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 - 0~20개월까지, 꼬마 아인슈타인을 위한 두뇌육아법 ㅣ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
헤티 판 더 레이트.프란스 X. 프로에이 지음, 유영미 옮김, 김수연 감수 / 북폴리오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남들보다 시집을 조금 빨리 가서 이제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친구가 있다.
요즘 그 친구를 보면 시집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사그라든다.
3살이 된 첫째 아이는 다른 사람과 눈빛만 마주쳐도 엄마 품에 달려들며 울먹거리고,
이제 7개월 정도 된 둘째 아이는 누나가 때린다고 울고, 밥 달라고 울고, 안아달라고 울고...
도저히 개인 생활이라곤 없이 아이들에게만 매달려있는 친구를 보면서 어찌나 답답하던지...
처음 그 친구가 첫 아이를 낳았을 때는 그냥 먹고, 자고, 싸고, 가만히 누워만 있는 아기가 너무 귀여워 나도 얼른 시집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아이가 조금씩 자라고 그런 아이를 키우는 친구의 모습을 보니 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을 왜 위대하다고 하는지 정말 이해가 갔다.
그리고 나는 절대 그 위대한 엄마 노릇을 하고싶지가 않았다. 자신이 없었다고 하는게 맞겠다.
이러니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아직 시집도 가지 않은 내가 아니 시집을 가고싶지 않은 내가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를 읽는다고 과연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게 있을까 싶었다.
헌데 어라, 책을 다 읽고났더니 괜한 자신감이 생긴다.
어쩜 나도 위대한 엄마 중의 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자신감 말이다.
이 책은 두 명의 발달 심리학 박사가 무려 30년이라는 오랜 세월동안 연구해온 것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이토록 오랜 기간의 연구를 토대로 씌여진 책이라는 것만으로도 강한 신뢰감이 들었다.
그리고 물론 아직 아기를 낳아보지 않은 나지만, 출산 경험이 있는 친구가 가끔씩 전화로 아기때문에 힘들다고 넋두리를 한다거나 아기가 예쁜 짓을 한다고 자랑을 하던 일을 떠올려보며 '아...그 아이가 그때 이러이러한 상태였구나...'라고 막연하게나마 아이의 상태에 대해 짐작을 해볼 수가 있었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실제 부모들의 경험이 책에 그대로 살려있다는 점이다.
읽는이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말이다.
예를 들어,
율리아, 35주 "너무 순해서 다른 아이 같아요. 얼마 전까지 그렇게 자주 울고 소리 지르고 했는데……. 이야기도 아주 상냥하게 하고요. 종이상자를 밀고 방 안을 휘젓고 다니는 폼이 아기가 아니라 어린이가 된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엄마들이 직접 자신의 아이의 상태를 이야기하고 있어 읽는 이가 한 아이의 엄마라면 자신의 아이와 비교도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아기의 발달에 좋은 놀이와 행동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이가 태어난지 몇 주가 되었느냐에 따라 제시되어 있는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 어려운 놀이나 행동도 아니니 아이를 기르는 부모들이라면 쉽게 해봄직한 것이었다.
아이가 처음 태어나서 무엇을 보고, 무슨 소리를 듣고, 어떤 냄새를 좋아하고,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아이가 느끼는 것들에 대해 그냥 궁금해하기만 했던 내가 왠지 아기 박사가 된 듯한 느낌이 든다.
물론 시집도 안 간 처녀가 이런 책을 보고있다고 오해를 살까봐 밖에서 이 책을 펼쳐보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아기를 낳아본 적도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처음 세상에 태어나 쑥쑥 자라는 아기, 도약하는 아기들에 대한 설명이 마치 내 자식이 처음 태어나 자라는 모습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미 0~20개월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도 굳이 처음부터 책을 읽을 부담이 없고 자기 아이의 개월 수에 맞추어 읽기 시작해도 좋으니 많은 엄마들이 이 책으로 도움을 받았으면 싶다.
아이를 키워본 옮긴이가 '진즉 이 책을 만났더라면 좀 더 안심하는 가운데 아이의 발달을 적절히 도울 수 있었겠다'고 생각했으니 시집을 가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 책을 만난 나는 '행운아'라고 해도 되겠다.
어쩜 먼 훗날 내가 꼬마 아인슈타인의 엄마가 되어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