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여름휴가

샘터 2023.8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3년 7월

여름휴가하면, #월간샘터8월호 표지그림처럼 환상 속의 공간을 떠올린 적도 있었습니다. 화려한 호텔 수영장,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들,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이국적인 곳에서의 낭만 등등.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공간을 찾기는 어렵더라고요. 특히나 SNS상의 사진들을 보고 찾아간 곳들은 어김없이 똑같은 인증샷을 찍어내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어요. 이번에 #여름휴가에서생긴일 잡지를 읽으며 느낀 것은 ‘우리는 언제 행복을 느끼는가?’였습니다.

부질없는 허상을 쫓는 것보다 더 소중한 일상, 가족, 휴식, 추억 등에 포커스가 맞춰져있는 글들을 보며 진정한 쉼이란, 진정한 행복이란 이런 것이겠구나 했어요.

디지털디톡스를 경험해봤습니다. 핸드폰과 노트북을 멀리하면서 행복의 필수조건이었던 작은 일들에만 시간을 쓰며 느리게 살아봤습니다. 하루가 감사하고,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특별한 여름휴가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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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샘터_여름휴가에서생긴일

한여름의 기억들엔 여행의 고됨과 불편을 잊게 하는 낭만과 사랑이 묻어 있다. 그러니 내겐 여행이 곧 로맨스일지도 모른다. 매 순간 햇빛을 받아 부서지는 물방울처럼 여행에서의 마음은 반짝거린다.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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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반복되는 일상과 바쁜 생활에 치여 제대로 된 여름휴가 한 번 떠나본 적 없는 엄마였다. 폭신한 침구에 벌러덩 누워 뒹굴뒹굴 구르는 아이 같은 엄마를 보며 마치 내가 보호자가 된 것 같은 묘한 감정이 들었다. 매년 여름이면 연인이나 친구들과 휴가를 떠나느라 엄마에게 먼저 손을 내밀 생각을 못했다. 아빠와 함께 다녀오라며 허리춤에 용돈을 찔러주는 것이 다였고 손을 내저으며 했던 엄마의 말을 난 철썩같이 믿었다. "나가면 돈인데, 우린 괜찮아."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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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눈으로 봐야 비로소 보이는 매력이 분명 있으니까요."

무언가에 익숙해지는 일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무감해지는 마음이다. 보이고 들리는 것은 따분하기만 하고, 장점을 발견해도 크게 좋아지지 않는다. 그런 우리의 곁에 공기처럼 존재하는 터전을 언제나 정답게 바라보는 깊고 맑은 눈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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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속으로 조용히 미워하는 것이니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도, 내게 뭐라 할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무언가를 미워하는 마음은 그 자체로 스스로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개망초를 보며 눈을 흘길 때마다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럴 때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계속 미워하거나 차라리 사랑해 버리거나.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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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타 씨, 태풍이 지나간 뒤 당신의 얼굴은 어딘가 달라져 있었습니다. 먼 훗날 태풍의 의미가 또다시 바뀐다 해도 당신 안의 소년만큼은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p99

작은 마음이 모여서 큰 마음이 됩니다.

88번 버스의 기적
프레야 샘슨 지음, 윤선미 옮김 / 모모 / 2023년 7월

이 책은 누군가에게 베푼 친절이 한 사람의 인생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그리고 나의 인생의 항로를 내가 만들어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들어있습니다. 당연한 얘기인 듯 싶지만 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이었던 것 같아요. "잘 알겠지만, 다시 시작하기에 늦은 때란 없어."라는 말은 저에게도 용기를 심어주는 말이 되었고, 언젠가 불행이 찾아온다해도 친구들이 있다면 외롭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88번 버스의 그녀를 찾는 60년 동안 프랭크 할아버지는 치매에 걸려 기억이 점점 사라지지만 끝까지 그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언젠가 프랭크의 작은 친절에 힘을 얻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한 사람에게서 받은 사려깊은 마음을 길거리에 포스터 몇 장 붙여주는 것으로 갚아봅니다. 그리고 그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친구가 됩니다. 친구의 마음을 헤아리고 관찰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면서 어려운 일이에요. 자칫 잘못하면 간섭으로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작은 마음들이 모이고 모여, 눈에 띄게 커졌습니다. 길거리 어딜가나 볼 수 있는 88번 버스의 그녀를 찾는 포스터처럼. 모두다 프랭크 할아버지가 그녀와 재회하길 바라는 소망을 품어봅니다.

