, 돈 후안 마뉴엘 왕자가 남긴 문학적 유산!'이라는 되어 있습니다. 알폰소 10세가 누군지 아실 분 계실까요? 일단 저는 몰라서 알아봤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만 고려 시대 때로 당시는 원나라와 전쟁 시기인데, 이때 스페인 카스티야 연합왕국의 왕으로 스페인 지역에서 무슬림 제국과 전쟁으로 유명하신 분입니다. 그런데 왜 이런 분을 내세워서 돈 후안 마누엘 왕자를 소개했을까요? 좀 의문이긴 합니다. 이 분도 조사해 보니 나름 스페인 산문 문학을 비약시킨 분으로 나와있네요. 그리고 이 작품에 실린 작품 중에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와 안데르센의 <벌거벗은 임금님>의 원형으로 보이는 작품도 있는데 이걸을 활용하지 않으시다니 좀 아쉽긴 했습니다. 뭐 제가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었겠죠. 제가 알고 있는 스페인 사람으로는 페넬로페 크루즈, 하비에르 하르뎀, 안토니오 반데라스 그리고 세르반테스 정도니까요.

이 작품은 루카노르백작과 그의 조언자 파트로니오의 대화를 통해서 시대를 살아가면서 유용한 삶의 지혜를 독자들에게 이야기합니다. 특히 파트로니오는 직접적인 설명보다는 우화를 통해 깨달음을 주는 방식으로 루카노르 백작에게 조언을 해줍니다. 이런 조언 방법은 자신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다 보니 사심이 덜해 보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왜냐면 직접적으로 이야기할 경우 조언이 아닌 명령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언을 직언을 날리는 사람들의 경우 자칫 상대에게 마음의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친구인 경우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상하관계라면 문제가 됩니다. 충신들이 충직한 직언에도 불구하고 목이 달아나는 경우가 이런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군주가 깨닫게 하는 방식은 충신이면서 끝까지 살아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삼국지의 경우를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조조에겐 수많은 참모들이 있었습니다. 굉장한 인재들이었습니다. 그중에서 가후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그는 동탁의 참모였지만 조조에게 투항하여 죽을 때까지 조조의 참모였습니다. 조조가 후계 문제로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장자인 조비와 삼자인 조식을 놓고 말이죠. 조식은 학식이 뛰어나고 영특하여 큰 재목이 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장자 상속의 원칙이 있던 당시로서 삼자인 조식을 후계로 세운다는 게 당시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일 수 있습니다. 반면 당시는 난세로 조금 더 능력이 있는 사람이 왕이 되는 게 좋을 거란 생각도 있었습니다. 다른 신하들에게 그들은 두 왕자의 파벌로 나눠져서 지지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 의견이 너무 팽팽하여 결정이 쉽지 않은 순간 그는 가후에게 찾아갑니다. 나이가 들어 은퇴하였던 가후는 조조의 질문에 빙그레 웃으며 한 마디 합니다. '원소를 생각해 보시지요.' 조조는 이 한마디에 조비를 후계로 하기로 마음을 잡습니다. 원소는 장자 원담이 아닌 자신이 사랑하는 삼남 원상을 후계로 내세우며 내전이 발생하고 그 후 원씨 세력은 멸망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가후는 직언 대신 이런 식으로 조언을 함으로써 조조의 참모 중 거의 유일하게 살아서 은퇴할 수 있는 복을 누렸던 겁니다.

이처럼 파트로니오는 루카노르 백작의 심기를 건들지 않으며 그에게 조언을 할 수 있었고 그의 조언을 가장 자주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이 작품에는 그렇게 실린 48편의 우화가 있습니다. 다 읽고 나서 루카노르 백작은 결정 장애를 가진 사람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자주 물었던 것 같네요. 심지어 읽다 보면 루카노르 백작은 파트로니오 말고도 다른 사람들에게 수많은 조언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최종 결론을 내리기 전에 파트로니오에게 최종 조언을 들었던 게 아닌가 합니다. 결국 저자인 돈 후안 마누엘 왕자는 이상적인 군주와 이상적인 참모의 관계를 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귀가 열린 군주와 겸허한 자세의 참모를 말이죠.

