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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도 하고 싶고 취업도 하고 싶고
현재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9월
평점 :
철학이 어리석음과 만나고 절제가 무모하게 도망치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애정하는 작가의 프로필이 눈길을 끌었다. 열정적인 삶의 화신이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유일무이한 조르바. 언제나 활기찬 주인공 조르바는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전염성 강한 노래나 울컥하지만 더 먹고 싶어지는 매콤한 요리와 같다. 조르바는 그냥 걷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춤추고, 달리고, 재주넘기를 하는 사람이다.
조르바는 나뭇잎을 바스락거리며 춤을 추는 바람과 장난기 가득한 물보라로 해안을 간지럽히는 파도처럼 길들여지지 않고 속박되지 않은 삶의 비밀을 우리에게 속삭여준다. 이런 조르바를 애정하는 작가를 어찌 애정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어제도 아니고, 내일도 아닌 '현재' 작가의 작품 [여행도 하고 싶고 취업도 하고 싶고]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여행도 하고 싶고 취업도 하고 싶고]는 90년대에 태어난 열정적이지만 나로선 이해하기 버거운 그 유명한 MZ 세대의 자랑스러운 일원인 작가의 생각, 경험, 성찰을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은 대학 시절 140일간의 여행, 중국 코트라 근무 경험, 미국 인턴십 등 2년간의 탐험 에세이를 엮어 생생한 이야기로 재탄생시켰다.
조르바의 자유로운 정신에 깊이 매료된 이 작가는 현재에 몰입하는 삶, '지금'의 기쁨으로 빛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작가의 이야기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깊은 울림을 주는 삶의 철학인 순간을 받아들이는 아름다움에 대해 가슴 뭉클하게 다가왔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탐험의 시기,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가득했던 내 20대를 회상하게 된다.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 막연한 불안에 차마 시도할 수 없었던 나의 20대가 가엽게 느껴지기도 한다. 40대가 되어서야 그 족쇄가 풀리고 새로운 경험을 망설임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성찰적 에세이의 대명사처럼 독특한 활력을 발산하고 있다. 세상을 탐험하고 싶은 갈망과 그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고자 하는 열망 사이의 절묘한 줄타기를 하는 작가가 대견하게 느껴졌다. 요즘 시대의 여행 이야기 모음집이 아니라 방랑벽과 삶의 냉혹한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줄타기 같은 탐험기라고 해도 될 것이다.
현재를 살고자 하는 작가의 열정과 조르바에 대한 사랑은 조르바가 상징하는 열광적인 삶의 자세를 연상시킨다. 매 순간이 축제인 삶에 대한 탐구, 미래의 불안과 과거의 반성에 가려진 세상에서 현재를 향한 끊임없는 추구가 담겨 있다.
'해볼까 말까' 하는 일들을 대할 때에는 들이박아 보는 기세도 익혔다. 일단 부딪치면 뭐라도 건지지만, 가만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본문 중에서-
세계여행기를 다룬 책들에서 보면 대한민국 남성의 인기도에 대한 언급이 자주 등장하는데 현재 작가의 성향은 매우 적극적으로 먼저 다가가서 친구를 사귀는 스타일로 호감도가 높았다. 물론 k-컬처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도 높아서 한국인에 대한 호감도도 덩달아 상승한 측면도 있지만 작가의 진취적인 성향이 그의 길을 스스로 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도 하고 싶고 취업도 하고 싶고]에서 작가는 세계여행에 대한 진심 어린 우려의 메세지도 꼼꼼하게 챙기는 세심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영리한' 작가의 이야기를 읽고 세계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중요한 여행 팁이 되기도 하고, 무엇인가 도전하려는 사람들에게 작가의 밝은 에너지가 오롯이 전해질 것이라 생각된다.
-도서출판 푸른향기에서 서포터즈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