이 소설이 단순히 첫사랑을 찾기 위한 프로젝트였다면, 감동이 덜했을 거예요. 하지만 60년동안 애끓는 마음 속에는 사랑보다 더 큰 '고마움'이라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어요. 88번 그녀를 통해 인생의 방향이 바뀐 프랭크 할아버지가 끝까지 전하고 싶었던 말은 '감사'였습니다. 그 순수함이 제 마음을 뭉클하게 하더라고요.

책을 다 읽고 덮으려는 순간, 작가가 써놓은 '감사의 말'과 '독자에게 쓰는 편지'에 또 한 번 띵,했습니다. 이 책에서 느꼈던 친절을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베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추천합니다. 저의 작은 글 하나로 누군가는 이 책을 읽을 수도 있을거라는 희망을 저도 품어봅니다.

88번 버스를 탈 때마다 그녀를 찾기 위해 사람들의 얼굴을 살피던 프랭크할아버지처럼 이 글을 쓴 작가는 아마도 사람들의 책리뷰를 찾아보며 하루를 시작하겠죠? 그녀의 얼굴에도 미소가 퍼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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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번버스의기적_프레야샘슨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른다고들 하지. 하지만 그 말이 맞는지 모르겠어. 예전 그 승리와 패배감 같은 거대한 감정이 다시 생긴다면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될 거야. 지금은 버스에서 빳빳한 <메트로> 한 부 발견하는 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최고의 흥분이니까.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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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작이 아니라고 누가 그래요? 그 '학위다운 학위를 따고, 가정을 꾸리고, 애를 2.4명 낳는' 인생은 다 헛소리라고요. 이 중에서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해버린 순간, 나는 사는 게 훨씬 쉬워졌어요."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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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말이야, 아까 리비가 이 프랭크라는 남자가 60년 동안 누군가를 찾아 헤매고 있다는 얘기를 해줬을 때는.....글쎄, 믿음이 안 가더라고, 솔직히. 어떻게 생겨먹은 작자가 단 한 번 만난 인연을 60년 동안 찾아다녀? 반푼이가 아니고서야 그게 말이 되느냐고. 하지만 내가 프랭크를, 그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나오더라고.
희망. p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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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프랭크와 프랭키가 함께 있는 장면을 딜런이 포착해 사진에 담은 걸 리비가 스케치로 옮겼다. 프랭크가 프랭키를 무릎에 올려놓고 있었고 둘은 마치 사랑하는 할아버지와 손녀처럼 서로의 눈을 맞추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리비가 제일 좋아하는 프랭키 사진 중 하나였다. 그리고 프랭크도 분명히 마음에 쏙 들어 할 사진이었다. p451

좋아요

여기 오늘의 다정이 있어
지수 지음 / 샘터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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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고도 부족한 모습이 보여 스스로를 자책하며 잠이 들진 않나요?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며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나요?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로 힘이 드나요? 지금 당신, 많이 지쳐있네요. 그럴 땐 토닥토닥. 부드럽게 어깨를 두드려 줄 친구가 필요합니다.
이 책은 앉은 자리에서 후루룩 읽히지만 하루만에 책을 덮고 싶진 않은 책이예요. 그림에 쓰여 있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왜 이렇게도 철학적인지요? 결코 단번에 쓱싹 그린 그림과 글이 아닙니다. 생각이 단단해요. 토끼가 건네는 다정한 질문에 스스로 대답을 하다보면 어느새 위로를 받은 듯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글도 잘 쓰는데 그림도 잘 그리는 사람을 보면 부러웠어요.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 아니라 탐이 났죠. 그런데 지수작가님도 그런 고민을 했더라고요. 미술 전공자가 아니라서 그림에 자신이 없었다고, 강의 제안이 들어와도 당연히 거절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부분에선 저도 같은 고민을 해왔기 때문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더라고요.