작품에는 우화로 되어 있다 보니 쉽습니다. 재미도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나 안데르센의 <벌거벗은 임금님>과 같은 동화의 원형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공감하지 못한 건 그 당시의 사회상이 원하는 지혜가 동양철학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동양적 군주론과는 대조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책에는 자신에게 피해를 입히지만 그래도 친분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거리를 두라고 하지만 동양적 군주론에선 덕이 부족하여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으니 좀 더 대범하게 덕을 쌓으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서양적 관점과 동양적 관점을 비교할 수 있어서 저는 흥미롭게 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여기에 실려 있는 48편의 우화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삶의 지혜가 지금도 통용될 수 있다는 게 정말 놀랍습니다. 세상이 나날이 발달하며 엄청난 문명의 발달을 이뤄냈지만 그 안에 사는 사람의 고민은 7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게 없으니까요. 이 책을 통해 오늘도 하루를 사는 지혜를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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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내는 것 - 한 병으로 시장의 판도를 뒤집다
조운호 지음 / 포르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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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계발 서적을 읽으면서 재미있다고 느끼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그 흔치 않은 경험을 이 책에서 느끼네요. 박진감 넘치는 성공 스토리는 흥미거리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충분히 통할 것 같습니다. 조운호 전 웅진 및 하이트 진로 사장의 책 『해내는 것』입니다. 이 책은 기업인이 쓴 책이다 보니 자기 계발서로 분야가 설정로 되어 있지만 제가 보기엔 에세이입니다. 조운호 사장이 자신의 사업 경험과 생각을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이야기에서 내가 살면서 많은 점을 보고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자기 계발요소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기계발로 한다고 해서 전혀 문제는 없습니다. 그런데 좋은 책은 분야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조운호 사장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서 대학에 갈 형편이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취업에 유리한 상고에 입학합니다. 하지만 그는 이걸로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학업도 이어갈 수 있길 희망했습니다. 그러자 학교 선생님은 그에게 두 가지 다를 가지라고 합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노력을 두 배는 더 해야 한다고 조언해 줬습니다. 결국 부산상고를 졸업해 은행에 취업을 하면서도 야간 대학에 입학하게 됩니다. 그렇게 그는 학업과 취업을 동시에 이뤄냈습니다.

그리고 10년을 넘게 일해온 은행을 그만두고 옮긴 곳이 은행 업무와 전혀 관계가 없던 웅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그는 재무 회계를 관련 업무를 합니다. 하지만 그에게 일생일대의 기회가 옵니다. 당시 적자로 회사 사정이 안 좋았던 웅진식품으로 발령이 난 겁니다. 그것도 재무회계가 아닌 상품기획으로요. 그는 그곳에서 고민에 고민을 합니다. 그때 주목한 게 음료 시장이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의 음료 시장은 외국의 음료를 라이선스 생산한 제품들이 대다수였습니다. 그는 우리나라는 5,000년의 식음료 역사를 가졌는데, 왜 우리나라 음료 시장의 역사가 약 50여 년쯤 되었으며 그 규모는 2조 5천억 원이라고 정의하고 이에 맞추려고만 상품을 기획하려는 것에 의문을 가집니다. 우리 특유의 음료 문화가 있었음에도 말이죠. 그래서 그는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대명제 아래, 우리 음료의 세계화를 이루겠다는 굳건한 소명 의식으로 상품 기획을 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가을대추>가 소위 대박 상품이 되면서 그의 능력을 인정받게 됩니다. 이후 다시 본사에 복귀하지만 다시 어려워진 웅진식품에 대표가 되어 다시 취임합니다. 그리고 그만의 독특한 철학을 가지고 연이은 대박 상품을 출시합니다. <아침햇살>, <초록매실> 등으로 우리나라의 음료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겁니다. 탄산음료와 주스만으로 있던 시장에 우리나라 전통 식자재를 이용한 음료를 개발하였던 겁니다. 그는 음료 시장에서 상품에 주목한 게 아니라 음료 문화에 주목했습니다. 점점 커지는 생수 시장, 건강을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현상에 주목했던 겁니다. 그는 음료 시장이 커질 것이고 그 커지는 시장을 기존의 음료 시장을 장악하던 상품이 아닌 새로운 상품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가 이런 결과를 만들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두 가지입니다. 바로 몰입과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었습니다.

이전에 황농문 교수님의 저서 『몰입:확장판』을 통해 몰입의 실용성을 잘 알고 있던 터였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운호 사장은 그것을 실행하고 있던 겁니다. 일념 삼매(一念三昧), 불교에서 파생된 이 단어는 일심양성법(一心養成法)으로, 일심을 기르고 모든 선악과 사량 분별을 없애는 공부 방법으로 간단히 말하면 샛별을 보면서 깨달음을 위해 깊이 있게 몰입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는 이런 몰입에 빠지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래서 그는 우리나라의 음료 문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겁니다.

그다음으로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입니다. 바로 킹핀 전략입니다. 킹핀은 볼링에서 5번 핀을 가르치는 말로 스트라이크를 던지기 위해서는 무조건 이 핀부터 맞춰야 합니다. 그러므로 중요한 핵심 문제를 찾아서 이부터 해결함으로써 다음 문제는 자연스럽게 풀리는 전략입니다.

