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인간 심판

호세 안토니오 하우레기,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그러니까 인간이 가장 자주 하는 욕 중 하나는 바로 ‘동물‘이라는 말입니다.˝

청중 여기저기에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칼리는 그녀의 말에 눈을 크게 뜨고 더욱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지금 ‘동물‘이라고 하셨습니까? 인간의 언어에서는 이 단어가 욕으로 쓰인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동물은 이런 사람들을 말합니다. 저속하고 공격적이며 교양이 없고 비열하고 저속하고 공격적이며 교양이 없고 비열하고 저속하고...˝



˝물론 그들도 동물임을 본인들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염두에 두지 않습니다. 마치 자신들만 다른 척하면서 우리보고 ‘동물‘ 또는 ‘짐승‘ 아니면 ‘야수‘라고 불러댑니다. 인간은 다른 창조물보다 자신들이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인간 사이에서 ‘동물‘이나 ‘짐승‘, ‘야수‘ 이렇게 부르는 건 정말 심한 욕입니다.˝

˝존경하는 동물의 왕국 식구들은 방금 증언을 들으셨습니다. 인간은 ‘동물‘이라는 단어를 모욕하고 있습니다. 대지의 어머니가 낳은 모든 생명을 욕하면서 자신의 본래 정체성에 대해서는 강력히 부정하고 있습니다.˝



˝세르도, 피그, 코숑, 포르쿠, 슈바인!˝

˝이 말들은 여러 나라에서 돼지를 뜻하는 말입니다.˝

˝맞습니다. 돼지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돼지라는 단어는 모욕적이고 굴욕적이며 정말 참기 어려운 욕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모욕적이라고요? 돼지는 고귀하고 분별력 있으며 똑똑한 동물입니다. 도대체 이 단어가 어떻게 쓰이고 있다는 말인가요?˝

˝돼지 같다는 말은 더러운, 게으른, 아둔한, 불쾌한, 구역질 나는, 악취가 나는 등의 뜻으로 사용됩니다. 더럽고, 게으르고, 아둔하고, 불쾌하고, 구역질 나는, 악취가 나는!˝



˝개 같은! 개새끼! 개자식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아니, 개는 인간과 가장 친하고 충성스럽다고 소문난 동물이 아닌가요?˝

칼리는 고소하다는 듯 웃으며 필로스를 쳐다보았다. 필로스는 별거 아니라는 듯 한쪽 귀를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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