자기 계발서에 써 있어야 하는 말들이 어여쁜 분홍색 책 안에 다정하게 적혀있어요. 사랑스러운 분홍토끼와 곰 캐릭터 그림으로 우리에게 건네는 말들은 지친 하루를 위로해주는 말들입니다. 하루를 되돌아보고, 내 마음 속 감정들을 다스려볼 수 있는 에세이. 확신의 말과 응원이 필요한 분들에게 추천해요.

“우리를 일으키는 건 결국 다정한 말 한마디니까...”
사실 이 멘트, 제가 다음 번에 책을 내면 쓰고 싶었던 핵심 문장이었는데 제 것을 뺏긴 것 같아 아쉽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책을 읽으며 마음이 충분히 따뜻해졌으니 저에게도 좋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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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침을 얻었다.

일하며 공부하며, 공부하며 일하며 -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성파.김한수 지음 / 샘터사 / 2023년 5월

책을 읽어 좋은 것은 한 사람을 깊숙하게 알아갈 수 있다는 거예요. 저는 불교도, 문화도, 성파스님도 알지 못했지만 이 책 한 권으로 불교도, 문화도, 성파스님도 알게 됐어요. 제가 성파스님에게 얻은 가르침은 크게 세 가지예요.

1. 인생에서 ‘다했다’는 것은 없다. 우리는 여전히 초보이고, 나날이 새로우니 매일 공부하고 매일 일하자. 새롭게 만나는 것은 다 공부라고 생각하면 세상의 경험들이 모두 교과서 같을지니. 마음을 어떻게 내 안에 잡아두느냐가 관건이다.
2. 일을 시작할 때 뭐든지 달려들어 동시에 시작해보자. 성파스님이 말씀하시는 동시구진법(융단폭격 작전)을 행하면, 다양하게 던지고 그물코를 잡아당기기만 하면 된다. 염주알이 108개이지만 한 알만 들어 올리면 다 따라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3. 쓸모를 다하여 남들이 버린 물건들도 버려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주어 모으다보니, 불과 얼마 안지나 쓸모 있는 물건으로 바뀌더라. 무엇이든 자리에 두면 존재의 이유가 생기고 가치가 생긴다.

자연에서 체득한 성파스님의 말은 살아있는 교과서 같았어요. 도자기를 굽고, 붓글씨를 쓰고, 야생화를 심고, 항아리에 장을 담그고, 옻칠을 하고, 염색을 배우고, 민화를 그리고, 요트를 운전하고, 드론을 배우고... 모든 것에 우연은 없고 배움이 배움을 얻게 만드는, 세상을 행복하게 사는데 필요한 것이 있다면 내 ‘마음’ 하나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게 참선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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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며공부하며공부하며일하며_성파스님
아무리 빠른 것도 이 마음이란 것보다 빠르지 못해요. 마음은 순간적으로 어디든 갈 수 있지요. 물속에서도 갈 수 있고 불 속으로도 갈 수 있고, 불의 장막이 있어도 그 너머를 갈 수 있고.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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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할 때 될까 안 될까 생각하면 못 해요. 닥쳐서 해야 하면 그냥 꾸준히 하면 돼요. 나는 식물로 치면 콩깍지라. 배나 사과 같은 과일은 꽃이 떨어지면 바로 작은 열매가 형태를 갖추고 그 알이 굵어져 배나 사과가 되지요. 그런데 콩은 꽃이 떨어진 후에 달리는 콩깍지 속에 콩알이 없어요. 그냥 빈 콩깍지만 있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빈 콩깍지 안에 콩알이 생기고 커져서 나중엔 콩깍지를 꽉 채워 벌어지는 거라. 처음엔 빈 콩깍지뿐이고 차츰 채워가는 거라.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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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계곡 같은 데, 산수 수려한 데에 정자를 많이 지었거든요.
그런데 지금까지 정자는 고정 정자라. 내가 생각한 것은 이동 정자라. 화실도 이동, 다실도 이동, 이동 정자라. 배로 생각 안 하고요. 고기 잡는 사람은 어선으로 생각하고, 유람하는 유람선으로 생각하고, 짐 싣는 사람은 화물선으로 생각하는데, 나는 그것과 전혀 관계없이 화실이자 다실로 겸하는 이동 정자로 생각하는 거라.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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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세상이 혼탁하다고들 하는데, 그게 전부 다 밖으로만 보이니까 그래요. 자신의 내면을 똑바로 보질 못하고 밖으로만 자꾸 쳐다보니까. 눈은 안에서 밖으로 보지요. 귀는 반대인 거라. 밖의 소리를 귀를 통해 안으로 끌어오지요. 들어야 해요, 세상의 소리를. p346

