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살 정오의 선택
한영미 지음, 백대승 그림 / 테라미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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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모험과 생동감 넘치는 상상력으로 가득한 아동 문학에서 [열한 살 정오의 선택]는 내면의 힘과 회복력에 대한 심오한 이야기를 진심 어린 마음으로 풀어내는 작품이다. 사실주의에 뿌리를 두면서도 신비주의가 가미된 이 이야기는 어린이 독자들을 열한 살 주인공과 함께 '명상'이라는 것을 어쩌면 한 번쯤 해볼 수 있겠다는 마음을 갖게 할 것이다.

 

정오라는 소년을 만나보자. 술의 손아귀에 사로잡힌 아빠와 가정폭력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엄마가 집을 떠나는 결정을 내리는 등 불안한 집안 환경과 씨름하는 정오를 만나게 된다. 초반 챕터에 퍼져 있는 우울함이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현실 속에서 이런 가정은 수없이 많고 그 안에서 힘겨워하는 아이들은 그 수만큼이나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역경 속에서도 정오는 장군이라는 강아지와 함께 수변을 산책하며 마음을 달래려 노력한다.

 

명상을 중심 테마로 포함시킨 것은 전체 이야기와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정오가 수변 산책에서 우연히 만난 명상하는 할아버지의 가르침 아래 마음 챙김의 세계로 처음 발을 내딛는 장면은 명상에 대한 오쇼의 철학을 떠올리게 했다. 내면의 평화를 찾는 것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던 오쇼처럼, 정오는 내면의 위안을 찾아 외부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마음을 비우고 복식호흡에 집중하는 기술을 연습하면서 혼돈 속에서 평온의 오아시스를 발견하기 시작한다.

 

이 책은 동화 같은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으며, 바로 그 점이 이 책의 강점이다. 집안 청소부터 아빠를 위한 식사 준비까지 정오의 성숙함과 회복력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자신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치료를 받으려는 아빠의 변화는 점진적이지만 변화는 가능하다는 생각을 미묘하게 전달한다. 엄마는 자립을 위해 직장을 구하게 되고 차츰 자신감을 찾아간다.

 

[열한 살 정오의 선택]은 어린이가 겪을 수 있는 최대 역경에 맞서 내면의 힘을 찾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명상은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더 깊이 관여하는 것이라는 오쇼의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 독자에게 이 책은 격동의 시대에도 우리 내면에는 평화의 잔잔한 호수가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점이 있다면 아이는 부모의 생각보다 더 많은 생각과 상상을 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간다는 것이다.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은 또 하나의 세계가 열리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명상'은 단단하지만 유연한 인간이 되는 방법 중 하나이다. '명상'은 어른들이 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마음을, 생각을, 상상을 비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정오의 선택으로 '명상'을 택한 것은 어쩌면 어려워 보이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어린이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과콩나무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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