이런 방법과 더불어 그는 일할 때의 마인드와 철학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첫 번째로 일을 대하는 것에 사람들의 자세를 가지고 프로와 포로를 나눕니다. 라임이 꽤 좋습니다. 일의 프로와 일의 포로라 정말 입에 착착 붙습니다. 이 둘은 정말 열심히 일을 한다는 것이 공통점입니다. 하지만 차이는 일의 프로는 객관성을 가지고 정당한 이유와 근거를 들어 비판하지만, 일의 포로는 근거도 없고 논리도 없는 자기중심적인 생각으로 목소리를 높이며 비난만 합니다. 결국 일을 함에 있어 긍정적 기운을 불어넣고 올바른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은 일의 프로들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두 번째는 주인의식입니다. 사람들에게 일을 할 때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조운호 사장은 여기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합니다. 소유권을 가진 주인이 아닌 명예의식이 있는 주인이라는 겁니다. 이 말에서 꽤 감명을 받았습니다. 소유권을 가지고 이익을 쫓는 주인이 아닌 내가 가진 것에 명예를 소중히 여기며 아끼는 주인이라는 점에서 저를 돌아보게 합니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내가 그동안 탐했던 것은 부와 성장만을 노렸던 게 아닌지라는 생각 말이죠. 저도 모르게 약탈적 자본주의에 빠져 있던 게 아닌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지막으로 얼쑤이즘입니다. 얼쑤이즘은 말이 좀 생소하지만 국어사전에도 등재된 엄연한 표준어입니다.

흥이 겨울 때 내는 추임새 얼쑤와 지구(earth)가 결합한 조어로서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세계시장을 공격하겠다는 기업의 의지라고 합니다. 이 말을 창시한 사람이 조운호 사장입니다. 우리나라의 마당극에서 재미난 부분은 바로 공연자와 관객이 함께 작품을 만든다는 겁니다. 공연자의 공연 중 흥이 겨울 때 우리 관객들은 얼쑤라는 추임새를 놓아 작품의 완성도를 높입니다. 여기에서 착안한 것으로 모든 나라와 민족이 주체이자 객체로서 존중하고 공생하는 관계를 만들어 모두 성장할 수 있는 겁니다. 정말 좋은 생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밖에도 이 책에서는 배울게 정말 많습니다. 조운호 사장은 그만큼 격이 없으면서도 카리스마가 있으며, 고집불통인 면이 보이지만 결코 외골수는 아닙니다. 그는 성공에서는 지식을 얻는다면 실패에서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며 모든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도 가지고 있습니다. 정말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 분 휘하에서 일한다면 쉽지는 않을 것 같긴 합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꾸면 성격이 바뀌고, 성격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나의 생각을 바꾸는 킹핀을 쓰려뜨려야 나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다는 겁니다. 이걸 실천해 성공한 조운호 사장의 이야기가 제게 큰 귀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정말 재미있게 풀어내어 책을 읽는 재미도 더해줬습니다. 더불어 정말 자주 마셨던 <가을대추>,<아침햇살>,<초록매실>의 탄생 비화도 알 수 있어서 책이 친숙하게 다가왔습니다. 일이 안 풀릴 때 다시 한번 읽어도 좋을 책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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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빠르게 실패하기 (15만 부 기념 에디션)
존 크럼볼츠.라이언 바비노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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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시도를 합니다. 그 시도는 성공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습니다. 걸음마를 예를 들죠. 걸음마를 하기 위해서 수백 번도 더 넘어집니다. 그렇게 넘어지고 넘어지다 보면 어느새 균형 감각이란 게 생겨서 걷기 시작합니다. 뒤뚱거리며 위태롭지만 첫걸음은 그렇게 뗍니다. 그때 부모님들은 크게 기뻐합니다. 수많은 실패 속에서 성공해낸 아이를 자랑스러워합니다. 그 모습에 아이는 더 신나서 걷고자 합니다. 그렇게 시작한 아이는 점점 걷는 게 익숙해집니다. 그리고 뛰기 시작합니다. 세상의 위대한 육상 선수들도 처음은 다 이랬습니다. 아무리 천재 육상 선수라도 한 번의 시도에 뛰지는 못합니다. 이렇듯 우리는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해 가며 발전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도전을 멈추게 됩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도조차 하지 못한 채 말이죠. 그렇게 되면 나는 정체되기 시작합니다. 정체는 곧 도태를 의미합니다. 현대 사회는 정말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현대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끊임없이 도전해야 합니다. 그렇게 끊임없이 도전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이 책 『더 빠르게 실패하기』에서 끊임없이 도전하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도전은 실패를 안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 않던 일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패는 곧 리스크가 됩니다. 손해 볼 짓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스스로 손해 볼 짓을 하니 걱정이 많습니다.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쉴 새 없이 합니다. 그래야 실패의 확률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에 대한 기본적인 행동입니다. 하지만 이게 정답일까요? 이 책에서는 아니라고 합니다.

