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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순간
김인중 지음 / 하준서림 / 2023년 9월
평점 :
Kim En Joong
이라고 쓰고 김인중이라고 읽습니다. 흔히 우리나라 사람들 이름을 영어로 쓸 때 En은 '은'이지 '인'이 아닙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가 맞을지도 모릅니다. English 는 잉글리쉬지, 은글리쉬가 아니니까요. 그는 영어를 처음 배우면서 성실했을 듯합니다. 그의 성실성은 결국 그를 사제로 만들었으니까요. 그의 성실성은 사제가 된 그에게서 화가의 위치를 유지하는 것도 도와주었습니다. 그이 성실성은 그가 세계적인 빛의 화가가 되게도 해 주었습니다.
저는 그의 작품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사온 A3 용지만큼 큰 책에는 52쪽의 작가에 대한 글, 작가의 글, KAIST 총장의 글, 그리고 여러 큰 작품 사진이 들어 있습니다. 왜 제가 그의 작품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지 아래까지 보시면 압니다.
오랫동안 책을 읽어왔으면서, 이렇게 큰 책을 산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사실 저는 최근에 책이 하나 탐나서 살까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 책이 엄청나게 크고 두꺼웠습니다. <명화의 비밀> 데이비드 호크니가 쓴 책인데, 크기가 무려 244*308 (mm)이고 두께는 330쪽이나 되어서 2.2 kg이 넘습니다. 호크니가 파헤친 이전 유명한 화가들의 명화에 대한 비밀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저와 같은 아마추어 화가에게는 환장하게 좋은 책이었습니다. 아직 못 사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김인중 신부님께서 KAIST에 스테인드 글라스를 헌정하신다는 날, 아무 생각없어 행사에 참석했다가 책을 한 권 덥석 사오고 말았습니다. 호크니의 <명화의 탄생> 보다 더 큽니다. 바로 <영원한 순간>입니다.
모든 크기가 호크니의 책을 능가했습니다. 307*468 (mm) / 2.4 kg
가격도 호크니 책이 6.3만원, <영원한 순간>은 15만원입니다. 두 배가 넘습니다.
처음으로 사본 비싼 책은 제 연구실 한 곳에 잘 모셔 놓고 있다가 한 달에 한 번 동봉된 액자에 다른 그림을 끼워 넣을 때 열어보곤 합니다. 그렇습니다. 이 책에는 30여장의 김인중 신부님 작품이 매우 좋은 상태로 인쇄되어 들어 있습니다. 그림의 크기는 30*42.5(cm)입니다. 사무실에 걸어 두기 딱 좋습니다.
김인중 신부님에 대해서는 워낙 잘 알려져 있으니 설명이 필요없을 듯합니다. 이 책에 대해서 주저하실 분들에게, 사정이 된다면, 그냥 사 두면 마음이 더 부자가 될 것이라 말씀 드리고 싶네요. 1~2개월에 한 번 씩 그의 작품이 벽에 걸리니까요. 곧 다시 카이스트 도서관에 방문해야 할 듯합니다. 그의 작품을 제대로 보기 위해 말입니다.
저는 책을 쓰고 , 그림을 그리는 과학자입니다. 아마추어로 그림을 그린 지 7년이 넘어 가네요. 그림을 제법 "그려 본" 사람 이 되어 가고 있는데, 시간이 흐를 수록 깊이를 알게 되어 기쁩니다. 애주가는 2-3일 술을 마시지 않으면 한잔 술이 생각나 듯, 저는 2~3일 그림을 안 그리면 "아, 그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인중 신부님의 작품 사진을 벽에 걸어 두고서 한 달 쯤 지나자, "아, 다른 빛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작품은 영혼을 맑게 해 줍니다.
저는 아직 그의 작품을 본 적이 없습니다. 카이스트에 헌정하는 기념식날 천정에 걸려있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스테인드 글라스의 진짜 색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빛이 하얀 벽에 스치며 보여주는 것을 보아야 비로소 그의 작품을 본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고요한 도서관 낮은 소음이 있는 늦은 오후 잠시 다녀와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수없이 많은 작품을 봅니다만, 제대로 된 빛은 얼마 없는 듯합니다. 예술 작품의 가치는 '영원성'에 있다고 하지요.
김인중 신부님이 보여주는 영원성에 한번 빠져 보시기 바랍니다.
<내 머릿속 미술관> 저자 무시기 올림
빛을 향해 가슴을 연다는 것: 뭔가를 베푸는 것처럼 그 황홀함을 느끼는 것.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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