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골

죽은 혼

이렇게 하층민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아서 독자 여러분께는 미안할 따름이다. 하찮은 것들과 친해지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 독자 여러분의 마음을 나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러시아인은 그런 족속이다. 조금이라도 계급 높은 사람과 친해지려 하고, 절친한 우정보다 백작이나 공작과 나누는 인사를 더 좋아한다. 그렇기에 나는 사실 6등관에 지나지 않는 이 작품의 주인공이 걱정스럽다. 7등관이라면 그나마 관심 있게 이 글을 읽어주겠지만, 콧대가 하늘처럼 높으신 3, 4등관 나리께선 발밑에 있는 것들을 오만한 눈길로 경멸스럽게 힐끔 쳐다만 보거나, 심각하게는, 작가에겐 치명적이라 할 수 있는 무시로 일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렇게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아무튼 다시 주인공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두 사람이 현관을 지나, 응접실, 식당을 빠져나갈 동안, 시간이 부족하겠지만 아무튼 그 틈을 이용해 집주인에 대해서 약간 이야기해두고자 한다.



그런데 또 한 가지, 미리 얘기해두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마니로프 부인께선.... 아니다, 사실을 말하기엔 부인이 다른 얘기를 할까 봐 걱정되므로 슬슬 주인공의 곁으로 돌아가야만 할 것 같다. 응접실 문 앞에 선 두 사람이 벌써 몇 분 째 먼저 들어가라고 서로 양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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