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 평전 - 경험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라
사만다 로즈 힐 지음, 전혜란 옮김, 김만권 감수 / 혜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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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1] "독일 하노버 린덴, 1906년 10월 14일 월요일 저녁 9시 15분, 내 딸 요한나 아렌트가 태어나다."

[p.32] 한나의 가족은 한나가 세 살 때 하노버에서 동프로이센 수도 쾨니히스베르크로 이사했다.

[p.39] 한나의 친가 아렌트가는 18세기부터 쾨니히스베르크에서 살아온 존경받는 중산층 가문이었다. 할아버지 막스 아렌트는 시의회 의장이자 자유주의 유대인 공동체 단체 회장이었다. 파울과 마르타가 결혼한 후 아렌트가는 티어가르텐스트라세[베를린 중심부 티어가르텐 지구에 있는 거리]의 후픈Hufen 구역에 있는 넓은 집으로 이사했다. 이곳은 훗날 '작은 모스크바'로 불린다.

당시 쾨니히스베르크에서는 유대인 문제에 관한 논의가 한창이었으나 아렌트 집안은 침묵을 지켰고 독일로 망명 온 여타 유대인 가정처럼 독일의 생활 방식을 따랐다.

[p.47] 재혼 후 마르타와 한나는 마르틴이 두 딸과 함께 사는 집으로 이사했다. 한나가 어린 시절을 보낸 티어가르텐스트라세에서 아래쪽으로 도로 두 개를 지나 부솔트스트라세Busolstrasse에 위치한 집이었다.

[p.50] 한나는 어머니 말을 어기고 한밤중 가족 모두 잠든 새 몰래 쾨니히스베르크 남서쪽의 도시 스톨프행 기차를 탔다.



위의 발췌문 중 p.39의 옮긴이주 티어가르텐스트라세[베를린 중심부 티어가르텐 지구에 있는 거리] 염두에 두고 전체 발췌문을 다시 읽어 보자. 티어가르텐스트라세가 베를린에 있다지만 그곳이 위에서 설명하는 일들이 일어난 곳이라고 여기기에는 문맥에 맞지 않고 삐걱거린다.


tiergartenstraße를 구글 검색해보니 자동검색으로 베를린, 드레스덴, 하이델부르크가 같이 뜬다. 베를린의 티어가르텐스트라세가 가장 유명하지만 베를린 이외의 다른 독일 지역에도 동일 지명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쾨니히스베르크는 어떨까? 구글 검색에서 쾨니히스베르크에도 티어가르텐스트라세가 존재하며 후픈 구역은 쾨니히스베르크의 북서쪽에 위치한다고 나온다. 즉, 위의 발췌문에서 티어가르텐스트라세는 옮긴이주가 말하듯 베를린에 있는 거리가 아니라 쾨니히스베르크에 있는 거리를 말한다. 이렇게 쾨니히스베르크라고 생각하면 위의 발췌문 내용이 무리없이 이해된다.


위의 오류는 독일 역사나 지리에 대한 이해 없이도 글의 논리와 문맥만 따져도 알 수 있다. 번역가가 실수했다 치자. 그럼 편집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한국어 책에는 아직도 이런 기본적인 오류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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