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안 푸른도서관 86
이근정 지음 / 푸른책들 / 2023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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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근정님의 청소년 시집인
' 내 안의 안 ' 이라는 책을 서평하게 되었어요.
한창 청소년기 감성에 빠져든 우리 첫째와 둘째를 위해
저 부터 책을 읽어보고
아이들의 마음이 되어서 헤아려보고자 하는 마음에

이 책의 서평을 신청하게 되었고,
좋은 기회로 책을 서평해볼 수있게 되었어요.


이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생각보다 더 가독성이 좋아요.

물론 시집이라서 더 그렇겠지만요.

한 부당 좋은 시들 몇가지를 추려봤어요.
함께 느껴주세요 -


1.

나는 기다리고 있어요

오늘 엄마가 또
십년전 사진을 꺼냈다
ㅡ 이때 참 귀여웠는데 ……

글쎄 모르겠다
사진 속 웃고 있는 나는
박제된 동물일 뿐인데

나는 한 마리의 곤충
엄마를 따라 여기 숲으로 엉금엉금 기어 왔어요
나는 엄마의 손끝을 쏘았고
엄마는 내 손을 놓았지요
엄마, 지금 어디 있어요?
나는 보호색을 하고 뾰족한 가지 사이 숨어
변태를 준비하고 있어요
엄마, 나를 찾을 수 있어요?
곧 다른 색의 날개가 돋을 텐데

우리의 길이 다시 만나긴 하나요




​1.

진로 상담

요즘 아이들은 꿈이
없어서 걱정이라고들
그러더라, 어른들이

엄마, 그렇게 생각해요?

3월마다 피어나는 한 장짜리 진로 조사
밟아도 물을 주지 않아도
어느새 거기 있는 잡초처럼
내게도 무언가 자랄 텐데

아빠, 내 꿈은 뭐예요?

나는 엘리베이터예요
버튼이 눌리면
밤을 새워서라도 공부해요, 오르내려요

여기로부터 딱 두 걸음 밖의
세상에는 무엇이 있나요




2.

장대비 내리는 날에

웃옷을 벗고 달리는
다섯 명을 봤어.
농구할 때도 자주 그랬으니
뭐, 그럴 수 있지

신발을 벗어 들고
양말 바람으로 걷는
어떤 아이를 봤어.
뭐가 좋은지 모르겠지만
중3은 뭐가 됐든
그럴 수 있는 나이라 생각해

더워 죽겠는데
겨울 교복 후드를 입고
비에 푹 젖은 두 명을 봤어.

우리의 온도가 제각기 다른 걸
누가 뭐라 할 수 있을까

단지 더 입지도, 벗지도 않은 나는
좀 외로워져
슬그머니 우산을 내렸어.




3.

괜찮다고 말해 줘

학습지도 안 챙겨 온 주제에
떠들었다고 벌점이래
오늘 점심 돈까스인데
한 소리 듣고 나오니 급식 줄이 둘둘둘 세 바퀴
할 수 없이 담 너머 편의점 다녀오려다
다 도망치고 나만 딱 걸려
과학 교과서 분명히 누군가 빌려 갔는데
왜 다들 자긴 아니래
일단 꼬인 날은 한 번으로 안 끝나더라
인생 예쁘게 꽃 피우라지만
십대 인생 n년차
오늘 내가 흘린 씨앗은
그저 바람에 흩어져 버리는 건가요
알아요 내 잘못이죠
다들 알아서 잘하는데 나만 이러죠
하지만
남은 인생 n십년
책으로 따지면 챕터2,
우리는 아직 전개를 달리는 중 그러니
그냥 괜찮다고 말해 줘요
아직 넘기지 않은 페이지에
무한한 반전이 잔뜩 남아 있다고





​1.

알림

보낸 사람이 없는
택배가 왔다
손가락 끝으로
찍ㅡ 밀어 놓았다
근데 또 궁금하다
손가락 끝으로
슬며시 툭 건드려 본다

3년 전 이맘때의 내가
흑역사를 보내왔다
잘 잊고 있었는데





2.

우연의 수학

네가 월요일 오후 7시 43분에 편의점 앞을 지날 확률
네가 편의점 앞을 지나며 오른편을 돌아볼 확률
네가 돌아본 오른편에 마침 내가 있을 확률
어두운 거리 가로등의 간격과 조도가 우리 얼굴을 비추어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기에 충분할 확률
너의 눈이 커지고 분명히 무언가 말할 것만 같은 표정,
네 마음에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새가
11월 29일 오후 7시 44분에 존재할 확률,
그리하여 내가 네 마음 안에 자리를 잡고 마침내 뿌리내린,

그 엄청난 경우의 수









1.

진짜 자유

새가 날았다,

문장만 봐도
손끝이 짜릿하지

그런데 말야
새에게도 발이 있다ㅡ

숨 한 번 헐떡이지 않고
지평선 너머를 날 수 있는 새조차
발목에는 보이지 않는 실을 매고

발 디딜 곳을 찾아 헤맬 뿐이란 걸






2.

바다로 가자

수조에 갇힌 벨루가
그들은 지구 이편에서 저편까지
6,000킬로를 넘나드는 고래
수족관이 크다 한들 한 뼘의 감옥일 뿐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는 길
삐ㅡ 소리에 뒤섞여 들리는 이건
고래의 노래일지 몰라
맴도는 속삭임을 떨쳐 내지 못하는 나는
사실 벨루가일지 몰라

내 고향은 그러니까 여기 아닌 어딘가
더 넓은 곳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바다로 가자






3.

낮은 목소리로 말해 줘

어제 가까워진 줄 알았떤 친구가
오늘은 쌩하게 눈도 안 마주쳐 줄 때
너만 혼자 남겨 둘 때

낮은 소리로
말해 줘

아무렇지도 않던 햇살이
너무 눈부셔 눈이 시릴 때

낮은 소리로
나를 불러

에인다고,
슬프다고

소리 내서
무슨 말이든 좋아
단어를 만들어 내

그 단어가 네 귀를 울리는 순간
그때 내가
네가 거기 있어








​오늘 살펴본 책은 아이들에게도
저에게도 위로가 되어주는 시집 같아요.

그래서 아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부분에는
인덱스를 해서
함께 감정을 느껴보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었어요.

시인이 주는 깊은 감성과 울림을
아이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그리고 혹여나 주위에 흔들리는 청춘,
불안해하는 청춘들에게도

도움이 되어주고 싶어졌어요.

이상으로 책의 서평을 마칠게요.



•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남기는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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