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관통하는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 인간미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어 보이는 형사 이이다. 그에게 범인체포란 생사의 기로를 결정짓는 의미일 뿐. 범인을 계도한다거나 그들의 사정을 들어준다거나 하는 일은 이이다에겐 해당되지 않는 사항. 좀 비정하다는 느낌은 들지만 <김전일소년의 사건부>에서 보여주던 범인의 범행에 대한 나름대로의 합리화와 비교해 본다면 나는 단연코 전자가 맘에 든다. 범행은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합리화되서는 안 될 것이며 그런 장면을 보는 청소년들에게 범행에도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다면 용서될 가능성이 있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다. 아무튼, 그런 이이다가 피우는 담배의 이름은 호프(hope). 역설적인 표현일까? 묘하게 뇌리에 남는 소품이었다. 주위의 동료가 죽어도 살아남은 자는 또 다른 하루를 살아가기 마련. 이이다라는 캐릭터의 창조만으로도 <지뢰진>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동료 여형사 아이자와와의 로맨스를 기대했던 독자가 있다면 실망하실 것이다. 하긴, 이이다에게 달콤한 로맨스는 어울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