이 책에서 가장 핵심은 도전을 하는 것이 즐거워야 한다는 겁니다. 도전을 하기 위한 걱정을 하다 보면 그 도전 자체가 재미 없어집니다. 재미가 없어지만 창의성도 크게 떨어집니다. 그럼 즐거움이란 무엇일까요? 사람들은 자신의 즐거움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이 진정 즐거워하는 것이 무언지 모른다면 도전을 즐겁게 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삶의 즐거움이 무언지 아는 게 제일 처음에 해야 할 일입니다. 무의식중 즐거움까지 알아내기 위한 방법으로 이 책에서는 일기를 권합니다. 장황한 글쓰기보다는 그날 있었던 즐거웠던 일, 흥미로웠던 일, 호기심 가는 일, 감사함을 느낀 일, 놀라움, 아름다움, 보람, 도전 등 긍정적 에너지를 만들어냈던 일들을 짤막하게 쓰는 겁니다. 그런 것들이 모이고 모으면 나의 진정한 즐거움을 알게 될 것이고, 그 즐거워하는 일을 위해 여러 가지 방면에서 도전을 진행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수많은 도전을 시작하면 수많은 실패를 경험하게 될 겁니다. 이럴 때 실패를 리스크로만 간주한다면 끊임없이 도전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러므로 실패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합니다. 나의 전진과 교훈을 얻기 위한 가르침 정도로요.

도전과 실패에 대한 감이 생겼으면 이제 도전을 시도해 봐야겠죠. 첫 시작은 작게 시작해야 합니다. 큰 성공을 원한다면 그만큼 많은 준비와 선택을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부정적 생각과 피로가 나를 지치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작은 도전을 시작해 점진적으로 나아가야 최종적으로 큰 성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리더들이 조직을 이끌 때 비슷한 방식으로 일에 대한 동기를 잃지 않기 위해 작은 목표를 주고 그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자주 기회를 줘야 합니다. 그럴 경우 큰 성공을 위한 방대한 계획보다 성공의 확률이 높습니다. 또한 작은 성공들은 가시적으로 보여야 합니다. 그래야 성취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경우는 올해 목표는 책 100권 읽기였습니다. 100권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100권을 읽었다는 증거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선택한 방법이 바로 서평 쓰기입니다. 잘 쓰든 못 쓰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내가 책을 읽었고, 읽었다는 증거를 눈에 보이게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카테고리에서 게시물 숫자까지 볼 수 있게 해 놓은 겁니다. 그 덕에 그 숫자를 계속 늘려갈 수 있었습니다. 올해가 며칠 안 남은 시점에서 100권 읽기 도전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지만 2024년 도서 카테고리에 옆에 쓰인 88이란 숫자는 내가 나의 목표에 88%는 성공을 했다는 의미가 되니 더 힘이 솟습니다. 내년엔 기필코 100권 읽기에 성공해 보겠다는 의지도 막 샘솟고요.

이런 방법들을 제시함으로써 도전을 보다 가볍고 쉽게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또한 실패를 하더라도 잘 실패하는 방법도 알려줍니다. 마치 넘어질 때 안전하게 넘어질 수 있게 낙법을 가르치듯이 말이죠. 시작은 늘 작게, 자기만 알게 시작하라, 전업을 하고 싶으면 일단 전업할 일을 가볍게라도 경험해 보면서 결정해 보라는 현실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습니다.

결국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확실합니다. 즐거운 일을 계속 시도해라. 그러면 계속 실패할 것이다. 하지만 그 실패는 너에게 손해가 아니다. 너의 지혜와 경험을 넓혀주는 교훈이 될 것이다. 그렇게 시도하다 보면 어느새 너는 성공할 것이다. 그러므로 많은 실패를 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빨리 시도해 봐라. 구상하고 구상한 것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그렇게 계획한 것을 테스트해보면서 성공 확률을 높이려 하지 말고 일단 가볍게 시작해 보라고 말이죠.

그런데 이렇게 간단 명료한 메시지를 전하기엔 이 책엔 너무 사족이 많은 느낌입니다. 수많은 명언과 한 줄 평들이 그렇게 필요했을지 의문입니다. 페이지를 늘리기 위한 방편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핵심 메시지만을 잘 정리했다면 370페이지까지는 필요 없었을 겁니다. 300페이지 안으로 정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읽는 동안 나온 명언들과 독자 평이 독서의 맥을 너무 자주 끊었기 때문에 읽는 도중에 집중하기 쉽지 않았거든요.

저자가 말한 핵심 메시지는 훌륭했지만 편집이 아쉬운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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