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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주부 명랑제주 유배기
김보리 지음 / 푸른향기 / 2022년 3월
평점 :
저자처럼 채식지향 식생활을 해보고 싶어졌어요. 시장에서 투박하게 싼 야채김밥에 제주막걸리가 그렇게 먹고싶어졌어요. 시인처럼, 수도승처럼 저도 단촐하게 혼자 있고 싶어졌어요. 낯설어야 해제되는 위태롭고 안쓰러운 마음이 저에게 스며들었어요.
길은 바르게 나있지만은 않죠. 굴렁지고 꼬불꼬불하고, 때로는 험한 길을, 갈림길이 여러개인 길을, 나 스스로 방향을 택하며 걸어야 합니다. 저자가 제주올레길을 걸을 때마다 표시되어 있던 올레길리본처럼 삶의 길도 힌트가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지가 못하죠. 경사진 오름도 계속 올라가다보면, 다정하고 보드라운 곡선의 경사만큼만 삶이 느긋하게 적당히 굽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늘 생각처럼 되질 않아요. 마지막, 작가의 말 중에 "주저말고, 떠나셔요. 저절로 술술, 잘 풀릴 거에요. 여행도, 인생도." 라는 말이 저는 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오름도 오르다보면 내리막이 나오는 것처럼 꼬닥꼬닥 걷다보면 평탄한 시기가 누구에게나 찾아올 것 같은 희망이 생겨납니다. .
한동안 힘들었어요. 저를 많이 잃어버린 느낌이었어요. 그런 고통속에서 마음이 환해지는 책이었습니다. 잔잔하게 위로해주는 눈물의 책이었습니다.
여행에세이라고 해서 가볍기만 할 필요는 없다는 걸.
저자의 방랑을 통해 저도 깨달음을 함께 얻었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