용기와 회복

우산 없이 비올라 ㅣ 샘터어린이문고 72
허혜란 지음, 명랑 그림 / 샘터사 / 2023년 4월

요즘은 현실을 반영한 창작동화들이 참 많더라구요. 그래서 어른인 제가 가끔 어린이 동화를 읽으면요. 가슴이 콩닥콩닥 뛰어요. 좀더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을 할 때나, 고작 나의 유년시절과 그 때의 후회를 떠올리며 내 판단을 아이에게 강요할 때 저도 참 찔립니다. 이번 책도 그랬어요. 음악을 소재로 한 두 가지의 이야기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어하는 어린이들에게 묘한 해방감을 느끼게 해줄 것이고, 반대로 부모들에게는 반성과 깨달음을 안겨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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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정해놓은 자식의 계획에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노란 가방을 멘 유치원생들조차도 빼곡한 학원스케쥴을 소화하고 있는 것을 보면 가엾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사뭇 남의 얘기도 아니예요. 저희 아이들도 어깨가 아프다며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그만둔 적이 있습니다. 배우는 동안 신나게 연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매번 틀릴까봐 겁을 내고, 몸을 베베꼬았죠. 이 책의 선욱이처럼 기쁘게 음악하는 법을 몰랐기 때문일 거예요. 그런데 상대적으로 표정과 온몸이 기쁘게 반응할 때가 있어요. 저희 아이들에겐 그것이 운동인데, 마치 할머니들이 춤을 추고 꽹과리를 두들기며 놀 때와 비슷하죠. 누구에게나 행복해지는 방법은 다른 겁니다. 정석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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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행하는 사람들은 삶 자체가 반짝입니다. 빗속에서 비올라 연주를 멈추지 않았던 선욱도, 진짜 피아노는 겁이나지만 오빠의 팔뚝 피아노에선 노래를 부르며 건반을 누르는 새별이 동생도. 그렇게 각자 빛이 나는 것들을 찾아가면 되는것처럼요. 인생에서 고진감래를 믿으며 나의 고통을 당연시하지 말아요. 고생 뒤에 행복을 찾지말고, 행복을 먼저 해보는 것도 방법일 듯요. 작가의 말에 써 있는대로 춤추듯, 노래하듯. 꿈꾸며, 사랑하며. 놀 듯이, 재미있게. 지내다보면 언젠가 쑤욱 커진 나를 발견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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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없이비올라_허혜란
"할머니, 나이는 몇이야?"
"나이는 왜 물어? 생각이 안 늙으면 몸도 안 늙는다니까!"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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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조리 피해 가며 쑥쑥 커서 한세상 크게 살아 봐라."
작은 물고기들에게 하는 그 말이 마치 나에게 들려주는 말 같다. 나는 할머니를 빤히 보았다. 몸도 작고, 배운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할머니가 강가에 박힌 바위처럼 참 단단해 보였다.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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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게 소리구나!'
나는 속으로 소리쳤다.
한두 방울 떨어지던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빗물이 내 앞머리를 내리고, 비올라의 몸통과 줄이 젖어 가는데도 나는 멈출 수 없었다.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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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그런 것 같다. 듣고 있노라면 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온다. 짜증과 분노를 사르르 녹이고 마치 빵빵한 풍선에 바람 구멍을 내서 바람이 다 빠진 것처럼 홀가분하게 만든다. 경쾌하고 즐거운 느낌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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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듯, 노래하듯.
꿈꾸며, 사랑하며.
놀 듯이, 재미있게. p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