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의 홋카이도 - 겨울 동화 같은 설국을 만나다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4
윤정 지음 / 세나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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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하면 흔히 도쿄의 번화한 도시나 교토의 오래된 사찰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여름 끝자락에 읽은 이 책 [한 달의 홋카이도]는 일본 최북단에 위치한 섬 홋카이도의 때묻지 않은 아름다움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색다른 길을 독자들에게 안내한다.

 

깨끗한 설경과 겨울 동화 같은 축제가 펼쳐지는 홋카이도는 이 책의 페이지에서 동화 속 나라가 꿈속처럼 펼쳐진다. 젊은 여성 작가의 감성이 겨울 낙원의 미묘한 아름다움을 포착하여 연상시키는 이야기와 멋진 사진을 함께 엮어 냈다. 더불어 분위기 좋은 카페와 일본 하면 떠오르는 음식들의 향연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나는 유독 삿포로 맥주 박물관이 가고 싶었다. 어느 곳을 가든 그 지역 맥주 공장 투어가 있으면 꼭 참여하는 편인데 그곳만의 맛을 기억하는 나만의 방법이다.

 

온천 마을을 다룬 챕터에서는 예쁜 눈송이가 부드럽게 떨어지는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순간의 마법과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따뜻한 온기가 공존하는 모습을 묘사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운하와 역사적인 건축물이 있는 로맨틱한 오타루의 매력에 빠져보기도 한다.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홋카이도의 설원을 가로지르는 하코다테로 향하는 기차 여행에 독자를 초대하여 리듬감 있는 삶의 맥박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대학 신입생 시기에 나는 오타루를 가장 매혹적인 방식으로 소개받았다. 나의 첫사랑이자 같은 과 학생이었던 그는 이 고풍스러운 마을을 자신이 쓴 로맨스 소설의 배경으로 선택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마다 오타루 겨울의 정수를 그대로 반영하는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깨끗하고 미묘하며 내리는 눈의 우울함이 묻어났다. 그의 이야기는 오타루 거리를 수놓는 눈송이처럼 섬세하고 덧없는 두 영혼의 춤, 가장 순수한 형태의 사랑에 관한 것이었다. 내 마음속에는 오타루가 잔잔한 눈 아래서 모든 아름다움과 아픔을 지닌 사랑이 살아 숨 쉬는 장소로 영원히 자리 잡고 있다. 뜬금없이 생각해 본다. 그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로 유명한 텐구야마 전망대도 빠질 수 없는 관광지이다. 2년에 한 번씩은 보게 되는 [러브레터]를 얼마 전에도 다시 보았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와닿는 포인트가 달라진다는 것을 느꼈다. 20대에는 여주인공만 보였다면, 지금은 그 주변 인물들의 감정 변화가 느껴졌다. '상실'의 경험이 전무할 때 본 영화와 '상실'을 겪고 보는 [러브레터]는 여주인공이 눈 덮인 먼 산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오겡끼데스까"를 외칠 때 나도 그녀와 함께 오열을 하고 있었다. 텐구야마 정상에 오르면 나도 그녀처럼 크게 외치고 싶다. "오겡끼데스까"

 

이 책은 홋카이도의 겨울 동화 같은 설국으로 안내하는 진심 어린 여행 에세이이다. 홋카이도의 길을 걸어본 적이 있거나 나처럼 눈 위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은 즐거운 타임머신이 될 것이다. 여행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책과콩나무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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