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세트 - 전4권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김홍모 외 지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 창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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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기획하고, 창비에서 출간한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전세트 4)에서는 각각 제주 4·3, 4·19, 광주5·18, 6·10민주항쟁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 중에서 랜덤으로 오게되는 서평단 신청에서 내게 오길 바랬던 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더구나 그것이 ‘4·3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런 나를 질책할 뜻이었을까. 거짓말처럼, <빗창>이 내게 왔다.

 

서평단 신청을 할 때만 해도,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책을 받고 며칠동안 손을 대지 못했던 건, 서평에 대한 압박도 있었지만 어수선한 현실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어렵사리 책을 펼쳐 읽고 난 이후에는, 정말 작정하고 외면하고 또 외면한채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감히 서평을 써야 할지 엄두가 나질 않았다.

 

내가 받은 <빗창>에서 다루고 있는 제주4·3’을 비롯해, () 권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 그자체를 몰라서 이 책을 신청한 것이 아니었다.

나름 역사에 관심 있다는 사람으로서, 이 사건들을 어떻게 그려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로서 장차 이것을 내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도움받고 싶었다.

한국 근현대사의 모든 사건이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는 그 전부가 도려내고 싶을만큼의 아픔 자체라 생각한다. 도려낼 수 있다면, 그것이 되려 덜 아픈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도 너무, 너무 잔인했다...

텍스트로만 되어진 일반 소설이나 역사서라 해도 비교적 짧은 분량에 해당하는 239p의 분량(본문 기준), 심지어 그림이 팔할(80%)은 차지할 만화로 되어있다.

나만 그렇게 느꼈을까.

대사에서는 제주 방언을 사용함으로서 현실감을 더하면서도, 그림체는 오히려 사실보다 덜 심하게그려진 것이라 느껴졌다.

그래서 더 울컥했다. 실제로 책을 보면서 몇 번이나 눈물이 차 올랐는지, 이 길지도 않은 분량을 몇 번이나 쉬어가면 봤는지 모른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는 사실이 정말 너무나도 비참한 충격이었다.



 

교과서적인 내용으로만 알던 것보다 더 자세히 알 수 있었고, 감사했고, 죄송했다.

그동안의 무지함에..

외면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직면하는 순간, 당장에 분출할 곳이 없어 어찌할 바 모르게 할 그 분노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나를 비롯해, 사람들은 왜 제주, 그리고 ‘4·3’을 이렇게나 외면한 채 사나 싶은 좌절감이 싫어서...

그랬던 나를, 정말 왜 그랬냐고 거칠게 몰아치며 두드려 깨운것이 아니라, 다독이고 안아주면서 일깨워주는 느낌이다.

가끔 생각해도 괜찮으니, 잊지만 말아달라...

그 울림에 나는 또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 작품을 위해 작가는 제주로 이주했다고 한다.

그에게 제주는 어떤 곳이고, 어떤곳이 되었고, 어떤 곳으로 남을까.

(장기 답사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을 것이다. 작가의 작업정신에 진심으로 박수와 감사의 마음이 든다.)

제주는 아픔이 많은 곳이다. 비단 4·3뿐 아니라, 책에서도 나오지만 왕조시절부터 한() 맺힌 아픔들이 많은 곳이다. 우리나라 여러 시대의 흔적들이 있는 곳이라, 답사지로 너무나 훌륭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도 답사는 매번 실패하고 여행지로의 발걸음만 더 많이 걷다 오는 곳이다.

아직은 너무 어려서, 내 아이가 이 책을 읽으려면, 또 물리적으로도 인지적으로도 읽을 수 있으려면제법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래도 꼭 알아야 할 사실이기에, 잊지 말아야 할 일이기에 <빗창>뿐 아니라 네 권 모두를 함께 읽고 싶다. 그리고나서 다시 제주를 가보고 싶다.

그 날이 마침 제주답게 비가 많이 오는 날이라면 좋겠다. 빗줄기와 함께 울어볼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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