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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변호인이 만난 사람들 - 사건 너머 마주한 삶과 세상
몬스테라 지음 / 샘터사 / 202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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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글을 실명 대신 필명으로 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떤 이유인지 저마다 다르겠지만 '몬스테라'라는 필명을 쓰는 이 작가님은 식물 몬스테라를 보다가, 자라면서 잎이 찢어지고 구멍이 생기는 모양을 누구도 정상적으로 보지 않는 일에 대해 우리 인간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여 지으신 이름이라고 합니다.
변호사로 살아온 날들 동안 정상적인 삶을 살고있는 사람들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왔을 겁니다. 특히, 국선변호사로 있은 후부터는 사회적 약자들이나, 범죄를 저지르는 줄도 모르고 잡혀오는 외국인들, 청소년들. 죄를 지었지만 뉘우치는 그들에게 작은 배려를 바라는 마음으로 대신 변호하고 대신 삶의 무게를 덜어주고 계셨을 테죠. 식물을 가꾸기 위해 정성스럽게 가드닝하는 마음으로 돈과 명예보다 더 값진 가치를 쫓아 살아가는 작가님의 글을 읽으며 마음이 같이 아프기도,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사건 너머 마주한 삶과 세상에는 우리가 더 신경써야할 부분이 많습니다. 단순히 잘잘못만을 따지는 법의 심판만 보면 굉장히도 정이 없는 무미건조한 사람들로 보여지는게 검사고 판사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의 판결을 비집고 따스한 미풍같은 바람을 넣어주는 사람들은 변호사겠죠. 언제나 어느자리에 서냐에 따라 입장은 달라진다고 생각하면서도 우리는 늘 매몰차게 서로를 판결하려 합니다. 저는 그들의 보호막이 되어주는 위대한 업적들을 보고나서야 스스로 작아질 수밖에 없네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신이 되어주고 계실 당신들께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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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변호인이만난사람들_몬스테라
내가 속한 사무실의 국선변호사들 대부분이 피고인을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그들이 우리보다 배울 점이 많아서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다. 가난한 사람도, 뒷배경도 없고 사회에서 무시받는 사람도, 손가락질당하고 사는 사람이나 그 어떤 사람이라도 우리의 피고인이 되었을 때만큼은 존중하자는 의미에서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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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인 나를 위해 독실한 크리스천이 해주는 그 기도가 반가웠다. 그는 자기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것을 나에게 주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늘 내가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법적 지식과 시간, 마음, 때로는 애정까지 나만이 피고인들에게 항상 무엇을 주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때때로 나도 그들에게 이런저런 마음과 위안, 용기와 힘 등 무형의 선물을 받는다. 종종 예상치 못하게 받는 이런 선물은 또다시 내 속을 주는 마음으로 가득 채운다.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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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다 각자가 스스로 겪어내야 하는 어려움의 총량이 있다. 형태만 다를 뿐이지 각자의 몫인 슬픔과 고통, 난관과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마냥 편안하게 보이는 사람에게도 치러야 하는 어려운 숙제 같은 일이 있고, 씩씩하게 걸어 다니는 듯한 사람에게도 조금 더 힘이 필요한 사정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잘 알지 못할지라도 조금씩 보듬어주면서 살 필요가 있다. 어쩌면 우리 모두 위로가 필요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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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순간순간을 산다. 어렵고 힘든 시간 속에서도 한 순간의 기쁨으로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순간의 도움이 누군가에게는 시간이 되어 삶을 이룬다는 것을, 그리하여 한 생이 바뀌어갈 수 있음을 믿는다. 이것이 내가 여전히 국선변호인인 이유다. p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