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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원에 드리는 보고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10월
평점 :
이기호 작가님 작품을 원래부터 좋아했기 때문에 신간이 나오면 늘 챙겨읽고 있다.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모순(개인차원이든 사회 차원이든)을 잘 포착하시는 것 같아서 그 점이 항상 매력적이었고, 가볍고 유쾌한 문장으로 이끌어가다가도 왜인지 이야기의 끝부분에 가서는 이 가볍고 유쾌한 문체로 인해서 더 씁쓸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들이 많다.
예술원에 드리는 보고는 소설과 비소설의 사이에 가까운 것으로, [대한민국예술원]이라는 것이 지니고 있는 어떤 부조리함을 촘촘히 분석하는 이야기다. 이 글을 읽기 전까지는 대한민국예술원이라는 게 존재하는지 몰랐는데, 알고보니 그런 게 존재했고, 여러모로 예술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있었고(예산이랄지), 몰랐던 사람들에게 이것을 알려주게 된 계기가 되는 소설이 아닐까 생각했다. 단행본으로 읽기 전에 인터넷에서 작가님이 이것에 대해 작가들에게 동의인지 의견인지를 받는 폼이 있다는 걸 알았는데 작가가 아니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던 것이 이것이었음(이때 아마 코로나 시기였던 걸로 기억...)
최근 작가님 인스타그램을 인스타에서 자만추 했는데 여전히 이 이슈로 투쟁하고 계셔서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회원 명단이 인스타그램에 게시되어 있어서 보았는데 나도 알고 있는 유명한 사람들이 많고, 그 중에는 여전히 문단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도 있어서 이 좁은 한국문학 판에서 어떻게 이런 투쟁을 하실 결심을 하셨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뭔가가 옳다는 걸 아는 것과 옳다는 것을 위해서 행동하는 것은 다른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단하심.
소설적으로 재미있었던 건 이 <예술원에 드리는 보고> 이후 후속작으로 이어지는 <우리는 왜 엉망이 되어가는가 - 예술원에 드리는 보고 2> 였다. 이 단편은 작가님이(혹은 화자가) 문체부 공무원들과 미팅을 하고나서 지인인 K가 있는 시골에 들렀다가 겪게되는 일화를 담고 있다. 이런저런 문제들로 지쳐있던 화자가 K를 만나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K와도 다투게 되고, 뭐 하나 호락호락한 게 없는 이 현실과 인간관계와 나아가 사회에 질려버리게 되는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왜 이 단편이 마음에 들었나 생각해봤는데, 소설 속 두 사람이 너무 열심히, 열렬히 잘 살고 싶어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냥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대로 잘 살고 싶어서 아등바등하는 일반적인 현대 시민의 모습이 담겨있달까? 근데 그게 좀처럼 잘 되지 않는다는 점까지 심금을 울렸음...
전체적인 단편들을 쭉 읽다보면 어쨌든,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인지 모르겠지만, 여러모로 쉽지 않은 길을 걷고 계시지만 꿋꿋하게 걷고 계신 거 같아서 박수를 드리고 싶었다. <예술원에 드리는 보고> 외의 다른 단편들도 각각의 매력이 있어서 역시 너무 재밌게 읽었다. 앞으로도 여러 작품들을 통해 자주 보고 싶은 작가님이다..
* 출판사로부터 서평 도서를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